"선수들 장단점 파악 소통·신뢰로 임하죠"…"구속 누리면 어때요 제구력도 중요하죠"
"야, OO야. 니 지금 뭐 하노? 일부러 힘든 척 하제?"
한 코치가 구수한 욕이 섞인 경상도 사투리로 선수들을 다그쳤다. 선수들도 기분 나빠 하지 않고 멋쩍은 웃음을 지으며 머리를 긁적였다. 선수들을 격의 없이 대하는 이는 양일환(56) 코치. 다른 한쪽에선 성준(54) 코치가 차분한 말투로 선수들에게 하나하나 조언을 건넸다.
삼성 라이온즈 코칭스태프 중에선 젊은 시절 삼성에서 뛴 이들이 상당수다. 오키나와에서 투수들을 지도하는 양일환, 성준 코치도 마찬가지다. 두 코치는 선수들의 훈련 과정을 꼼꼼히 점검하는 한편 펑고를 치고 배팅볼을 던지는 등 선수 못지않게 바쁜 일정을 보내고 있다.
대구상고(현 대구상원고), 건국대 출신인 양 코치는 코칭스태프 중에서도 베테랑. 잠시 쉬었던 1999년과 2000년, 2009년을 제외하면 선수 생활 마감 직후인 1990년부터 줄곧 삼성의 코치로 일했다.
"1983년 삼성에서 데뷔했으니 꽤 오랫동안 푸른 유니폼만 입고 있네요. 전 기본적으론 소통과 신뢰를 강조합니다. 시즌 때는 2군 투수들을 챙기는데 이들의 집을 찾아 같이 라면을 끓여 먹으며 온갖 이야기를 다 하죠. 장'단점에 대해서도 가감 없이 솔직하게 말해줍니다."
최근 삼성 2군에서 좀처럼 1군에 안착하는 투수가 나오지 않는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이는 연이은 우승으로 신인 드래프트에서 뒷순위로 밀리며 좋은 자원을 뽑을 기회가 적었기 때문이라는 이야기도 나온다. 양 코치는 이 말에 일부 공감하면서도 자신의 책임이 더 크다고 했다.
"어떤 이유가 있건 잘하는 선수를 키워내지 못한 제가 가장 큰 문제겠죠. 제 노력이 부족한 겁니다. 더 많이 공부해 1명이라도 더 1군 투수로 성장하는 데 도움을 주도록 하겠습니다."
현역 시절 완급 조절의 달인으로 불린 성준 코치도 이번 전지훈련 코칭스태프 중 1명이다. 경북고와 한양대를 졸업한 뒤 1986년 삼성에 입단한 성 코치는 14년 동안 97승을 기록한 왼손 투수였다. SK 와이번스와 롯데 자이언츠, 한화 이글스 등에서 코치 생활을 하다 지난해 친정팀 삼성으로 복귀했다.
"마음은 아직 청춘인데 벌써 제 나이도 쉰이 훌쩍 넘었군요. 나이도 새끼를 치는지, 감당할 수 없을 만큼 숫자가 빨리 느네요."
'성준'이라고 하면 바로 떠오르는 모습은 긴 투구 간격. 이는 그가 프로 무대에서 살아남으려고 택한 전략이었다. 입단 초기 구속은 시속 140㎞를 넘었지만 나이가 들면서 10여㎞나 구속이 줄자 기존의 주 무기인 슬라이더 외에 커브, 체인지업을 장착했다. 여기다 투구 리듬을 불규칙하게 가져가는 것과 동시에 수 싸움을 치열하게 하면서 타자의 타이밍을 뺏으려고 한 것이다.
자신이 선수 시절 경험했던 만큼 성 코치는 빠른 공을 던지지 못하거나 우수한 신체 조건을 갖추지 못한 투수들에게 해줄 말이 더 많다. "공이 빠르지 않아도 포기하지 말라고 해요. 제구력과 완급 조절 능력을 갖추면 희망이 있다고 가르칩니다. 더 느리게 던지는 방법을 익혀 구종 간 구속 차이를 크게 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죠. 무엇보다 프로 선수라면 투구뿐 아니라 일상생활까지 절제하고 잘 관리할 수 있어야 오래갈 수 있다고 말해주고 싶어요."
한편 삼성은 19일 오키나와 온나손 아카마 야구장에서 열린 KIA 타이거즈와의 연습경기에서 7대1로 승리했다. 유격수 김상수는 1대1로 맞선 5회말 결승 1점 홈런을 터뜨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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