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미화 칼럼] 권력자의 위기

입력 2016-02-01 00:01:00

김무성, 저출산 해법 조선족 거론에

공관위원장 비토성 전권 달라 요구

권력자는 합리적 말 않으면 위기에

집권 여당의 최고 권력자인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가 이상하다. 말실수가 잦고, 행보도 자칫 "나는 바담풍해도, 너는 바람풍해라"로 비치고 있다. 이번에는 조선족 비하 논란에 휩싸였다.

지난 주말, 김 대표는 저출산'고령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조선족을 대거 받아들여야 한다고 말했다가 "조선족이 애 낳는 기계냐"는 공격을 더불어민주당 여성위원회 등으로부터 당하고 있다. 김 대표의 발언은 저출산'고령화 문제 해결의 본질과는 한참 어긋난다.

일각에서는 후세들이 훌륭한 대한민국의 DNA를 낭비하지 않는 선택을 하기를 바라면서 그들을 지원할 방법을 찾고 있다. 누구나 다자녀를 환영하지만 특히 머리 좋고, 능력 있고, 여유가 되는 가임층은 다자녀를 갖도록 적극 유도하자는 자유토론까지 나오고 있다. 취업률과 출산율은 직결되는 만큼 여성취업률을 높일 방법을 찾거나 일부 회사는 사주가 개인적으로 출산 사우들에게 축하금을 전달하기도 한다. 삶에 대한 인식 전환 시도와 함께 다양한 사회적인 양육망 확충 등으로 저출산 문제를 해결할 생각은 하지 않고, 문화 격차가 없는 조선족으로 저출산을 해결하겠다는 발상은 문제성이 농후하다.

험지 출마론에서도 김 대표는 입방아에 오르고 있다. 인재 싸움인 정치판에서, 자신이 과거에 전략공천의 희생양이 되었던 트라우마를 씻지 못한 채 다가올 총선에서 공천권을 행사하지 않겠으니 누구든지 새누리당의 국회의원이 되려면 100% 당내 경선에 나서라고 했다.

룰만 공정하다면 100% 당내 경선이든 험지 출마론이든 다 좋다. 그러나 특정인에게 험지를 권하려면 뚜렷한 명분과 대안을 갖춘 전략적 접근이 필요한데, 그런 게 없다. 안대희 오세훈 등 유명 후보들에게 대안없이 험지 출마를 권했다가 본인들이 그냥 서울 마포갑(안대희) 혹은 종로(오세훈)를 정했다. 당내에서는 김무성 대표부터 부산 영도구를 포기하고 험지로 나가라고 했지만, 묵살했다. 훌륭한 정치지도자의 기본이 자신부터 솔선수범인 것을 잊은 모양이다. 그러면 타인에게도 싫은 일을 시킬 명분이 없어진다.

김형오 전 국회의장이 한마디 했다. 김 전 의장은 지난달 31일 김무성 대표의 상향식 공천 문제점을 지적하고, 김 대표에게 '험지'에 출마할 것을 권유했다. "국민에게 감동을 선사할 때 살맛 나는 정치가 된다"는 김 전 의장은 "김 대표가 안대희 전 대법관, 오세훈 전 서울시장을 험지로 보내려다 제대로 안 됐는데 왜 (김 대표가) '호랑이굴 출마 1호'를 자청하지 않았는지 의아했다"고 말했다. 말하지 않는 일반 시민들의 심중도 김 전 의장의 지적과 똑같다.

공천권을 일절 행사하지 않겠다던 김무성 대표의 말도 실은 어떤 계산이 숨어 있었나 보다. 김 대표는 친박계 최고위원들이 이미 총선 불출마를 선언한 5선의 이한구 의원을 공천관리위원장으로 추대하는 분위기였지만, 판을 엎고 나섰다. 이한구를 공천관리위원장으로 세우려면, 공천관리위원 선임은 자신에게 전권을 맡겨달라는 조건을 내걸었다. 무늬만 공천관리위원장을 두려는 속셈은 공천에 관한 영향력을 놓지 않으려는 의지의 표명과 무엇이 다른가.

지금은 난세이다. 되는 일이 하나도 없다. 초저유가 덕에 그나만 이 정도로 버티고 있는 우리 경제가 신통방통하기만 한 형편에 정치가 나라를 뒷받침하는 일은 찾아보기 힘들다. 난세의 정치지도자는 달라야 한다. 특히 말실수나, 중대 사안에 대해서 '나만 빼고'가 작동 되어서는 신뢰를 받기 어렵다.

공자가 난세를 극복할 수 있는 도를 노자에게 묻자, 노자는 말을 하는 대신 입을 크게 벌렸다. 입속에는 혀와 이가 있다. 나이 많은 노자가 입을 벌렸을 때, 강하고 날카로운 이빨은 다 빠지고 없었지만 부드러운 혀는 남아 있었다. 권력자가 부드러운 말과 합리적인 판단을 잃으면 위기가 기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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