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직원들이 새로운 한 해를 열어가는 바람이 담긴 사자성어를 정해달라고 했다. 새해 사자성어를 생각하면서 문득 지나온 나 자신을 되돌아보게 되었다. 공무원 생활을 처음 시작할 무렵 한 선배로부터 상사보다 반 발짝 앞서 가겠다는 마음으로 일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는 조언을 들은 적이 있다.
그 이후 지시를 받기보다 조직 전체의 상황을 먼저 살펴 상사와 동료들에게 아이디어를 제공하고자 노력해 왔으나 여전히 부족하다는 것을 느끼며 '영선반보'(領先半步)를 다시 한 번 생각해 보게 된다.
중국 최대 음료업체인 와하하의 회장이자 중국 최고 부호로 꼽히는 '음료대왕' 쭝칭허우 회장의 유명한 철학으로 '성공하려면 반걸음 앞서가라'는 의미다. 무한경쟁의 스피드 시대에 반걸음만 앞서라는 것은 무슨 뜻일까? '반보'(半步)의 의미는 자기중심적 사고를 경계하고 주위 사람, 소비자 등 주변 상황을 항상 살피고 전진하여 트렌드를 리더할 수 있는 거리라고 해석하고 싶다.
그럼 반보를 넘어 너무 앞서 나갈 경우는 어떨까? 이런 경우 주변으로부터 외면받기 쉽다. 한 예를 살펴보자. 2004년 소니가 LED TV를 야심 차게 선보였지만 실패했다. 너무 앞섰던 것이다. 이후 2009년 삼성전자가 문제점을 보완하고 시장 변화의 시점을 제대로 포착해 다시 LED TV를 내놓아 글로벌 히트 상품으로 만들어냈다. 성공의 가능성은 시장을 주도할 수 있는 반보에 열려 있는 것이다.
영선반보와 함께 새해를 임하는 자세로 '수처작주'(隨處作主)를 강조하고 싶다. '어떤 일을 하든지 주인의식을 갖고 임하면 더 큰 보람과 결실을 거두게 된다'는 의미이다. 맥도날드의 CEO였던 찰리 벨은 바닥을 닦는 아르바이트생으로 시작했지만 어느 위치, 어느 역할이 주어지든 항상 주인 같은 생각과 행동으로 최고가 되고자 노력하여 28년 만에 CEO 자리까지 갈 수 있었다. 주인의식으로 자신의 일을 소중히 여기면 모든 일을 적극적이고 활동적인 자세로 임하게 되고, 자신의 상사, 동료, 경쟁자들을 자신의 페이스로 이끌 수 있게 된다.
이뿐만 아니라 일에 대한 성취감도 높아져 영선반보로 나갈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할 수 있다. 대구지역이 보수적이라는 평을 받는데 이러한 영선반보와 수처작주의 자세로 미래를 준비한다면 재도약의 티핑 포인트(갑자기 폭발적으로 뒤집히는 시점)를 맞이하게 될 것이다.
최근 우리나라 최대 교역국이자 13억 명의 거대 시장을 보유한 중국과 FTA가 발효되었다. 한'칠레부터 한'중 FTA에 이르기까지 14개 협정, 51개국과의 다각적인 FTA 체결은 우리 수출 기업들이 FTA 선점 효과를 누릴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정부의 반보 앞선 행보라 할 수 있다. 덕분에 대한민국의 경제영토는 전 세계 3위로 확대되었다.
2016년 전망은 중국 경제의 불안과 미국의 금리 인상이라는 이른바 'G2 리스크' 등 외부 불안 요인에 의해 한국 경제도 매우 불확실한 상황이지만, 세계 속의 대한민국으로 성장하고 있는 우리나라에 중국과의 FTA는 새로운 전기가 될 것이다. 영선반보와 수처작주의 자세로 한'중 FTA 활용을 위해 빈틈없이 준비해야 하는 혜안이 필요한 시점인 것이다.
2015년 푸른 양의 해에 이어, 올해는 행운을 몰고 온다는 붉은 원숭이의 해다. 질서 있게 무리 지어 평화롭게 뛰어노는 원숭이들처럼 2016년은 수출입 기업들이 수출의 날개를 달아 대한민국의 힘을 과시할 수 있는 밝고 희망찬 새해가 되기를 기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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