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 아침에] 교육 이대로는 안 된다

입력 2016-02-01 00:01:00

평양고등보통학교·연세대(영문학)·보스턴대 대학원(철학박사) 졸업. 전 연세대 부총장. 현 태평양시대위원회 명예이사장
평양고등보통학교·연세대(영문학)·보스턴대 대학원(철학박사) 졸업. 전 연세대 부총장. 현 태평양시대위원회 명예이사장

대한민국에는 좋은 대학이 단 한 곳뿐?

성적 우수 학생은 무조건 서울대 선택

서울대 입시 위해 존재하는 중·고 교육

사람답게 키우는 교육은 아예 사라져

나는 초등학교에서 대학원까지 무려 20년 동안 학교에 다녔기 때문에 이 나라의 교육에 관하여는 몇 마디 할 자격이 있다. 나는 서당에 다녀본 경험은 없지만 유치원에 1년 다닌 것까지 합치면 무려 21년이나 교육을 받고 오늘의 내가 존재하게 되었다. 대학원 5년은 미국에서 다녔기 때문에 두 나라 교육의 현실과 이상을 비교해 볼 수도 있는 입장이다.

우선 아들'딸을 대학까지 보내겠다는 부모의 열정과 정열을 한번 비교해 보자. 통계숫자를 내 손에 들고 있는 것은 아니지만 미국이나 유럽의 여러 나라와 비교할 때 아마도 한국인의 교육열이 두 배는 더 뜨거울 것이다. 여성교육을 외면하는 중동지역의 나라들과 비교한다면 아마 열 배는 더 뜨거울 것이다. 하와이에서 한국인 학생들과 함께 공부한 경험이 있는 미국 대통령 오바마는 기회가 있을 때마다 한국의 교육을 칭찬한다. 부모의 뜻을 받들어 좋은 대학에 가기 위해 밤낮을 가리지 않고 공부만 하는 한국계 학생들이 기특하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그러나 순수한 교육열과 출세욕은 마땅히 구분돼야 한다고 믿는다. 아이들 자신이야 왜 이렇게 어렵고 비싼 교육을 부모가 시키는지조차 잘 모르고 달달 볶이는 것이지만, 아이들의 부모는 어떤 미신에 사로잡혀 결국 아이들만 아니라 가족 전체를 궁지로 몰아넣고 있다. 그 '미신'이란 도대체 무엇인가? 아이들의 타고난 재능은 전혀 고려하지 않고 맹목적으로 자기 아이들을 한국에서 가장 좋은 대학에 반드시 입학시키겠다는 것이다. 그 욕망은 그 부모들의 신앙생활을 이끌고 있는 듯하다.

그런데 불행하게도 대한민국에서는 학생과 학부모가 원하는 좋은 대학이 여럿 있는 것이 아니라 하나밖에 없다는 것이 한국의 교육을 파탄으로 몰고 간다. 고등학교에서 진학 지도하는 교사를 만나보면 알 듯하다. 성적이 매우 우수한 학생은 무조건 국립서울대학교를 선택해야 한다. 왜 그런가? 솔직히 말하자면 이 나라에는 이 대학밖에 없다고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니다. 다른 대학들이 있기는 한데 그 대학들은 (극소수의 예외가 있긴 하지만) 국립서울대학에 들어가고 싶지만 그 대학에 들어가지 못하는 젊은 놈들이 자존심을 쓰레기통에 던지고 할 수 없이 다니는 대학들이다.

그런고로 어떤 차원에서 보면 연세대학이니 고려대학이니 이화여자대학이니 하는 대학들은 대학도 아니다. 고등학교 진학담당 교사는 그 고등학교의 명예를 위하여 한 사람이라도 서울대에 꼭 입학을 시켜야 한다. 그 고등학교를 위해서만 존재하는 이 교사는 (그는 그 학생을 위해 존재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네 성적을 가지고는 법과대학에 들어가기가 어려울 것 같으니 농과대학의 원예학과에 지원하면 어떤가?"라고 권면한다. 그리하여 그 학생은 농과대학 원예학과에 지원하여 합격이 되고 일단 등록을 마치지만 강의가 생리에 맞지 않아서 '재수' '삼수'의 '미로'(迷路)에 들어서게 된다. 그래도 이 고등학교는 졸업생 하나가 서울대학에 입학한 사실을 자랑스럽게 여길 것이다.

영국이나 미국에도 남들이 제일 좋은 대학이라고 일컫는 대학들이 있지만 한국의 서울대학 같지는 않다. 옥스퍼드나 케임브리지만이 좋은 대학이라고 우기지는 않는다. 런던정치경제대학도 세계가 알아주는 대학이다. 미국의 하버드가 훌륭한 대학이라는 사실을 모르는 미국인은 없다. 그러나 예일도 콜롬비아도 하버드 못지않은 좋은 대학들이다. MIT도 시카고대학도 스탠퍼드대학도 졸업생들의 자부심은 대단하다.

나는 한국의 교육은 실패를 거듭하고 있다고 믿고 있다. 타고난 재능이 빈약한 아이들을 고액과외로 비집고 또 비집어 일단 서울대학의 무슨 과에든 입학이 되었다고 하자. 이 학생이 설사 서울대학을 힘들여 졸업했다고 해도 우리 사회를 위해 공헌하는 바는 없을 것이다. 대학입시를 위해 중고등학교가 존재하는 그런 나라가 한국 말고 또 있는가? 사람을 사람답게 키우는 교육은 실종되고 대학입시를 위해 각급 학교는 오늘도 수업을 실시하고 있다. 우골탑(牛骨塔)이 상아탑(象牙塔)이 되기를 기대할 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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