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재 양성, 국력(國力)의 원천
이스라엘 교육 현장을 취재하며 "교육을 왜 하는가?"란 화두가 계속 머리에 맴돌았다. 교육이 좋은 직업을 갖기 위한 수단으로 전락한 측면이 없지 않은 우리 교육 현실과 이스라엘 교육이 비교됐기 때문이다.
알다시피 유대인은 1948년 이스라엘을 건국할 때까지 나라 없이 전 세계를 방랑한 민족이다. 이들이 2천 년 만에 다시 하나로 뭉칠 수 있었던 중요한 요인은 유대교 신앙이었다. 유대교는 유대인이 핍박받는 원인이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핍박을 이겨낸 원동력이기도 했다.
또한 신앙 못지않게 유대인은 갖은 곤경 속에서도 교육에 매달렸다. 여기에서 말하는 교육은 지식을 전하는 데 목적을 두고 있지 않다. 이스라엘 사람들은 지식에 앞서 지혜를 가르친다. 지혜로워야 지식도 제대로 활용할 수 있다는 생각에서다. 이는 유대인이 금과옥조처럼 여기는 '탈무드' 구절에 잘 나와 있다. "물고기를 주어라, 한 끼를 먹을 것이다. 물고기 잡는 법을 가르쳐 주어라, 평생을 먹을 것이다."
이스라엘에서 어린이들에게 베풀어지는 교육은 가정과 학교, 시나고그(유대교 회당), 그리고 사회가 한 덩어리가 돼 힘을 쏟는다. 이스라엘에서 11년째 살고 있는 홍경수(45) 씨는 "이스라엘의 가장 큰 장점은 공동체 의식이라고 생각한다"며 "이스라엘 유대인 전체가 하나의 큰 가족이라는 것을 느낄 수 있다"고 했다. 학생 개개인을 인격적으로 대하며, 민족의 일꾼이자 재목으로 키우고자 하는 게 이스라엘 교육 현장 분위기다. 이 같은 교육 덕분에 작은 솔방울과 같던 어린이가 온갖 날짐승이 날아들고 궁궐을 지을 수 있는 큰 소나무로 성장하게 되는 것이다. 아랍 국가와의 대치 속에서 이스라엘이 성장한 비결은 국가 인재 양성에 주안점을 둔 교육에서 찾을 수 있다.
◇"이민자들의 '다름' 인정하는 게 이스라엘 교육의 첫걸음입니다"…리나 코헨 테판스쿨 교사
"교사라고 해서 학생들에게 자신의 감정을 숨기지 않아요. 솔직하고 자연스럽게 감정을 드러냅니다. 그래야만 학생-교사 관계가 자녀와 부모처럼 될 수 있습니다."
테판스쿨에서 25년 동안 미술교사로 근무하면서 학교 도서관장과 학교 홍보 업무까지 맡고 있는 리나 코헨(사진) 교사. 그녀는 "테판스쿨 교사들은 부모와 같은 마음으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스라엘은 건국한 지 얼마 안 된 젊은 나라이고, 세계 곳곳에서 온 이민자들이 많은 나라입니다. 개성이 강하다 보니 문제도 있을 수 있지만 개성과 다름을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게 이스라엘 교육의 첫걸음이라고 생각합니다."
테판스쿨은 틀에 박힌 교육 대신 학생들에게 창의성을 불어넣는 데 주암점을 두고 있다는 게 그녀의 얘기다. 코헨 교사는 "학부모와 교사가 수시로 만나 학생을 위한 교육 방안을 같이 고민하고 의논해 해결책을 찾는다"며 "학생들의 재능과 장점을 계발해 그들이 원하는 바를 성취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했다. 그녀는 "학생은 하나의 인격체"라며 "학생과 교사가 사람 대 사람, 같은 인격체로서 관계를 맺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했다. 두 아이가 테판스쿨을 졸업했고, 자녀 한 명이 재학생이어서 학부모이기도 한 코헨 교사는 "자녀들이 사회에 공헌하며 사는 사람이 되기를 바란다"며 "이 같은 마음은 학생들에게 바라는 사항"이라고 말을 맺었다.
◇이스라엘 교육 5대 포인트
1)등급 없는 성적표
토론이 핵심… 이스라엘 교육의 토대가 된 것은 '탈무드'다. 랍비와 제자의 대화를 통해 깨달음을 주는 탈무드의 고갱이는 '토론'이다. 학문은 외우게 하는 것이 아니라 창의적으로 생각하게 해 스스로 그 해답을 찾을 수 있어야 한다는 유대인의 생각도 탈무드에 뿌리를 두고 있다. 토론에 주안점을 둔 초'중'고교 12년 과정을 마친 학생은 세계 최강의 경쟁력을 갖추게 된다는 것이 이스라엘 교육자들의 자랑이다. 철저한 토론식 수업으로 쌓은 내공 덕분이다. 교사가 학습 과제를 내놓으면 기다렸다는 듯이 같은 조 급우끼리 다투듯 토론을 벌이고, 그다음 교사와 일대일로 토론을 벌인다. 모든 학생은 3개월에 한 번씩 발표회를 갖고 자기주장을 펴고 평가받는다. 이것이 유일한 성적이지만 성적표에는 순위도 등급도 없다.
2)수학보다 인성
인격 교육 우선… 교육 가운데 기술교육을 제일 뒷순위에 두고 있다. 과학, 수학 등의 '기술교육'은 인간교육을 어느 정도 달성한 뒤에 역점을 둔다고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니다. 철저하게 창의력을 발굴하고 인내심과 용기, 분석력, 판단력 등 인간의 잠재력을 키울 수 있는 기초적인 것에 관심을 갖고 여기에 교육 역량을 집중한다. 교사-학생 관계가 인격적인 유대로 굳게 맺어져 있다. 인격 형성의 중요 기간을 유년'초등교육 기간으로 잡고 이 기간에는 경쟁위주 교육을 탈피, 자유'자연교육에 치중한다. 유년'초등교육은 인간성 형성교육에 중점을 두고 있다.
3)학부모 출석 95%
학부모 참여 활발…학교와 학부모 사이가 이스라엘처럼 밀접하게 협조 되는 것을 다른 나라에서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다. 매월 1회 이상 반별로 학부모들이 저녁에 학교에 모이는데 출석률이 95% 이상이다. 학부모 중 아버지들이 20% 이상 참여하는 것도 특징이다. 학부모들은 담임교사로부터 아이들의 성장 과정과 문제점, 협조사항 등을 청취한다. 교사의 권위가 대단해 학부모를 대하는데 겸손하면서도 학생 지도에 있어서는 거리낌 없이 자신의 의견을 표출한다.
4)방학 땐 농장으로
사회 공부… 방학기간을 이용해 2주간씩 학생들을 사회 각 기관, 상점, 농장 등에 보내 사회 구성원이 하는 일들을 실습케 한다. 부잣집 자녀라도 제과점 또는 음식점 점원, 농장 농사일, 사무실에서 사환 일을 하는 등 다양한 일을 하도록 한다. 평생 처음 노동의 대가로 받은 임금을 부모에게 효도하는 자금으로 쓰는 것이 대부분이다. 학생 때 사회와 접하며 사회 공부를 미리 할 수 있다.
5)고교생 군사훈련
애국심 불어넣기… 이스라엘 고등학교 특징 중 하나는 국방 의식을 돋워주는 현장교육프로그램이다. 고등학교 학생들은 남녀구별 없이 야영 유격훈련을 2주일씩 하게 되어 있다. 군 지휘관의 지도 아래 야영시설을 갖추고 그곳에서 공동체 생활을 하며 사격'유격훈련을 한다. 적진에 뛰어들어 공격하거나 침략군을 격퇴하는 실전훈련까지 한다. 청소년들에게 애국심과 안보 의식을 길러주기 위한 교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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