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블채널 tvN 드라마 '응답하라 1988'이 지난 16일 국내 케이블채널 방송 사상 최대인 평균 19.6%의 시청률을 기록하며 막을 내렸다. 이날 순간 최고 시청률은 21.6%까지도 나왔다. 이 드라마가 시청자들을 TV 앞에 붙잡아 둔 요소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익히 알려진 요소다. 1980년대 삶의 향수를 진하게 불러일으키는 소재들을 끌어들였다는 점이다. 또 하나는 배우들이 지역 말로 창조해낸 재미있는 캐릭터다.
이 드라마에 동일네 셋방 윗집에 사는 성균 역으로 출연한 김성균은 대구 출신 연기자다. 이 드라마 시리즈의 전작인 '응답하라 1994'에서 경남 삼천포(현재 사천 지역) 출신 대학생 역을 맡아 구수한 지역 말로 순박한 이미지를 탁월하게 표현하며 스타덤에 올랐다. 고향 말로 스타가 된 셈이다. 배우 오달수도 대구에서 태어났다. 지역 말 억양에 이 배우만이 표현할 수 있는 독특한 말투를 입혀 개성 있는 인물을 창조해내면서 지난 한 해 동안 3천만 영화 관객을 불러모은 배우가 됐다. 시트콤 '순풍산부인과'로 유명한 탤런트 오지명 선생은 대구상고를 졸업한 우리 지역 출신 연기자다. 코믹한 인물을 탁월하게 표현하는 오지명 선생도 지역 말 습관을 버리지 못했다. 우리 지역 말에 배우로서의 독특한 말투를 입혀 그 누구도 흉내 낼 수 없는 캐릭터를 창조했다.
예전에는 배우가 극 중 인물의 대사를 반드시 표준어로 전달해야 한다는 원칙이 있었다. 그러나 이제 연극 무대, 영화, 드라마에서 배우들이 지역 말을 사용하는 것이 자연스러운 시대가 됐다. 표준어로 등장인물을 표현해야 한다는 배우 표현의 원칙이 무너지고 있는 셈이다. 부산 출신 연출가 이윤택은 '오구 죽음의 형식'이라는 연극을 들고 서울에 입성하면서 배우들에게 지역 말을 그대로 사용하게 했다. 표준어로만 대사를 구사해야 한다는 관념을 깨면서 지역 말도 연극 무대에서는 배우가 표현하는 표준어가 될 수 있다는 인식이 퍼지는 계기를 만들었다. 오히려 지역 말의 말투를 그대로 살려서 표현하는 배우가 더 자연스럽고 개성 있는 인물을 창조할 수 있게 됐다.
'연기'(演技) 수업을 진행하다 보면 학생들한테 이런 질문을 받는다. "교수님! 표준어로 대사를 하면 어색해요. 그냥 지역 말로 하면 안 됩니까?" 이럴 때마다 지역 말을 쓰라고 한다. 극에 방해되지 않는 선에서 훨씬 자연스럽고 살아있는 인물을 창조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배우에게 표준어는 절대적으로 표현해야 하는 언어에서, 역할에 따라 활용되는 말로 바뀌고 있는 것이다. 이제 우리 지역 말이 연극 무대, 영화, 드라마에서 대세인 시대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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