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병신년' 비하 패러디는 스스로 품격 저버리는 행위

입력 2016-01-08 00:01:00

2016년은 동양의 전통 역법인 60갑자로 따져서 '병신년'(丙申年)에 해당하는 해이다. 특히 12간지에서 아홉 번째이자 '붉은 원숭이'의 해로 길상(吉祥)을 상징해 올 한 해 동안 좋은 일이 많이 있기를 간절히 기원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런데 비속어를 연상하게 하는 어감과 발음을 활용한 저속한 농담이나 패러디물이 남발하고 있어, SNS상에서는 '병신년'을 우스개로 사용하지 말자는 캠페인까지 벌어지고 있다.

해가 바뀌는 연말연시가 되면 인터넷이나 SNS와 TV 프로그램은 물론 평범한 시민들의 술자리에서조차 '병신년'이 조롱의 대상이 되거나 웃음의 소재로 많이 이용되고 있는 것이다. 서로 편하게 주고받는 모바일 연하장에서도 질 낮은 농담으로 '병신년'이라는 말을 덧붙여 새해 벽두부터 불쾌감을 주기도 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SNS에서는 '병신년 소재 농담 NO-캠페인'을 펼치고 나선 것이다.

'병신'은 장애인을, '년'은 여성을 비하하는 말임을 명시하고 '2016년 병신년을 패러디하여 장애인과 여성을 비하하는 일에 함께하지 않겠습니다'라는 다짐 문구를 SNS에 공유하는 것이다. 농담으로 가볍게 던진 한마디에도 상처받고 힘들어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을 기억하고 이를 자제하자는 뜻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신년 연하장은 물론 신년사 낭독에서 '병신년'이라는 단어 대신 '붉은 원숭이해'를 사용했고, 진보 진영에서도 '풍자라는 미명으로 장애인과 여성을 비하하지 말자!'라는 자정 의지를 보인 것도 그러한 우려를 미리 반영한 것이다.

악의없는 비유라도 상처받는 이들이 있다면 이를 버리고, 다른 방법을 찾는 게 삶의 도리라는 것이 양식 있는 사람들의 목소리이다. 그러잖아도 2016년은 정치, 경제, 사회적으로 보다 어려운 한 해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나라 안팎으로도 한국 사회가 중대한 기로에 서 있는 것이다. 이럴 때일수록 '원숭이'처럼 지혜를 모아 역경을 헤쳐나가야 할 처지에 '○○년' 운운하는 비하적인 농담으로 스스로 혼란을 가중시키고 사회의 품격을 떨어뜨려서야 될 일인가. 반성적 성찰이 필요한 연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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