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춘추] 명절 스트레스를 부탁해!

입력 2016-02-05 00:01:00

오늘 저녁이면 나는 가족과 외식을 할 것이다. 외식 후 서점에 들르는 것이 명절 연휴 전 두 번째 코스다.

몇 해 전부터 시작된 명절 전 저녁 외식은 명절 전 한 끼라도 가사노동을 덜어주기 위한 남편의 배려 혹은 명절증후군 예방약인 셈이다. 서점 나들이는 명절 연휴 내내 할머니 댁에서 TV 채널에 빠져 허우적거릴 아이들에게 각자 흥미가 있는 책을 고르게 하고 명절 동안 읽게 하기 위해서이다. 서점 나들이 시도 첫해에 아이들이 책을 고르는 동안 나도 한 권쯤 골라야겠다고 생각하던 중 후광이 비치는 책을 한 권 발견하게 되었다. 차동엽 신부님의 '잊혀진 질문'이라는 책이었다.

나는 매년 명절 연휴 시작 전날 시댁으로 향한다. 나는 시댁에서 어머님과 격의 없이 편하게 지내는 터라 하루 먼저 가도 별 부담은 없다. 이제나저제나 아들, 며느리 언제 오나 기다리실 시어머니 눈앞에 왔다 갔다 하는 것으로 마음만이라도 편하게 해 드릴까 해서다. 시댁에 도착해 그냥 이야기를 나누다가 아랫목에 배를 깔고 책을 읽기 시작했다. 이 책은 '도대체 무엇을 위한 인생인가?'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한 '난문쾌답'을 제시하고 있었다. 명절에 일 조금 더 하고 덜 하는 것, 누가 먼저 가고 오는 것, 누가 무슨 말을 했는가 등은 아무 문제가 아니라는 것을 깨닫게 됐다.

다음 날 명절 준비로 정신없이 바쁜 중에 책이 자꾸 읽고 싶어 속도를 냈다. 하기 싫으면 몸이 느려지고 일에도 속도가 나지 않게 마련이고 시어머니의 재촉이 이어지게 된다. 책 읽을 생각에 열심히 일을 함으로써 악순환의 고리를 끊은 셈이다.

가사노동에 찌든 피곤한 몸을 쉴 때, 독서는 많은 갈등을 겪을 수 있는 환경요인에 노출되었다 하더라도 '힐링'할 수 있는 약이 되고 정신의 면역력을 생기게 한다. 오늘 저녁 나는 "무겁게 이 책을 다 챙기냐"는 남편의 투정을 들으면서도 책장에 꽂힌 숙제 같은 몇 권의 책과 서점에서 고른 새 책을 가방에 챙기고 있을 것이다. 한 권쯤은 정신을 쏙 빼놓을 재미를 느낄 수 있는 책이 있으면 좋겠지만, 아니어도 명절 스트레스는 훨씬 가벼워질 것이다.

책 읽는 명절, 그다음으로 며느리들이 친정으로 나설 때 시어머님들은 "벌써 가려고?" 혹은 "시누이 온다는데 만나고 가지?"라는 말씀 대신 "그래 고생했다. 너희 부모님도 기다리시겠다"고 해주시고, 남편들은 부인의 어깨를 두드리며 "이번 명절에도 수고했어요"라고 해준다면, 즉 가는 말이 곱다면 금상첨화의 명절이 될 것이다.

이어 "어머니 명절 준비하느라 애쓰셨어요, 다음엔 제가 좀 더 일찍 와서 많이 도울게요" 또 "당신, 세뱃돈 준비하랴, 시댁, 친정 오가느라 애쓰셨어요"라고 하는 며느리이자 아내의 고운 오는 말로 집집마다 설 명절이 훈훈하고 평화롭게 마무리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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