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미화 칼럼] 사드, 대구와 평택

입력 2016-02-15 00:01:00

안보는 다른 나라가 책임질 수 없어

사드 배치의 최적지는 경기도 평택

대구 공군기지 오지 말라는 얘기 아냐

신정-구정에 연달아 터진 북한의 '핵-미사일' 연계 도발 이후 정치권과 국민은 '더 이상 잃을 게 없는' 북한 정권의 무모한 도발 위기에 직면했다. 그동안 북한 핵을 막기 위해 이른바 정권마다 성향을 달리하며 대북 햇볕정책도, 압박정책도 다 써봤지만 결국 북한의 수에 놀아났다. 자칫하면 우발적 도발로 그동안 대한민국이 공들여 쌓아놓은 성과들이 한꺼번에 무너질 절체절명의 위기이다.

안보와 평화는 그저 주어지지 않는다. 반드시 대가와 희생이 따른다. 나라를 지키기 위해 기꺼이 나선다는 결사항쟁의 정신과 전 국민이 똘똘 뭉쳐 국난을 극복하려는 각성이 필요하다. 그런데도 정치권과 지역사회는 안보를 정쟁거리로 삼거나 전략무기 배치를 지역이기주의에 젖어서 탁구공 돌리듯이 밀어내고 있다.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만 해도 그렇다. 중국의 눈치를 볼 필요가 없다. 중국이 결코 대한민국의 안보를 지켜주기 위해 앞장서주지는 않는다. 포기하는 것이 빠르다. 자유민주주의를 지향하는 대한민국의 안보는 미국과 함께 가는 것이 맞다. 하지만 미국에만 지나치게 기대어서도 안 된다.

개인적으로 보기에 사드 배치의 적지는 경기도 평택이다. 대구 공군기지나 왜관에 오지 말라는 얘기가 아니다. 17년을 대구 동을에 산 주민으로서, 고향 같은 동구의 발전을 왜 꺼리겠느냐마는 필자의 개인적 소신은 K2 이전도 반대다. 군부대로 인해서 개발이 지체되고 어려움을 겪는 동구 주민들에게 다른 보상책이나 그린벨트 해제 등을 통해서 발전 기회를 주는 것은 대찬성이다. 하지만 북한 레이더가 가장 잡기 어려운 대구 공군기지를 옮겨가라고 하면 나라 안보는 어떻게 되나. 극단적으로 나라가 망한 뒤 동구만 발전하면 뭐하나. 어렵더라도, 지도자들은 주민이 원하더라도 국가 안보와 관련되는 문제는 앞장서서 설득하고 이해시켜나가는 작업을 해야 한다.

사드 배치도 정 안 된다면 대구 공군기지도 생각해볼 수 있지만, 필자가 보기에는 평택에 배치해야 한다. 평택은 장차 주한미군의 전략핵심지역이기도 하지만, 대북미사일 신속탐지가 가능한 곳이기도 하다. 국방 전력은 신속대응력과 효율성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평택시장은 여론을 앞세워 반대만 할 것이 아니다. 전략무기의 배치는 국가 필요에 따라서 조치를 취하면 그만이다.

국가안보는 어떤 나라도 대신해줄 수 없다. 높은 문화를 지니고도, 게르만 용병에게 국방을 맡긴 채 허랑방탕한 생활에 젖어서 망해버린 로마제국이나, 영국을 믿다가 독일에 점령당한 프랑스 꼴이 되지 말라는 법이 없다.

프랑스는 1차 대전 당시 로렌 지방의 베르당 전투에서 자국민 수십만 명이 죽고, 포로가 생겼다. '인간 도살장'으로 불릴 정도로 참혹하기 그지없었던 베르당 전투의 아픔을 지닌 프랑스는 2차 대전이 발발하자 동쪽 경계선에 '유럽판 만리장성'이라고 하는 마지노선을 구축하고, 방어에만 주력했다. 속셈은 영국군이 들어오면 그때 독일군을 같이 막겠다는 것이었다. 오판이었다. 영국군을 믿다가 갑자기 쳐들어온 독일군에게 6주 만에 점령당했다. 독일이 폴란드를 침공했을 때 프랑스가 서쪽에서 먼저 공격했으면 충분히 이길 수 있는 전투였는데도 말이다. 타국 의존적인 자세가 결국 나라를 잃는 수모로 연결됐다.

우리도 마찬가지이다. 그동안 우리는 미국의 핵우산만 믿고 북한이 핵무기와 장사정포 등 개발에 주력할 때 재래식 무기 도입에 '몰빵'했다. 그것도 방산비리로 대부분 떼먹고 베어먹었다. 만약의 경우, 북한이 핵미사일을 쏘면 미국은 바로 쏠 수 없다. 승인 절차를 밟는데 적어도 며칠 걸리고, 그동안 우리 인명피해는 커질 수밖에 없다. 연간 350억달러나 쏟아붓는 국방비로 이제는 우리 핵 방어력은 물론 핵 공격 능력도 향상시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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