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달해의 엔터 인사이트] 오락콘텐츠 물 만난 tvN, 드라마까지 '채널고정'

입력 2016-01-29 00:01:00

요즘 tvN은 꽉 차오른 물 위에서 신나게 노를 젓느라 바쁘다. '삼시세끼'와 '꽃보다 청춘' '집밥 백선생' 등 예능 부문에서 킬러 콘텐츠를 내놓으며 지상파를 위협한 데 이어, 지난해 하반기부터 드라마까지 정상궤도에 올려 화제가 되고 있다. 화제작 '응답하라 1988'의 폭발적인 반응 여파가 꾸준히 이어지고 있으며 그 바통을 같은 시간대 새 금토드라마 '시그널'이 이어받아 흥행 가도를 달리고 있다.

또 다른 드라마 슬롯인 월화 시간대도 '치즈 인 더 트랩'이란 인기작의 투입과 함께 가파른 상승 곡선을 그리고 있다. 두 편의 드라마 모두 각각 7~8%대를 넘나드는 우수한 성적과 높은 화제성을 자랑하며 방송계에서 가장 '핫'한 콘텐츠로 불리고 있다.

같은 시기에 내놓은 한 방송사의 드라마 두 편이 모두 이 정도로 성공적인 반응을 끌어내는 건 극히 드문 일이다. 지상파 미니시리즈의 평균 시청률도 10%대 또는 그보다 못한 상황. 수치상으로 비교해 봐도 tvN 드라마는 더 이상 지상파에 밀리지 않는다.

◆22일 첫 방송 금토극 '시그널'

첫 회 시청률 8%대 폭발적

2회 더 뛰고 화제성도 1위

'응팔' 후광효과 의문 지워

지난 22일 첫 방송된 금토극 '시그널'은 첫 회부터 8%(닐슨코리아 수도권 유료가구 광고 제외 기준)의 높은 시청률을 올리며 대중을 열광케 했다.

21%까지 치솟은 '응답하라 1988'의 빈자리를 이어받은 만큼 '후광효과'를 톡톡히 누렸다고 단순히 판단해볼 수도 있겠다. 하지만 1회에 이어 2회에 시청률이 더 올라갔다는 사실, 그리고 2회 분량 방송 이후 쏟아진 기사량과 댓글 수, SNS 및 각 커뮤니티의 반응 등을 체크해보면 그저 '후광효과'로만 설명을 대신할 수 없다는 걸 알게 된다.

온라인의 다양한 반응 등을 모아 프로그램의 화제성 지수를 측정하고 있는 굿데이터 코퍼레이션의 조사에 따르면, '시그널'은 첫 방송 당일인 22일 금요일에 지상파와 비지상파를 통틀어 화제성 1위에 올랐다.

2회가 방송된 23일에도 역시 마찬가지다. 이틀 동안 화제성 점유율은 30% 중반대까지 올라갔으며 이는 2위를 차지한 프로그램 대비 무려 3배에 달하는 수치다.

또한, 방송 전과 후 SNS와 커뮤니티 등에 '시그널'에 대한 온라인 유저들의 글쓰기 등 자발적 움직임이 많았다는 사실도 알 수 있었다. 방송사의 보도자료 등 인위적으로 만들어내는 화제성이 아니라는 말은 그만큼 이 드라마에 대한 시청자들의 충성도가 높으며 해당 콘텐츠의 재미와 퀄리티가 높은 편이라는 사실을 증명한다.

설명대로 필자가 본 '시그널'은 꽤나 매력적인 드라마였다. 내용부터 파악해보면, 이 드라마는 과거에 살고 있는 경찰 조진웅(이재한 역)과 현재의 프로파일러 이제훈(박해영 역)이 무전을 주고받으며 장기 미제사건을 해결한다는 판타지 스릴러다. 사건이 발생한 당시와 현재를 연결하는 무전으로 서로가 단서를 제공하며 사건 해결의 실마리를 잡아가는 과정을 그린다. 이 두 사람 사이에서 또 다른 경찰 김혜수(차수현 역)가 조력자로, 때로는 갈등의 빌미를 제공하는 역할을 하며 긴장감을 준다.

일단 설정 자체가 비현실적이다 보니 사건을 풀어나가는 과정 역시 여타 스릴러 장르에 비해 촘촘한 편은 아니다. 1회에서는 이제훈이 우연히 손에 넣은 구식 무전기를 통해 조진웅으로부터 과거 자신의 어린 시절 발생한 살인사건의 단초를 제공받고 고군분투하는 모습이 그려졌다. 공소시효 만료 시간을 카운트다운하며 빠른 전개로 풀어냈는데, 결말까지 가는 단계가 상당 부분 우연에 의지하며 진행돼 '개연성이 부족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하지만 스릴러에서 가장 중요한 '개연성 여부'를 지적할 정도인데도 이 드라마는 강한 몰입도와 중독성으로 시선을 잡아끈다.

'시그널'의 최대 무기이기도 한데, 느림과 빠름을 적절히 변주하는 시퀀스 및 컷의 변환을 뛰어난 영상미로 구현해, 보는 순간만큼은 '말이 안 되는 것 같은데'라는 생각을 못 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극적 장치를 절묘하게 활용하는 섬세하고 영리한 연출력에 박수를 보내지 않을 수 없다. '성균관 스캔들' '미생' 등 히트작을 연출했던 김원석 PD는 이번 작품으로 또 한 번 감각 넘치는 연출자로 인정받게 됐다.

◆월화극 '치즈 인 더 트랩'

기존 월화극 시청률 2~3%

트렌디 감각, 7%대 올려놔

젊고 세련 'tvN' 상징 각인

'시그널'이 금토 시간대에서 빅히트 퍼레이드를 이어가고 있다면, '치즈 인 더 트랩'은 월화 시간대를 살린 공신이다. 지난해부터 '호구의 사랑' '식샤를 합시다2' '신분을 숨겨라' '막돼먹은 영애씨 시즌 14' 등이 이 시간대에 전파를 타고 호평을 들었지만 시청률은 대체로 2~3% 수준에 머물렀다.

화제성이 높은 편이었고 tvN에 '트렌디 드라마에 강하다'는 호평을 안겨줬지만 수치상으로는 '비지상파 드라마'라는 틀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그런데 '치즈 인 더 트랩'은 시청률을 7%대까지 끌어올리며 이 시간대 tvN 드라마의 성공 기준을 바꿔놨다.

tvN 역사상 처음으로 동 시기 주간 드라마 두 편이 한꺼번에 '대박'이 난 놀라운 '사건'으로, tvN의 꾸준한 투자와 트렌드 따라잡기를 위한 노력, 그리고 장기간 쌓은 노하우가 축적돼 가시적인 성과가 나오게 된 셈이다.

'치즈 인 더 트랩'은 동명 인기 웹툰을 드라마화한 작품이다. 본성을 숨긴 채 살아가는 완벽한 '스펙남'과 그의 모습을 꿰뚫어본 한 여대생의 로맨스를 다뤘다. 로맨틱 코미디 장르이지만 여기에 미스터리를 가미해 또 다른 재미를 준다.

중화권에서 톱스타 대우를 받고 있는 박해진이 주인공 캐릭터 유정을 연기하고 있다. 재벌 2세에다 뛰어난 외모와 두뇌, 그리고 배려심까지 갖췄지만 내면에 비뚤어진 욕망을 숨긴 채 살아가는 인물이다.

'은교'로 화려하게 데뷔한 김고은이 박해진과 만나 연애하는 여주인공 홍설 역을 맡아 첫 드라마 신고식을 하고 있다.

두 사람 사이에서 삼각관계를 형성하는 인물 백인호 역에는 서강준이 캐스팅됐다.

우선 이 드라마는 매력적인 남자 캐릭터로 시선을 잡아끈다. 박해진은 앞서 '나쁜 녀석들'에서 보여줬던 차가운 눈빛과 다정다감한 모습을 번갈아 보여주며 흐트러짐 없는 외모로 화면을 수놓는다.

전작에서 크게 두각을 드러내지 못했던 서강준도 '치즈 인 더 트랩'에서는 작정한 듯 매력을 발산한다. 다혈질에 박력 넘치는 '상남자'로 등장해 여심을 사로잡고 있다. 김고은의 깨끗한 이미지가 더해져 시너지 효과를 내는 건 틀림없지만, 어쨌든 '치즈 인 더 트랩'의 제1 성공 요소가 두 남자 메인 캐릭터 캐스팅이라는 걸 부정할 순 없다.

마니아층까지 형성됐던 웹툰이라 웹툰과 실사의 주인공 캐릭터가 매치되지 않았다면 큰 문제가 됐을 터.

오래전 '커피 프린스 1호점'이란 화제작을 내놨던 이윤정 PD는 캐릭터를 돋보이게 만드는 특유의 감각을 또 한 번 인정받게 됐다. 무엇보다 젊고 세련된 감각을 내세우는 tvN 드라마의 성격이 적합하게 반영된, 'tvN다운' 드라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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