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절식사·충전·택배 해결 척척 '24시간 만물상'

입력 2016-02-12 00:01:00

5개월째 30%대 고성장, 편의점의 진화

메르스 이후 소비 부진에도 불구하고 나 홀로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는 편의점이 금융, 택배, 커피숍 등의 서비스를 접목하면서
메르스 이후 소비 부진에도 불구하고 나 홀로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는 편의점이 금융, 택배, 커피숍 등의 서비스를 접목하면서 '24시간 만물상'으로 진화하고 있다. 매일신문 DB

취업 준비생 김영수(36) 씨는 지난해에 이어 이번 설에도 고향인 경북 김천에 가지 않았다. 안정된 직장을 구하지 못한 데다 결혼 적령기까지 넘긴 탓에 가족'친지들 보기가 불편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마음은 한결 가볍다. 명절 때 문 닫는 식당을 대신해 밥집이 돼 주고 부모님 선물까지 보내주는 친구(?)가 곁에 있어서다. 그는 "밥을 먹고 과일도 사고 택배까지 집에 보내고… 싱글족에겐 더없이 고마운 친구가 집 근처에 있어 다행"이라고 했다. 김 씨가 말하는 절친은 바로 편의점.

바야흐로 편의점이 시대의 만물상으로 떠오르고 있다.

소비 부진에도 불구하고 나 홀로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는 편의점은 이제 '24시간 만물상'으로 진화하고 있는 것.

편의점은 어느덧 현대인의 생활 깊숙이 파고들었다. 아침 출근길 삼각김밥 하나로 허기진 배를 채우는 싱글족에서 주머니 사정이 얇은 청소년들의 입맛을 달래는 3천원짜리 도시락까지 없는 것 빼고 다 있다. 급하게 무언가 필요하거나 어떤 것을 잃어버렸을 때도 편의점에 가면 대부분 해결할 수 있다. 현금서비스는 기본이고 휴대전화 충전, 소화제와 여행용품 등은 물론 속옷, 와이셔츠까지 구매가 가능하다. 카페처럼 휴식을 즐길 수 있는 콘셉트의 점포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편의점은 특히 다양한 서비스 분야로 업역(業域)을 확대하면서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가 발표한 지난해 11월 주요 유통업체 매출 동향에 따르면 편의점은 지난해 2월(10.2%) 이후 10개월 연속 매출이 급증했다. 이달 편의점의 매출 상승률은 전년 대비 32.6%에 달한다. 상승률은 5개월 연속 30%대를 기록 중이다.

CU는 이를 활용해 지난 1일부터 택배 보관 서비스를 도입해 시범운영 중이다. 고객이 지정한 편의점의 사물함형 보관함에 택배기사가 물건을 맡기면 비밀번호가 수령인의 휴대폰으로 전송되는 형식이다. 이용요금은 24시간에 1천원 수준이다.

CU는 앞서 서울의 한 대학교에서 여대생들이 활용하기 편한 파우더룸과 피팅룸을 마련해 인기를 얻은 바 있다. 대전에서도 카페테리아점을 열어 피자와 도넛, 치킨 등을 매장에서 조리해 판매하기도 한다.

다른 편의점 업체도 마찬가지. 세븐일레븐은 2014년 국내 편의점 평균 면적의 4배인 264㎡ 규모의 KT 강남점을 오픈, 2층에 32석 규모의 도시락카페를 만들었다. GS25 역시 대학가 점포에 컬러프린트, 복사기, 팩스뿐 아니라 주민등록등본 출력 기능을 갖춘 키오스크복합기를 들여놔 편의성을 높였다.

커피는 편의점의 핵심 사업으로 급부상했다. 세븐일레븐의 '세븐카페', CU의 '겟커피', GS25의 '카페25' 등이 각각 1천~1천200원대의 저렴한 커피를 내놓으며 각축전을 벌이고 있다.

편의점들은 최근 급부상하고 있는 사후면세점 시장에도 뛰어든다. 얼마 전 도입된 즉시환급제에 따라 외국인 관광객들은 건별 20만원, 인당 100만원까지의 구매품에 대해 부가가치세, 개별소비세 등을 면제받을 수 있게 된다. 편의점 역시 이 시스템을 도입한다.

GS25는 상반기 내 관련 시스템을 구축해 하반기부터 전체 점포를 사후면세점으로 운영할 계획을 세웠고 CU는 일단 외국인 이용이 잦은 약 20개 점포를 사후면세점으로 등록할 예정이다. 세븐일레븐은 지난해 초부터 일부 점포를 사후면세점으로 운영하고 있으며 확대를 검토하고 있다. 지금은 서울 명동과 김포, 부산, 제주 등 외국인 관광객이 많은 지역 30개 점포가 사후면세점으로 등록돼 있다.

금융 시장으로도 발을 넓힌다. BGF리테일은 내년 첫 출범을 앞둔 인터넷전문은행에 출사표를 던졌다. 이를 위해 '인터넷은행 전용 편의점' 모델도 개발했다. 이용안내 및 보안관리를 위해 지금까지 점포 뒷면에 설치됐던 CD'ATM기를 카운터 및 매장 전면에 배치하고 '생활서비스 존(Zone)'을 별도로 구성했다. 365일 24시간 운영, 스태프 상시근무 등의 장점을 앞세워 은행보다 더 높은 효용성을 겸비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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