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멧돼지 출몰, 무엇이 문제인가

입력 2016-01-08 00:01:00

얼마 전 강원도 삼척에서 약초를 캐던 마을주민이 멧돼지 공격을 받아 숨졌다. 경남 의령에서도 마을주민이 멧돼지에 물려 중상을 입었으며, 경북 군위에서는 등산객이 멧돼지에 받혀 목숨을 잃는 등 최근 두 달 사이 멧돼지 공격으로 5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이뿐만이 아니다. 몇 해 전 경남 창원에서도 농민이 멧돼지에 받혀 숨졌고, 고속도로에 멧돼지가 뛰어들어 자동차 운전자가 숨지는 사고까지 있었다. 서울의 경우 매일 멧돼지 출몰 신고가 119에 접수된다고 한다. 이처럼 멧돼지 피해가 전국적으로 발생하는 이유는 서식 밀도가 지나치게 높고 먹이 부족에도 원인이 있지만, 수렵 정책에 더 큰 문제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환경부 자료에 따르면 멧돼지 적정 서식 밀도는 100㏊당 1.1마리이지만 전국 평균 4.3마리가 서식하고 있고, 전북은 7.2마리, 경남은 6.2마리가 서식하고 있어 전국 평균보다 크게 높다고 한다.

그러나 멧돼지 서식 밀도는 인구(人口)조사처럼 가가호호 방문하여 조사하는 것이 아니라 조사구 안의 멧돼지 족적, 배설물 등을 가지고 판단하기 때문에 행동반경이 큰 멧돼지 서식 밀도는 정확한 통계가 나올 수 없다. 또한 야생동물에 의한 농작물 피해가 한 해 130억원이 넘고 이 가운데 멧돼지에 의한 피해가 절반이 넘는다고 하지만 신고된 것만 집계한 것이기 때문에 실제 피해는 더 클 것으로 보인다.

이 시점에서 우리는 왜 멧돼지 개체 수가 줄어들지 않고, 피해는 더욱 커지는지 근본적으로 살펴볼 필요가 있다. 멧돼지는 수태 기간이 짧고(150일) 한 번에 8~13마리까지 낳는다. 그리고 현재 자연 생태계에는 천적이 없다. 인위적인 조치를 취하지 않고서는 해법을 도저히 찾을 수 없다는 말이 된다.

물론 밀렵은 엄격하게 금지되어야 한다. 멧돼지의 이동 통로를 따라 올무를 설치하고, 다이메크론 같은 무색무취(無色無臭)한 농약을 먹이에 섞어 한꺼번에 꿩'오리 같은 조류를 수십 마리씩 잡음으로써 생태 환경을 파괴하는 주범이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전문 엽사를 활용한 멧돼지 수렵 정책이 새롭게 모색될 필요가 있다. 수렵을 잘 모르는 사람들은 총기만 있으면 멧돼지를 잡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실제로는 전문 엽사가 아니면 총기로 멧돼지를 잡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현재 각 지방자치단체는 유해 야생동물 포획을 매년 허가하고 있고, 1년 내내 유해 야생동물 포획을 허가하는 지자체도 있다. 그런데도 멧돼지 개체 수는 줄어들지 않고 수시로 인가에 출몰하여 사람에게 피해를 주고 있다. 그럼 무엇이 잘못됐을까.

환경부는 지난 2003년까지 1년에 2개 도(道)에 수렵 금지를 해제하는 순환 수렵장 제도를 운영해 왔으나, 어느 날 갑자기 군(郡) 단위 수렵장으로 바꿔버렸다. 군 단위 수렵장의 경우는 한 달 정도 수렵을 하고 나면 동물들이 수렵이 금지된 인근 지역으로 피하기 때문에 수렵장 내에는 사냥할 동물이 사라져 버리고 만다.

이렇게 도망간 멧돼지 등은 수렵이 해제되지 않은 인근 농촌이나 마을, 도시로 내려와 사람들에게 피해를 주고, 또 지자체는 조만간 동물들이 달아나 텅 비게 될 지역에 매년 유해 야생동물 포획을 허가하는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다.

또 다른 문제도 있다. 수렵 허가로 얻는 수익금은 적은 데 비해 총포 사고와 민원 발생이 우려된다는 이유로 각 지자체가 유해 야생동물 포획 허가를 꺼리고 있다는 점이다. 따라서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서 수렵을 허가하는 지자체에 인센티브를 강화하고 멧돼지 개체 수를 적정 수준으로 끌어내릴 때까지 도(道) 단위 광역 수렵장으로 정책을 바꾸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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