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과 건강-충분히 자야 키 큽니다

입력 2015-12-09 02:00:00

사람은 평생 3분의 1을 잠으로 보낸다. 인생에서 가장 많은 시간을 잠에 투자하는 셈이다. 잠은 심신이 건강한 상태를 유지하는데 필수적인 생리현상이다. 수면 중에는 근육과 신경 등이 휴식 상태에 들어가며, 젖산 등 낮에 축적된 각종 피로물질이 분해된다. 또 성장호르몬 등 여러 가지 유용한 호르몬이 분비돼 성장을 촉진하고, 낮은 대사량을 유지해 에너지를 축적한다. 신경계에 쌓인 노폐물을 제거해 능률적인 활동도 할 수 있도록 만든다. 수면의 질이 나빠지거나 수면 시간이 부족하면 신체와 정신에 피로가 누적돼 손이 떨리고 말이 어눌해지며 집중력과 기억력도 떨어지게 된다.

◆적정 수면 시간? 사람마다 달라요

잠은 깊이에 따라 1~3단계로 분류된다. 얕은 잠인 1단계를 거쳐 2'3단계로 진행되며, 3단계가 끝나면 꿈을 꾸는 렘(REM)수면 단계로 들어간다. 렘이란 안구가 급속하게 움직인다는 뜻이다. 렘수면이 끝나면 다시 1~3단계 중 어느 한 단계로 돌아갔다가 다시 렘수면으로 돌아온다. 이 과정은 하룻밤에 4~6회 반복된다.

수면 시간의 첫 3분의 1은 깊은 잠에 집중돼 있고, 깨기 전 3분의 1은 렘수면에 집중돼 있다. 깊은 잠 단계에선 외부 자극 없이 저절로 잠에서 깨는 일이 거의 없다. 깊은 잠은 보통 오전 2시 정도에 끝나고, 그 이후엔 얕은 잠과 렘수면이 반복되는 게 보통이다. 꿈을 꾸지 않는 사람은 없다. 다만 기억하지 못할 뿐이다. 성인은 전체 수면 시간 중 20~25%, 아기는 절반 정도가 꿈꾸는 시간이다.

가장 적당한 수면 시간은 어느 정도일까. 성인의 경우 하루 평균 7∼8시간이 가장 적당하다고 본다. 하지만 모든 이들에게 적용되는 것은 아니다. 네댓 시간만 자고도 다음 날 졸리지 않고 활동에 제약이 없으면 본인에게 적당한 수면 시간이다. 사람에 따라 잠을 자야 하는 시간은 이미 정해져 있다. 따라서 무리하게 잠을 줄이는 것은 건강에 좋지 않다.

◆무리하게 잠 줄이면 아이들 키 안 커요

잠이 부족한 상태가 계속되면 건강을 해치게 된다. 잠을 줄이면 낮에도 미세 수면이 발생해 깜박깜박 졸게 된다. 정신을 차리고 있다고 생각하는 순간에도 미세 수면은 계속된다. 깜박 조는 순간에는 정보의 입력이 차단되기 때문에 뭘 배웠는지, 무엇을 했는지 잘 기억나지 않는다. 졸음운전을 하면 어렵게 목적지에 도착하더라도 중간에 어떤 상황을 겪었는지 잘 기억나지 않는 이유다. 공부한 내용을 잊지 않고 장기간 기억하려면 학습 후에 깊은 잠을 자고 꿈을 꾸면 도움이 된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시험을 앞둔 수험생들이 밤샘 공부를 피하고 적정한 수면 시간을 유지해야 하는 이유다.

성장기에 있는 청소년들은 잠을 충분히 자야 성장호르몬이 제대로 나온다. 성장호르몬은 깊은 잠을 잘 때 분비되기 때문이다. 만약 청소년기에 무리하게 잠을 줄이면 키가 덜 클 가능성이 있다.

특히 고교생이나 대학생은 평균 하루 1, 2시간씩 수면이 부족한 상태에 만성적으로 노출돼 있다. 특히 무리한 입시 준비나 온라인 게임 등으로 낮에는 졸고, 다시 밤을 새우는 생활이 반복되면 학습 능력 저하는 물론, 신체 건강에도 악영향을 끼친다. 따라서 밤잠을 무리하게 줄이기보다는 낮 시간을 짜임새 있게 관리하는 편이 훨씬 더 현명하다.

◆수면무호흡증 반드시 치료해야

대표적인 수면 장애는 잠들지 못하는 불면증과 깨어 있어야 할 낮에 졸리는 주간 졸음증, 수면 중에 발생하는 몸의 움직임이나 이상행동 등이다.

불면증에 걸리면 잠들기 힘들거나 잠이 들어도 자주 깬다. 잠이 부족하기 때문에 낮에 심한 피로감과 집중력 저하, 무기력증을 호소한다. 불면증의 원인은 다양하다. 통증이 있거나 우울증이나 불안신경증이 있어도 잠을 잘 자지 못한다. 원인이 분명하면 원인 질환을 치료하면 불면증도 좋아진다. 불면증의 치료는 인지행동치료가 가장 효과적이다.

수면무호흡증도 편안한 잠을 방해한다. 수면무호흡증이 생기면 밤새 수백 번씩 무호흡 상태를 겪으며 1, 2단계의 얕은 잠만 잔다. 수면의 질이 떨어지기 때문에 피로가 회복되지 않고, 낮에 심하게 졸리고 집중력이 떨어진다. 신체 건강에도 악영향을 미친다. 수면무호흡증은 고혈압과 협심증, 심근경색, 뇌졸중, 식도역류 등의 원인이 될 수 있다.

렘수면 행동장애도 치료가 필요하다. 렘수면 행동장애는 꿈에서 벌어지는 일을 직접 행동으로 옮기는 질환이다. 꿈을 꿀 때 몸의 근육이 풀어지지 않고 힘이 남아 있는 탓이다. 이 때문에 강도를 잡는다며 옆에서 자는 아내를 때리거나, 도망간다고 뛰어가다 벽에 얼굴을 부딪히는 등의 사고를 당하기도 한다.

기면증은 자신의 의지와 무관하게 갑자기 잠이 쏟아지는 병이다. 기면증에 걸리면 대화를 하거나 식사를 하다가도 잠에 빠진다. 기면증이 있는 사람은 웃거나 흥분하면 갑자기 온몸 근육의 힘이 빠지는 '탈력발작'이 함께 나타난다.

김지언 대구가톨릭대병원 신경과 교수는 "잠을 무리하게 조절하려 시도하지 말고 생체 리듬에 맞게 수면을 취해야 한다"면서 "적절하고 건강한 수면은 맑은 정신과 건강한 육체로 보답한다"고 말했다.

도움말 김지언 대구가톨릭대병원 신경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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