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칼럼] 발상치복(發祥致福)

입력 2016-01-16 00:01:00

병신년을 맞이하였습니다. 우리의 일상이라는 것이 어제나 오늘이나 다가올 내일이나 뭐 별다를 것이 없듯이 2016년 새 달력을 벽에 건다는 것밖에 뭐 그리 별날 것도 없으련만 우리의 삶은 새롭게 시작되는 것에 큰 의미를 부여합니다. 소승의 삶이 단조로워 이렇게 생각할지도 모르겠습니다.

사찰에서는 음력을 중심으로 법회를 열다 보니 그리 분주하지 않지만 "복 많이 받으세요"라는 인사로 신년 분위기를 냅니다. 서로에게 복 많이 받을 것을 가벼운 선물 교환하듯 주고받습니다.

인간은 누구나 자신의 행복을 추구하며 살아갑니다. 그러면서도 무엇이 행복한 것인지 잘 모르겠다는 사람들도 많습니다. 그것은 이 사회가 지향하는 것이 물질적인 욕망에 치우쳐 있어 지금 가진 것으로는 만족할 수가 없기 때문일지도 모릅니다.

'부자와 구두장이'이라는 동화 한 편을 소개할까 합니다.

구두장이는 가난했지만 늘 행복했습니다. 해진 구두를 바느질하면서 항상 즐겁게 콧노래를 불렀습니다. 동네 아이들도 구두장이 노랫소리에 즐거워 늘 구두장이 주위로 몰려들었습니다. 동네 이웃에 큰 부자가 살고 있었는데, 부자는 매일 밤새 금화를 세다 아침에야 잠이 드는데 구두장이의 콧노래가 시끄러워 잠을 잘 수가 없었습니다. 부자는 궁리 끝에 구두장이를 불러 금화 한 보따리를 줬습니다.

한 보따리 금화를 받아서 집으로 온 구두장이는 금화를 세느라 하루를 보내고 구두장이일도 그만두게 되었습니다. 생전 처음 많은 금화가 생긴 구두장이는 금화를 세다 안고 자기도 하고, 밤이 되면 금화를 숨길 곳을 생각하느라 고민에 빠졌습니다. 다락에 숨겼다가 굴뚝으로 옮겨보고, 닭장에 숨겨보기도 하고, 땅에 돌을 덮고 묻어보기도 하며 온통 '누군가가 금화를 훔쳐가지 않을까' 하는 걱정에 잠도 잘 이루지 못하고 콧노래는 당연히 부를 수가 없었습니다. 무엇보다 아이들이 더 이상 찾아오지 않는다는 것이 더욱 괴로웠습니다. 아이들은 창문 밖으로 구두장이가 금화를 세다 끙끙대는 모습을 바라보았습니다. 결국 구두장이는 세상에서 처음 가져본 한 보따리 금화를 부자에게 되돌려주게 됩니다. 그러고서야 다시 구두장이는 구두 수선을 하며 콧노래를 부르게 되고 행복을 찾게 된다는 이야기입니다.

동화책이라 유치한 내용 같지만 여러분이 구두장이라면 어떻게 했을까요? 사람마다 각자 타고난 재능이나 환경이 다릅니다. 그러나 사회가 성공의 척도를 오로지 부와 권력으로 편가르고 있어서 자신의 능력보다 더 높은 곳을 향하여 전진하려고만 합니다. 자기가 진정 하고 싶은 일은 뒷전이고 오로지 사회가 필요로 하는 성공을 향해 헌신하고 희생합니다.

채근담에 이런 말이 있습니다. '성공이란 내가 하는 일에 최선을 다하는 시간 곧 그 시간이 성공이다.' 각자가 주어진 역할을 제대로 하게 되면 질서 있고 조화로운 사회가 될 것입니다. 구두장이가 그 많은 금화를 부자에게 돌려주고서야 즐겁게 콧노래를 부르며 행복을 찾았던 것처럼 우리 각자 제 역할을 넘어서는 것이 문제가 되고 갈등이 되는 것입니다.

부처님은 생명본위의 사상으로 만물의 평등을 말씀하셨습니다. 생명이 있는 것은 무엇이나 소중하다는 것입니다. 그 안에서 사람은 인격으로 존중받고 존엄한 모두가 차별 없이 평등한 것입니다.

병신년 새해를 맞이한 여러분, 모두가 차별 없는 인권이념으로부터 우리를 돌아봅시다. 각자 주어진 임무에 충실하고 필요 이상의 권력남용으로 사회질서가 문란하지 않도록 스스로 절제하는 성숙한 인격을 갖추어 봅시다. 그 안에서 스스로를 즐겁게 하고 상서롭게 하여 복된 한 해를 살아봅시다.

'다른 사람을 위하는 것이 제아무리 뜻있는 일이라 해도 그것을 핑계로 그대 자신의 의무를 소홀히 하지 말라. 자기 자신의 의무를 분명히 알고 그 주어진 의무에 최선을 다하라.-법구경

최신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