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민아의 세상을 비추는 스크린] 옛 영화를 다시 보다

입력 2015-12-04 01:00:03

#모차르트·살리에리 다룬 '아마데우스'

#타임슬립과 멜로의 결합 '이터널 선샤인'

#재즈 마니아 열광한 '부에나 비스타…'

#뱀파이어 로맨스 '렛미인'도 재개봉 앞둬

최근 몇 년간 '변호인' '국제시장' '강남1970' '쎄시봉' 등 영화계에는 복고 코드가 중요한 흥행 요소로 자리 잡고 있다. 이와 더불어 '응답하라' 시리즈 등 TV 드라마와 '무한도전 토토가' '불후의 명곡' '히든 싱어' 등 예능 프로그램들이 계속하여 복고 코드를 재활용하여 성공하고 있다.

이는 기성세대에게는 향수로, 청춘세대에게는 촌스럽지만 신기한데다, 어딘지 정겹게 느껴지는 새로운 감각으로 소비된다. 이러한 현상에 대해 더 이상 새로울 것이 없는 돌고 도는 유행의 한 양상으로, 혹은 출구 없는 경제침체와 함께 퇴행적인 정서를 조성하는 사회적 분위기로 보는 등 다양한 해석이 가능하지만, 어쨌든 '복고 코드'가 현재 대중문화의 키워드임은 분명하다.

이러한 분위기의 일환인지, 최근 재개봉 영화가 러시를 이루고 있다. 모차르트가 활약하던 시대에 빈의 궁정악장이었던 살리에리가 콤플렉스 가득한 시각에서 천재 음악가를 바라보는 이야기를 그린 영화로 아카데미 작품상을 받은 명작 '아마데우스'(1984)가 장기 상영하였다.

현대 로맨스 영화의 최고봉이라 불려도 손색이 없는 영화 '이터널 선샤인'(2004)은 처음 개봉 당시 저조했던 흥행 성적과 달리, 명성은 자자했지만 영화를 미처 보지 못했던 젊은 관객을 끌어들이며 다양성 극장가의 최강자로 승승장구하고 있다. 이 영화는 SF 영화에서나 볼 법했던 타임슬립 코드를 멜로드라마와 결합한 실험적인 이야기 구조로 새로운 장르를 개척했다. 11년 전에는 과거와 미래를 뒤죽박죽 이어 붙인 복잡한 이야기로 인식되던 것이, 디지털 시대, 복잡 서사에 익숙한 관객에게 이해가 어렵지 않은 신선한 구조에다, 사랑의 본질과 운명에 대한 철학적 성찰이 담겨 있어 예술영화를 선호하는 관객층을 사로잡고 있다.

그리고 또 한 편 '부에나 비스타 소셜 클럽'(1999)이 있다. '파리 텍사스'(1984)로 칸영화제 황금종려상을 받은 독일 뉴웨이브의 기수 빔 벤더스가 만든 다큐멘터리로, 벤더스는 로드 무비의 제왕답게 카메라를 들고 머나먼 길을 떠난다. 그가 떠난 곳은 바로 쿠바의 하바나. 20세기 초 아프로쿠반 재즈의 전성기를 이끈 사교 클럽 '부에나 비스타 소셜 클럽'을 다시 재연하기 위해, 미국의 프로듀서 라이 쿠더와 함께 그곳을 찾는다.

라이 쿠더는 쿠바의 실력파 뮤지션들을 하나하나 찾아 나선다. 기타의 콤바이 세쿤도, 보컬의 이브라힘 페레르, 피아노의 루벤 곤잘레스 등 과거의 영광을 가슴속에 품고 각자 음악계에서 은퇴하여 살아가던, 유쾌하고 명랑한 노인들이 다시 모인다. 단 6일간의 녹음으로 완성된 부에나 비스타 소셜 클럽의 앨범은 그래미 어워드 수상, 빌보드 차트 1위, 전 세계 수백만 장의 음반 판매 등 세계 대중음악사에 유례없는 기적의 스토리를 만들어내었다.

빔 벤더스는 저마다 가슴 아픈 사연을 가지고 있지만 낙관적으로 살아가는 노인들이 무대에서 어린아이처럼 기뻐하며 이루어내는 하모니를 감동적으로 카메라에 꼼꼼하게 담았다. 21세기 시작과 함께 세상에는 부에나 비스타 소셜 클럽 열풍이 불어닥치고, 이 아름다운 노인 밴드는 한국에도 찾아와 젊은 쿠반 재즈 마니아들을 열광의 도가니로 몰아넣었다.

그들은 지금은 가고 없다. 그들의 순수한 미소와 유머감각이 어제처럼 생생한데, 영화 속 그들은 여전히 살과 피를 가지고 살아있다. 체 게바라가 활약하던 시절, 쿠바 혁명을 경험했던 영원한 청춘인 늙은 음악인들은 쿠바 시가를 피우며 사랑을 연주한다. 어린아이들이 노인의 연주에 맞추어 춤을 추는 광경이 더없이 사랑스럽다. 가난해도 여유롭고 넉넉한 쿠바 해변 풍경처럼 목소리를 높이지 않는 부드러운 재즈 창법이 시적인 가사에 실려서, 심장 박동을 닮은 퍼커션의 울림과 함께 온 감각을 일깨운다. 익히 들어본 명작을 커다란 화면과 좋은 사운드로 만나길 바란다.

우리에게 주는 소중한 선물이다. 스웨덴에서 만들어진 뱀파이어 영화로 사랑의 고통과 환희를 담아낸 로맨스 영화의 걸작 '렛미인'(2008)의 명성을 이번 주 극장에서 직접 확인할 수 있어, 이 또한 기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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