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잡설(Job說)] 줄리안 코바체프 대구시립교향악단 상임 지휘자

입력 2016-02-01 00:01:00

코바체프 "I ♥ DAEGU"

대구 향촌동 수제화 골목에서 맞춘 신발.
대구 향촌동 수제화 골목에서 맞춘 신발.

대구시립교향악단 예술감독 겸 상임 지휘자 줄리안 코바체프가 대구에 온 지 2년이 됐다. 지난해 12월 대구시와 재계약에 따라 2019년 3월까지 대구시립교향악단을 지휘하게 된 코바체프는 "대구시민들과 더 오래 지낼 수 있게 되어 무척 행복하다. 할 수만 있다면 대구의 명예시민이 되고 싶다"고 했다.

코바체프는 6∼8월 이탈리아 베로나 오페라 페스티벌 지휘를 할 때는 빼고는 늘 대구에 머문다. 그런 그가 지난주 처음으로 대전에 머물며 대전시향을 지휘했다. 식사 자리에서 코바체프는 대전시향 단원들에게 음식을 가리키며 "무라, 무라(먹어라)" 했다. 대전시향 단원들은 코바체프의 경상도 사투리를 알아듣지 못했고, 통역이 설명을 한 뒤에야 폭소를 터뜨렸다고 한다.

코바체프는 24세 때부터 세계 각국을 돌며 지휘자로 활동하느라 영어, 불어, 러시아어, 독어, 이탈리아어, 불가리아어 등을 자유롭게 구사한다. 대구에 정착한 뒤로는 한두 마디씩 한국말, 특히 대구 사투리를 배우고 있다.

지금까지 많은 지휘자가 있었지만 코바체프만큼 시민들의 사랑을 많이 받은 지휘자는 없었다. 대구시민들이 그를 괜히 좋아하는 게 아니다. 그는 취임 이래 부드러운 카리스마로 시향을 이끌며 단원들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고 있다. 시향 단원들은 "코바체프와 연주하면 음악을 연주하는 게 아니라 즐기게 된다"고 말한다. '이름값'에 연연하지 않고 2014년 11월에는 대구예술영재 교육원 유스오케스트라 단원을 대상으로 오케스트라 합주를 지도해주기도 했다.

그런가 하면 대구 향촌동의 수제화 골목에서 신발 네 켤레를 맞춰 신고 "세계 어느 도시에서도 이처럼 마음에 드는 신발을 찾을 수 없었다"며 자랑을 늘어놓았다. 마음에 드는 신발을 발견한 그는 대구시향 단원들에게 신발을 맞춰주기도 했다.

한식도 즐겨 먹는데, 점심은 거의 돈가스가 아니면 6천원짜리 한식 뷔페를 먹는다. 된장찌개, 김치찌개를 비롯해 매운 양념이 들어간 한국식 음식을 좋아한다.

코바체프는 음악 애호가들 사이에 '악보를 보지 않고 지휘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그 긴 연주 동안 악보 대신 단원들과 눈짓과 몸짓으로 대화하며 음악여행을 떠나는 것이다. 이를 위해 그는 종일 공부한다. 오전에 2시간, 오후에 2시간, 저녁에도 자기 공연이나 공연관람 계획이 없을 때는 오후 10시까지 공부하는 것으로 하루를 보낸다.

지난해 5월 29일 대구시향 정기연주회 도중 심장혈관이 막혀 갑자기 쓰러졌지만, 관중석에 있던 사람들의 일사불란한 응급처치와 병원 이송, 수술로 기적처럼 목숨을 건진 줄리안 코바체프. 이전부터 "대구는 고향 같은 도시"라고 버릇처럼 말했던 코바체프와 대구시민들은 서로를 응원하고 보살피며 형제애를 키워가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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