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옥으로부터의 사색' 저자 신영복 교수 별세

입력 2016-01-16 17:33:29

빈소 성공회대에 마련…영결식 18일 오전 11시'처음처럼' 개정신판 다음달 출간 예정

감옥에서 20년을 보내면서 가진 생각과 소회를 담은 책 '감옥으로부터의 사색' 등으로 유명한 신영복 성공회대학교 석좌교수가 15일 오후 서울 양천구 자택에서 별세했다.향년 75세.

 16일 성공회대와 출판사 돌베개 등에 따르면 신 교수는 2014년 희귀 피부암 진단을 받고 투병 중이었으며 암이 다른 장기로 전이되면서 끝내 숨졌다.

 신 교수는 15일 오후 9시 30분께 자택에서 호흡이 멈추고서 인근 이대목동병원으로 옮겨져 11시 47분 최종 사망선고가 내려졌다.

 경제학자인 신 교수는 서울대 경제학과와 동 대학원을 졸업한 뒤 육사에서 경제학을 가르치는 교관으로 일하던 중 1968년 '통일혁명당' 사건으로 무기징역형을 선고받았다.그는 20년 20일을 복역하다가 1988년 광복절 특별 가석방으로 출소했다.

 1989년부터 성공회대에서 정치경제학,사회과학입문,중국고전강독을 강의한 그는 1998년 사면복권됐다.

 그가 출소한 날 나온 책이 그가 20년간 수감생활을 하며 느낀 한과 고뇌를 230여장의 편지와 글로 풀어낸 '감옥으로부터의 사색'이다.

 그가 감옥에서 온몸으로 부딪힌 밑바닥 세상에 대한 공감과 연민을 절제된 문장으로 풀어낸 이 책은 큰 인기를 얻으며 그의 이름을 대중에게 각인시키는 계기가 됐다.

 이후 출간한 '나무야 나무야','더불어 숲 1·2','강의-나의 동양고전독법','처음처럼','변방을 찾아서' 등도 베스트셀러 명단에 올랐다.

 신 교수는 학자이자 작가로서 뿐만 아니라 '신영복체'로 불리는 글씨체로도 유명했다.소주 브랜드 '처음처럼'이 그의 글씨체를 사용해 높은 판매기록을 올리자 한동안 기업 광고나 건물 현판을 그의 글씨체로 제작하는 것이 유행했다.

 신 교수는 이 글씨를 써주고 받은 돈 1억원을 대학에 장학금으로 기부했다.

 신 교수는 2006년 성공회대에서 정년퇴직한 이후에도 석좌교수로 강의를 계속했으나 2014년 암 진단을 받아 그 해 겨울학기를 마지막으로 강단에서 내려왔다.

 지난해 4월 '신영복의 마지막 강의'라는 부제를 단 '담론'이 출간됐으며 이 책이 나오면서 신 교수의 투병 소식이 공개됐다.

 25년 동안 성공회대에서 강의한 내용을 바탕으로 쓴 이 책은 그의 사상을 집대성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 책은 동양고전의 명저인 '시경','주역','논어','맹자','한비자'를 바탕으로 현대사회를 읽어내는 제1부 '고전에서 읽는 세계 인식'과 20년의 수형생활에서보고 느끼고 배우고 깨달은 바를 엮은 제2부 '인간 이해와 자기 성찰'로 구성돼 있다.

 그는 이 책에서 '감옥은 대학'이라며 교도소에서 보낸 20년 세월은 실수와 방황과 우여곡절의 연속이었으나 다른 한편으로 배움과 깨달음의 여정이기도 했다는 감회를 밝히기도 했다.

 고인의 장례는 성공회대 학교장으로 치러진다.빈소는 16일 오후 2시 이 학교 대학성당에 차려져 매일 오후 10시까지 조문을 받을 예정이다.

 영결식은 18일 오전 11시 엄수된다.

 유족으로는 부인 유영순(68)씨와 아들 지용(26)씨가 있다.

 한편 출판계에선 신 교수의 자취를 기리기 위한 책이 잇달아 나올 전망이다.

 1994년 '중국역대시가선집'을 시작으로 20년가량 신 교수의 책을 낸 출판사 돌베개는 다음달 '처음처럼' 개정신판을 출간한다고 밝혔다.

 돌베개 담당자는 "신 선생님께서 새로 많은 글과 그림을 추려 원고를 건네주셔서 '담론'과 더불어 선생님의 유작이 되는 셈"이라고 밝혔다.

연합

최신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