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창] 국제교류

입력 2016-01-05 01:00:06

1954년 대구생. 경북고·서울대. 뉴욕부총영사. 태국 공사. 블라디보스토크 총영사. 우즈베키스탄 대사
1954년 대구생. 경북고·서울대. 뉴욕부총영사. 태국 공사. 블라디보스토크 총영사. 우즈베키스탄 대사

지방자치 시대 국제교류 개선점 많아

시장 개척 땐 한국 주재기관 적극 활용

다문화 여성·전문 통역인 투자 늘려야

丙申年, 원숭이처럼 융통성 발휘하길

2016년 병신년(丙申年), 붉은 원숭이 해다. 원숭이는 영리하고 융통성이 뛰어나 대인관계가 원만하니, 올해는 사통팔방으로 소통하며 네트워킹하는 한 해로 만들어 가면 좋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한국 경제가 안팎으로 활력을 잃어가며 경쟁력마저 예전 같지 않다고 걱정하는 한숨이 드높다. 국내외 상황을 종합적으로 판단한 이성적인 소리일 것이다. 하지만 여태껏 어렵지 않았던 때가 한시라도 있었던가 반문해본다. 때마다 절실하게 난관을 극복해 왔었고, 오늘의 한국을 만들지 않았느냐는 불굴의 가슴 또한 뜨겁다. '할 수 있다'는 용맹일 것이다. 모쪼록 올 한 해는 원숭이의 지혜로 한숨보단 용맹으로 전진하고, 원숭이의 융통성으로 국제교류를 더욱 넓혀 우리 시장을 확대해 나가야겠다.

해외에서 근무하며 시장개척단, 시찰견학단 등 많은 대표단을 만났었다. 대한민국이 목하 지방자치의 시대라 모두 도전적임을 감지하게 된다. 하지만 한두 가지 아쉬운 면도 없지 않았다. 개선해야 할 점을 새해를 맞아 함께 생각해 본다.

첫째로, 해외에 주재하는 한국 기관들을 적극적으로 활용하자는 것을 제안하고 싶다. 지방자치단체에서 해외로 나갈 땐 보통 현지에 진출한 영세한 한국여행사의 도움을 받는다. 다양한 요구를 하기 쉬워서인지, 또는 소통에 어려움이 없어선지 잘 알 수는 없으나, 간과해서는 안 될 부분이 있다. 바깥에 나와 있는 한국여행사란 한국인만의 수요에 전적으로 의지해 영업하는 곳이라 현지에서의 평판은 생각보다 높지 않다는 것이다. 그곳 주류층과 제대로 네트워킹 되지 않는 경우가 많아 일정 주선이나 미팅의 품질이 기대에 못 미치는 경우가 허다하다. 그런 만큼이나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기관들, 즉 대사관, (총)영사관은 물론이겠고, 문화원, 교육원, 그리고 코트라(KOTRA) 해외무역관이나 코이카(KOICA) 해외사무소 등등과 업무 협조를 해야 한다. 그래야 제대로 된 성과를 낼 수 있다. 너무나 당연하지 않은가? 지자체 등에서 국가기관이나 공공기관을 이용하는 게 말이다. 시대는 변했고, 과거와는 달라져 국가기관들이라고 해서 목에 힘을 주지도 않고 오히려 적극적으로 힘을 보태 도와준다는 사실을 잊지 않았으면 한다.

둘째로, 대한민국에서 우리와 더불어 살고 있는 외국인들의 규모가 크고 다양하다는 것이다. 한국사회에는 이미 150여만 명의 외국 출신들이 살고 있다. 그중에도 특히 다문화가정의 여성을 지역을 대표하는 명예 국제자문관이나 명예 영사 등으로 임명하고, 해외에 대표단을 내보낼 때 그 방문지역 출신자를 함께 파견하면 열렬히 환영을 받게 될 것이다. 이렇게 되면 다문화가정의 구성원들은 그동안 느껴왔던 이질감이나 혼자라는 의식을 벗어 던지게 되고, 뭔가 이웃에, 고장을 위해 봉사할 수 있다는 자긍심으로 당당해지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물론 너무나 긍정적인 현지의 반응으로 목표의 반은 시작도 전에 성사되어 버릴 것이다.

셋째로, 통역 문제를 짚어 볼 수 있다. 우리 대표단은 하고자 하는 일의 계획만큼은 알뜰하게 준비한다. 그럼에도 내용을 전달할 입, 즉 통역에 대한 투자에는 너나없이 인색함을 보이곤 한다. 여행사에서 제공하는 유학생 아르바이트생이거나, 현지에 사는 비전문인 우리나라 사람을 통역 정도로 구색만 갖추는 경우가 적지 않다. 쌍방 호혜적인 교류 의도나 계획을 장황하게 설명하지만 통역이 제대로 전달하지 못하면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때로는 우리의 뜻만 일방적으로 얘기하는 것으로 만족하기도 한다. 귀국해서 보고만 잘하면 된다는 생각을 가져서는 안 된다. 국제교류의 높은 질적 성과를 이루기 위해서는 좋은 통역가를 활용하는 데 돈 쓰는 것을 아끼거나 주저하지 말아야 한다.

위안부 문제로 특히 일본과의 관계가 한참이나 소원했다. 최소한 중국과의 관계만큼은 올려야 하지 않을까 싶다. 또 남쪽에는 아세안(ASEAN)이 떠오르고 있고, 서쪽에는 중앙아시아가 꿈틀대고 있다. 눈을 더 크게 뜨자. 세계는 넓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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