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래 끊지 않을 것"…해외공장 물색 등 비상대책도 병행
섬유·봉제업체가 절반 이상의 비중을 차지하는 개성공단이 사실상 폐쇄되면서 입주기업을 협력업체로 둔 국내 대형 패션기업들의 발걸음도 덩달아 분주해졌다.
삼성물산과 LF 등 대기업들은 개성공단에 의존하는 물량이 많지 않다면서도 납품 지연으로 인해 봄·여름 신제품 생산에 다소 차질이 빚어질 가능성에 대해선 우려하고 있다.
대형 패션기업들은 우선 협력업체의 국내외 다른 공장을 물색하는 쪽으로 노력을 기울여 생산 차질을 최소화하기로 했다.
14일 패션업계에 따르면 삼성물산 패션부문은 북한의 핵실험으로 남북관계에 긴장도가 높아진 지난달 중순 1차 협력업체 15곳과 간담회를 열었다.
삼성물산 패션부문은 현재 자사 남성정장과 캐주얼 브랜드의 바지와 셔츠 등 일부를 개성공단 입주업체에서 납품받고 있다.
삼성물산 패션부문 관계자는 "지난달 여러 상황을 가정한 단계별 시나리오를 만들었다"며 "과거에도 몇년에 한 번씩 이런 일이 있었기 때문에 국내 다른 지역이나 베트남 같은 동남아 쪽으로 생산을 돌리는 방안을 마련해뒀다"고 말?다.
LF의 경우 3개의 개성공단 입주기업과 거래하면서 셔츠와 잡화 등을 생산하고 있다.
LF 관계자는 "물건을 다른 곳에서 생산할 수 있는 방안에 대해 협력업체들과 논의하고 있다"며 "2개 업체의 경우 원단 소싱(조달) 능력이 있는 업체이고 다른 생산설비를 쓸 수 있기 때문에 큰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보고 있고, 나머지 1개 업체와도 아직 대책을 논의중"이라고 전했다.
스포츠브랜드 휠라는 속옷 브랜드 일부 제품을 개성공단에 입주한 협력업체에서 생산하고 있다.
휠라 관계자는 "무엇보다 신제품 입고가 가장 중요하기 때문에 생산이 가능한 타지역 소싱처(조달처)를 알아보는 등 자구책을 마련하고 있다"고 전했다.
코오롱FnC와 이랜드 역시 일부 브랜드 제품을 개성공단 입주기업에서 납품받고 있는데 생산 가능한 다른 설비를 알아보면서 납품 일자를 다소 조정하는 등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고 전했다.
패션업계는 입주기업의 재산손실이 커질 것으로 전망되는만큼 협력업체와의 상생을 전제로 대응책을 마련하겠다는 입장이다.
특히 업계 관계자들은 2013년 개성공단 가동이 중단됐을 당시 일부 대기업이 협력업체와의 거래를 곧바로 끊어 패션 대기업 전체가 여론의 질타를 받은 사실을 언급하며 이미 어려운 상황에 처한 협력업체를 사지로 내몰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삼성물산 패션부문 관계자는 "물론 법적으로 문제가 될 수 있는 부분이 있는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계속 파트너십을 유지한다는 점은 변함이 없다"고 말했다.
이 회사의 다른 관계자는 "오랜기간 거래해왔던 업체들이기 때문에 (협력업체에) 신뢰를 갖고 있다"며 "아직 구체적인 사항은 결정되지 않았지만 '책임감있는 모습'을 보일 것"이라고 강조했다.
LF 관계자는 "이번 일을 빌미로 거래처를 갑자기 바꾼다거나 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계속 거래해왔던 업체들인만큼 (제품 생산에 대한) 기회를 먼저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휠라 관계자도 "개성공단 생산업체에게 귀책이 있는 사안이 아니고, 가장 큰 피해자가 생산업체들이라는 점을 인지하고 있다"며 "(생산 지연과 관련해) 업체에 책임을 묻거나 할 계획은 없다"고 말했다.
개성공단에 입주한 한 섬유업체 관계자는 "신제품 일부를 다음 달까지 납품해야 하는데 눈앞이 안 보인다"며 "원부자재도 대부분 (원청업체에서) 받은 것이라 손해배상청구도 있을 것 같은데 (원청업체들이) '고통분담'에 나서주기를 기도하는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
댓글 많은 뉴스
문재인 "정치탄압"…뇌물죄 수사검사 공수처에 고발
홍준표, 정계은퇴 후 탈당까지…"정치 안한다, 내 역할 없어"
세 번째 대권 도전마저…홍준표 정계 은퇴 선언, 향후 행보는?
대법, 이재명 '선거법 위반' 파기환송…"골프발언, 허위사실공표"
[매일문예광장] (詩) 그가 출장에서 돌아오는 날 / 박숙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