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공고 '자서전 교내 전시회' 1학년 120명 소책자로 묶어 내

입력 2016-01-11 00:01:00

반별 모음집은 판매, 장학금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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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자서전 책쓰기 교내 전시회'에 자서전을 전시하고 판매한 대구공고 기계과 1학년 학생들. 대구공고 제공

대구 한 특성화고등학교가 자서전 책쓰기 전시회를 열어 눈길을 끌고 있다.

최근 대구공업고등학교는 지난 한 학기 동안 학생들이 쓴 자서전을 전시하고 판매하는 '자서전 책쓰기 교내 전시회'를 진행했다. 전시회장엔 소책자로 인쇄된 기계과 1학년 학생들의 1인 자서전 120권과 반별 모음집 8권, 우수작 모음집 2권을 구경하는 학생들로 활기가 넘쳤다. 대구공고는 교사와 학생, 학부모를 대상으로 자서전 모음집을 판매하고, 그 수익금은 학교 장학금으로 활용할 방침이다.

자서전은 죽기 전 과거를 회상하며 쓰는 글이라는 게 일반적인 해석. 하지만 책쓰기 수업을 진행한 이금희 수석교사는 자서전 쓰기는 스스로 만들어 가는 인생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강조했다. 이 교사는 "책 내용이나 수준이 얼마나 뛰어난지와 상관없이 학생 개개인에겐 '세상에 단 하나뿐인 내 책'이라는 가치를 갖는다"며 "일반고에 비해 진로를 더 빨리 결정해야 하는 특성화고 학생들에게 더욱 유익한 활동"이라고 했다.

자서전 책쓰기는 국어, 진로 교과 시간을 활용해 지난 한 학기 동안 진행됐다. 학생들은 자신을 파악하고 드러내는 '나 쏟아내기'부터 ▷주제 정하기 ▷책쓰기 추진 계획서 작성하기 ▷자료 수집 후 이야기 만들기 ▷프로필과 서문 작성하기 등을 통해 책 내용을 구성하고 제목과 표지 디자인까지 정해 각각 20쪽 내외의 책을 완성했다. 학교 측은 이 과정을 모둠별로 진행해 소통하고 이해하는 능력도 키울 수 있게 했다.

글을 쓰는 것 자체를 부담스러워하던 학생들은 시간이 갈수록 재미와 흥미를 느끼게 됐다고 전했다. 책을 쓰면서 그동안의 삶을 반성하는 계기가 됐고 자신에 대한 애정과 성취감을 느꼈다는 이야기도 나왔다.

김왕규 학생은 "매일 지하철을 타고 등교하면서 사람들이 저마다 다른 색깔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느꼈다"며 "문득 나 자신은 어떤 모습일까 궁금해서 알아보고 싶었는데 마침 자서전을 쓰게 된 것은 좋은 기회였다"고 했다.

편집과 전시를 함께 준비했다는 이정희 학생은 "반별 모음집은 아이들끼리 협의해 만들었다"며 "목차와 표지, 제목을 정하고, 맞춤법과 띄어쓰기를 챙기면서 편집까지 함께 하다 보니 가장 좋은 방안을 자연스럽게 찾을 수 있었다"고 했다.

대구공고 측은 학생들이 진로를 선택하는 데 이 같은 경험은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했다. 대구공고 기계과는 2학년이 되면 도제반과 비도제반으로 나뉘기 때문에 1학년을 마치면서 자신의 진로를 선택해야 한다.

이곳 신영재 교장은 "자신의 관심사와 열정이 무엇인지 아는 것은 진로를 선택하는 데 중요한 기준이 된다"며 "1학년 때 자서전 책쓰기를 경험하면서 학생들이 주체적이고 현명한 선택을 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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