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국부 호메이니 손자, 하산 호메이니 정계 '태풍의 눈'

입력 2016-02-01 19:49:57

1979년 이란 이슬람혁명의 지도자 아야톨라 루홀라 호메이니(1989년 사망)의 손자 하산 호메이니(44)가 '태풍의 눈'으로 떠오르고 있다.

루홀라 호메이니는 신정일치 국가 '이란 이슬람공화국'을 수립한 역사적 사건인 이슬람혁명을 이끌어 아직도 '국부'로 추앙받는 인물이다.

하산은 루홀라 호메이니의 두 아들 중 차남 아흐마드의 장남이다. 루홀라 호메이니의 장남 모스타파가 자식을 두지 않고 요절한 탓에 하산은 루홀라 호메이니의 적통으로 볼 수 있다.

이런 '금수저'급의 출신 배경을 가진 하산이 지난달 26일 국가지도자운영회의(Assembly of Experts) 후보 심사에서 탈락하면서 이란 정계에 긴장이 감돌기 시작했다.

이란의 선거 제도상 국가지도자운영회의 위원 선거의 후보는 12명의 보수파 성직자로 구성된 헌법 기구인 헌법수호위원회의 자격 심사를 받아야 하는데 이 기구에서 하산의 출마를 막은 것이다.

누구보다 조부가 주창한 이슬람혁명의 정신을 받들어야 하는 하산이 보수파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뜻밖에 그는 개혁'중도 세력과 인연을 맺어왔다.

이는 하산의 선친 아흐마드(1995년 사망)의 영향이 크다는 분석이다.

아흐마드는 1995년 3월 이란의 개혁성향 신문에 권력층의 부패를 강하게 비판하면서 이슬람혁명의 정신이 훼손됐다고 주장하는 글을 실은 뒤 1주일 만에 49세로 돌연사했다.

이를 두고 당시 정권의 암살이라는 루머가 돌았을 정도로 루홀라 호메이니 가문은 기득권과 대립한 이력이 있다.

하산 역시 강경 보수정권인 마무드 아마디네자드 전 대통령의 2009년 재선 과정에서 부정선거 의혹이 불거져 대대적인 반정부 시위가 벌어졌을 때 정권을 비판하는 개혁'중도 진영의 편을 들었다.

하산이 국가지도자운영회의 후보에서 탈락한 구체적인 이유는 공개되지 않았다.

하산의 아들(19)은 지난달 26일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아버지가 탈락한 이유는뻔하다"며 개혁 성향 후보에 대한 보수파의 압박을 비꼬았다.

보수 성향의 헌법수호위원회는 헌법이 부여한 후보 심사 권한을 개혁파를 견제하는 수단으로 종종 이용했다.

현재 이란 의회가 보수 일변도로 구성된 것도 2012년 총선에서 헌법수호위원회가 개혁 진영 후보를 무더기로 탈락시켰고, 이에 개혁파를 지지하는 유권자 상당수가 투표를 포기한 탓이다.

선거에 임박해 보수파의 압박이 표면화하자 개혁'중도파인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의 본격적인 반격 태세를 갖추는 모양새다.

로하니 대통령은 마침 이슬람혁명 기념 주간을 맞아 지난달 31일 내각과 함께 루홀라 호메이니의 묘소를 참배하면서 탈락한 하산과 나란히 앉은 사진을 자신의 트위터에 올려 그의 후보 탈락에 간접적으로 항의했다.

그러면서 이달 26일 동시에 시행되는 국가지도자운영회의와 의회 선거에 "어떤 일이 있더라도 유권자가 빠짐없이 투표해야 한다"며 "최근 선거(2013년 대선)에서 국민의 참여가 없었다면 핵협상과 제재 해제의 승리도 맛보지 못했을 것"이라고 독려했다.

지난 총선처럼 개혁 성향 유권자가 아예 투표를 포기하면 안 된다는 강력한 메시지를 보낸 셈이다.

내년 재선에서 성공하려면 로하니 대통령은 이번 총선 승리가 절실하다.

로하니 정권이 자신의 최대 치적인 핵협상 타결과 이에 이은 제재 해제를 앞세워 개방 드라이브를 거는 상황에서 이번 총선은 이에 대한 국민의 심판대다.

2013년 대선에서 로하니 대통령에게 패한 보수파는 이런 의미를 지닌 이번 총선과 국가지도자운영회의 선거에서마저 개혁'중도파에 내줄 수는 없는 입장이다.

개혁 성향의 사데그 지바칼람 교수는 지난달 26일 파이낸셜타임스(FT)에 "개혁파 후보의 탈락은 예상보다 더 심하곤 했다"며 "회오리바람이 나무를 뽑아 내는 느낌"이라고 우려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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