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교육 없는 자녀 교육 실천 공모전' 대구 최우수상 남경애 씨 사례

입력 2016-01-18 00:01:00

엄마는 그저… 계속 질문하고 대화했다

네 명의 자녀를 사교육 없이
네 명의 자녀를 사교육 없이 '엄마표 공부법'으로 기르고 있는 남경애 씨와 둘째 딸 이효주 양이 거실에 마련된 책장 앞에서 책을 읽고 있다. 어머니 남 씨는 어릴 때부터 의도적으로 학습된 질문을 하면서 끊임없이 대화를 하고 책을 가까이하도록 한 것이 아이가 자라서 자기 주도적인 학습을 할 수 있는 습관으로 연결된 비결이라고 했다. 남경애 씨 제공
효주 양이 스스로 공부하며 정리한 과목별
효주 양이 스스로 공부하며 정리한 과목별 '나만의 노트'

#1"가을이 되면 왜 나뭇잎이 떨어질까? 그건 나무가 수분이 부족한 겨울에 대비해 나뭇잎으로 수분을 뺏길까 봐 미리 잎을 떨어뜨리는 거야." "그런데 모든 나무가 그렇지 않아. 소나무처럼 겨울에도 잎이 푸르고 떨어지지 않는 나무도 있어. 겨울에도 잎이 푸른 나무를 상록수라고 해. 상록수는 항상 푸르다는 뜻이야."

#2"효주야, 천장을 한번 봐." "엄마, 천장에 물방울이 있어." "물방울이 어디서 생겼을까?" "……." "수증기가 올라가서 차가운 천장에 부딪히면서 다시 물방울로 변한 거야. 목욕탕에 가도 천장에서 물이 떨어질 때 있었지?"

언니에 비해 말이 좀 늦었던 아이를 위해 엄마가 선택한 것은 끊임없는 이야기였고, '우유가 먹고 싶구나'처럼 완전한 문장으로 대화를 하는 것이었다. 목욕을 할 때는 물에 대한 성질을 들려줬다. 아이는 물이라는 대상이 샤워기에서 나오는 액체, 욕실 천장으로 올라가는 기체, 냉장고 속의 얼음으로 상태가 변하는 것에 관심을 갖게 된다.

바깥놀이를 할 때도 과학적인 이야기를 많이 해 주었다. 문제집만 눈앞에 없을 뿐이었지 바로 '엄마표 선행학습' 육아법이다. 이러한 육아 방식 덕분인지 아이는 수학, 과학을 특히나 좋아하는 아이로 자랐다.

지난해 말 대구시교육청이 주최한 제3회 '사교육 없는 자녀 교육 실천 사례' 공모전에서 최우수상을 받은 남경애 씨(45'대구시 중구 삼덕동)의 이야기다. 전업주부인 남 씨는 네 자녀(고2, 중2, 초1, 6세)를 두고 있다. 이번 공모전에서는 경북대사대부설중 2학년에 재학 중인 둘째 딸 이효주 양의 사례를 중심으로 들었다, 예비 고3인 큰딸이 최근 수학학원에 다니는 것을 제외하고는 남 씨의 자녀 모두가 어릴 때부터 사교육 도움 없이 '엄마표 공부법'을 실천해 오고 있다.

◆엄마의 전략적인 육아, 끊임없는 대화와 의도적인 질문

남 씨는 "엄마가 말로써 다 교육할 수 있다"고 했다. 이를 말로 하는 엄마표 선행학습이라는 것이다. 엄마가 자녀에게 어릴 때부터 '계획적이고 의도된 학습적 질문'을 함으로써 자기도 모르는 사이 학습을 경험하도록 유도했다.

딱히 엄마가 교육의 전문가라서 가능한 것이 아니다.

"한솔아, 빨래를 분류해 줄래? 양말은 양말끼리, 수건은 수건끼리."

'분류'라는 단어를 50개월인 아이에게 의도적으로 사용했다. 아이는 끼리끼리 묶어보면서 분류의 개념을 몸으로 익히게 된다.

남 씨는 "부모가 대화할 때 어려운 말을 사용해도 아이는 상황을 보고 그 말뜻을 이해하는 경우가 많다"면서 "학습 내용을 조금만 인지하고 아이와 대화하면 된다"고 했다.

그녀는 자신의 육아 방침을 ▷아이를 완전한 인격체로 대하기 ▷질문에 건성으로 대답하지 않기 ▷이야기할 때는 아이와 시선을 맞추고 끝까지 들어주기 ▷유아어 사용하지 않기 ▷부모의 스케줄을 미리 이야기하기로 설명했다.

이와 같은 육아의 원칙을 몸소 지키니 아이가 주변 상황을 잘 이해하고 말을 끝까지 경청하며, 관찰력과 이해력 그리고 사고력과 공감능력이 함께 자라는 것을 체감할 수 있었다.

◆독서는 사고력의 씨앗…TV 없애고, 거실을 도서관처럼

효주네 가족은 지난 2013년 영천에서 대구 중구로 이사를 왔다. 집 주변이 대구 도심이었지만 중앙도서관, 중구 영어도서관, 느티나무도서관, 학교 도서관에 둘러싸여 있으니 좋은 교육환경이라고 생각했다. 가족은 평소에도 독서가 모든 학습의 기초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던 터라 도서관이 많다는 것 자체로도 행복했다. 3년 동안 효주 가족은 2천여 권의 책을 빌려 읽었고, 지난해 책의 날 행사에 다독가족상을 받기도 했다.

효주의 독서 습관은 2008년 초등학교에 입학하면서 굳어졌다. 4학년인 언니를 기다려서 함께 하교하느라 효주는 2, 3시간을 학교 도서관에서 책을 읽었다. 이렇게 초등학교 6년 동안 이어진 독서의 힘이 효주가 학원을 다니지 않고도 좋은 성적을 유지할 수 있는 자양분이 되고 있다.

이사를 오면서 TV를 없앴다. 처음엔 모두가 반발했으나 차츰 시간이 지나자 아이들은 거실에 꽂힌 책을 보기 시작했다. 방방마다 책장이 있어서 어디서나 책이 먼저 눈에 들어오는 환경을 만들어 줬기 때문이다. 어린이집을 다니지 않는 막내도 누나들이 모두 학교에 간 사이 자연스럽게 책을 집어든다. 중학생이라고 중학 필독서만 읽으라고 강요하진 않는다. 어른이 읽어도 감동을 주는 책들이 많기 때문에 그림책, 학습만화 등 장르를 구분하지 않고 읽도록 한다.

◆습관이 된 자기주도 학습, 어려움 이겨내는 힘

"자기주도 학습을 하니까 어려운 문제도 겁내지 않고 도전하게 돼요."

효주는 평소 수학, 영어 과목 위주로 학습을 한다. 수학은 매일 문제집 분량을 정해놓고 풀이하는데 모르는 문제도 혼자 해결하도록 시간을 준다. 이런저런 방법으로 고민하다가 어려우면 답지를 보고 스스로 연구하도록 한다. 그래도 이해가 힘들면 학교 선생님께 도움을 받고 있다. 영어는 '닥터 Who' '겨울왕국' 등 좋아하는 영어 드라마를 보면서 듣기 실력을 쌓고 있다.

학교 시험 발표가 나면 학습 방법이 조금 달라진다. 시험공부의 1순위는 교과서 정독. 특히 국어, 역사, 과학은 교과서를 3번 이상 읽는다. 수업 시간에 많이 나눠주는 프린트물을 꼼꼼히 체크하고 이해하는 것도 중요하다. 교과 내용이 이해되면 엄마가 질문하고 아이가 설명을 하도록 해서 개념 정리에 도움을 준다.

마지막으로 나만의 노트를 정리한다. 노트 정리를 하면서 문제 유형을 파악하기 위한 문제풀이로 최종점검을 한다. 엄마는 그저 편안한 마음을 유지한 상태에서 시험을 칠 수 있도록 격려해 준다.

사실 효주는 지난해 1학기 중간고사에서 시련을 겪었다. 실수로 가방에 휴대전화를 넣어둔 것 때문에 첫날 시험 세 과목이 영점처리된 것이다. 과학고 진학을 염두에 두고 있던 터라 결과는 치명적이었지만, 낙담은 오래가지 않았다. 효주는 오히려 "엄마만 괜찮으면 극복할 수 있다"고 위로했고, 규칙 준수의 중요함을 깨닫는 계기가 되었다고 했다.

어머니 남 씨는 "어릴 때부터 많은 대화를 하며 지냈기에 창의적이고 주도적인 아이로 자라 '중2병'을 겪지 않았다고 생각한다"면서 "평안한 마음이 학업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고 있으며, 어려움을 만나도 좌절하지 않고 시련을 잘 이겨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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