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웃사랑] 장애가족 부양 조영준 씨

입력 2016-01-06 01:00:03

아들 화상 치료도 벅찬데 협심증 진단 '한숨'

장애가 있는 조영준 씨 부부는 가족에게 계속 일어나는 불행으로 슬픔에 잠겨 있다. 우태욱 기자 woo@msnet.co.kr
장애가 있는 조영준 씨 부부는 가족에게 계속 일어나는 불행으로 슬픔에 잠겨 있다. 우태욱 기자 woo@msnet.co.kr

대구의 한 임대아파트에서 세 살짜리 아들, 청각장애 아내와 함께 사는 조영준(가명'60) 씨. 영준 씨는 지체장애로 걸음이 불편하고, 아내는 바로 옆에서 말하는 소리도 전혀 들리지 않는다. 이들 부부는 자신은 장애가 있어도 아들만큼은 부족함 없이 키우고 싶었다. 하지만 몇 년 전 갓 돌이 지난 아들의 두 차례 화상 수술로 부부는 큰 상심에 빠졌다. 아들에게 신경을 쓴 탓인지 얼마 전부터는 영준 씨 본인의 건강도 나빠져 하던 일마저 그만뒀다. "욕심 없이 산 우리 가족에게 왜 불행이 계속되는지 원망스러워요. 못난 가장을 만나 힘들어 하는 아내와 아들을 보면 눈물이 나요."

◆힘든 생활 중 만난 아내

경북 청도에서 가난한 소작농의 아들로 태어난 영준 씨는 초등학교 졸업 후 바로 생업에 뛰어들었다. 형이 두 명이나 있었지만 어려운 형편으로 어린 시절 뿔뿔이 흩어졌고, 영준 씨는 다른 집의 농사나 집안일을 거들어 주며 하루하루를 살아갔다. 성인이 되면서는 대구로 건너와 일자리를 알아보기 시작했다. 비닐, 가방 공장 등을 떠돌며 일을 했고 점차 가정을 꾸려 안정적인 삶을 살고 싶었다. 그러던 중 공장에서 큰 사고를 당했다. 잠깐 다른 곳에 신경을 쓴 사이 기계로 오른쪽 팔이 말려들어 간 것이다. 접합 수술을 받아 다행히 절단되진 않았지만 지금까지 오른쪽 손가락을 마음대로 쓸 수 없고 팔목까지는 아예 감각이 없다.

"지체장애로 다리가 불편한데 팔마저 쓸 수 없게 돼 너무 절망적이었어요. 젊은 나이에 인생이 다 끝난 것 같았어요."

팔을 다치고 나서 더는 공장 일을 못하게 된 영준 씨는 그때부터 고속도로 휴게소, 기차역을 다니며 장사를 했다. 고무장갑, 수세미 등 생필품을 가득 실은 보따리를 들고 전국을 떠돌았다. 그러다 4년 전 지금의 아내를 만났다. 아버지의 잦은 폭력으로 가출한 뒤 기차역에서 노숙하던 아내를 영준 씨가 안타깝게 여긴 것이다. 노숙하던 아내를 집적대던 다른 불량배들을 영준 씨가 모두 혼내줬다. 영준 씨의 보살핌에 아내도 마음의 문을 열었고 함께 생활한 지 1년이 지나자 금쪽같은 아들도 생겼다.

"평생을 홀로 살아온 제가 반려자에다 예쁜 아들까지 얻었어요. 저에게도 이런 날이 오는구나 싶을 정도로 살면서 가장 행복했던 시절이었어요."

◆가족에게 연이어 닥친 불행

아내와 아들을 집에 두고 영준 씨는 생계를 위해 보따리를 들고 또다시 전국을 떠도는 생활이 계속됐다. 그래도 영준 씨는 힘든 줄 몰랐다. 늦은 나이에 꾸린 가정인 만큼 건강이 허락될 때까지 최대한 돈을 많이 모으고 싶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가정을 꾸린지 얼마 안 가 불행이 찾아왔다. 돌이 지났을 무렵 누군가 복도에 있던 아들에게 뜨거운 물을 붓고 도망가 얼굴과 목, 가슴에 큰 화상을 입은 것이다. 청각장애가 있어 아이의 울음소리를 듣지 못한 엄마가 뒤늦게 병원으로 옮겼고 피부 이식수술을 두 차례나 받았다. "아이가 울고 있었지만 소리를 못 듣고 내버려둔 데 대해 지금까지 아내가 죄책감을 느껴요. 경찰도 수사했지만 아직 범인을 특정하지 못했어요."

당시 2천만원이 넘는 병원비 가운데 상당 부분은 이들 부부를 안타깝게 여긴 이웃들의 십시일반 정성으로 해결했다. 하지만 이때 진 빚 일부는 아직 부부의 마음을 무겁게 하고 있다. 약 6개월의 퇴원 후에도 약값은 만만치 않았다. 대부분 화상 치료약이 의료급여 혜택을 받을 수 없기 때문이다. 화상 흉터에 바르는 연고 값만 한 달에 50만원 가까이 들어간다.

게다가 영준 씨는 푼돈이라도 벌고 싶어도 이제 일을 못한다. 지난해 초부터 가슴에 통증을 느꼈고, 조금만 움직여도 숨이 차 들린 병원에서 협심증 진단을 받은 것이다. 별도의 시술이 필요하다는 진단을 받았지만 검사부터 시술까지 수 백만원이 들어간다는 이야기에 망설일 수밖에 없었다.

"몸에 평생 흉터를 갖고 살 아들과 가족 걱정에 한참 동안 잠을 못 이룰 때가 잦아요. 저라도 건강하다면 밖에서 온종일 일을 해서라도 가족을 편하게 해주고 싶어요."

※이웃사랑 계좌는 '069-05-024143-008(대구은행). 700039-02-532604(우체국) (주)매일신문사 입니다. 이웃사랑 기부금 영수증 관련 문의는 초록우산 어린이재단 대구지부(053-756-9799)에서 받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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