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이라는 단어에는 고루함과 옛것이라는 느낌이 묻어난다. 전통의 단절은 옛것이 아닌 새것을 취한다는 의미도 함축하고 있다. 전통은 다음과 같은 단어들을 떠올리게 한다. 향수, 그리움, 가을, 토속미, 귀향, 농촌, 수확 등이다. 색조는 나무색, 황토색, 짙은 회색 등이다. 소리는 목탁소리, 징소리, 헛기침소리, 시냇물소리, 다듬이소리 등이다. 이 같은 단어들의 분위기를 몽땅 아우르는 명사가 불현듯 생각났다. '전통 한옥'이다.
최근 '복고' 열기가 확산되고 있는 추세다. '전통'을 좇는 트렌드와 함께 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전통 한옥이 중심에 있다. 현재 대구경북의 지자체는 다양한 형태의 한옥지원사업을 펼치며 붐 조성을 꾀하고 있다. 특히 대구 중구는 전국적인 모범사례가 되고 있다. 대구 중구청의 '근대로의 여행'이라는 기획 테마는 대구 중구에 있는 전통 한옥을 되살리는 작업에서 첫 삽을 떴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최근 중구 계산동과 구암서원 일대 한옥 집단시설구역이 관심의 대상으로 떠오르고 있다. 전주 한옥마을과 입지 조건이 매우 유사하다. 도심 중심지에 한옥들이 자리 잡고 있고, 다양하고 독특한 문화재급 건물 양식들을 두루 갖춘 것 등이다.
그동안 대구를 대표해 자랑할 만한 문화 요소가 2% 부족한 듯했지만, 최근 중구의 전통 한옥 보존 및 정비 노력은 이를 불식시키고 있다. 전통 한옥이 밀집한 구암서원 일대를 서울의 북촌과 전주의 한옥마을처럼 파격적으로 재단장한다면 근대로의 여행길이 한결 풍성해질 것으로 기대된다. 전통과 현대가 공존하는 이곳의 특징은 과거, 현재, 미래를 짧은 반경의 공간에서 한꺼번에 만날 수 있다는 점이다.
대구 중구 남산동 어딘가에 있는 것으로 추정되는 전태일 생가터도 주목된다. 이곳도 가령 대구시와 중구청이 전국적인 공모 등을 통해 획기적인 발상의 전환을 불어넣어 전통 한옥들과 함께 '근대로 안내하는' 장소로 만든다면, 황금알을 낳는 거위가 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전통 한옥이 밀집한 곳에다 계산성당, 3'1만세운동길, 이상화 고택, 그리고 전태일 생가터 조성사업까지 더해진다면, 대구 도심 중심부에 전통을 테마로 하는 요소들이 빼곡히 채워지는, 국내 최고의 문화 인프라를 구축할 수 있어서다. 더불어 전국의 수천만 노동자들이 꾸준히 전태일 생가터를 방문하며 성지처럼 여길 것은 틀림없는 사실이다.
만약 전태일 생가터를 복원한다면 이곳도 고증을 거쳐 전통에 근거한 건축양식으로 조성할 필요가 있다. 인근 근대골목과 조화를 이루며 큰 시너지 효과를 낳을 것이기 때문이다. 때마침 조성된 전통 복고 붐을 제대로 활용하는 기회로 삼을 수 있길 간절히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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