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 자유무역협정(FTA) 비준안의 국회 통과를 조건으로 여야가 조성키로 합의한 1조원 규모의 '농어업 상생협력기금'을 놓고 여당 내에서 조정하거나 재검토해야 한다는 소리가 나오고 있다. 법적 근거가 미약하고 위헌 소지가 있는 데다 '준조세'라는 비판을 의식한 움직임이다. 하지만 그런 지적은 한중 FTA 비준 동의안이 처리되기 전부터 여러 차례 제기됐다는 점에서 사후 약방문도 아닌 사후 면피용이라는 비난을 피할 수 없다.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는 그런 면피 행보를 잘 보여준다. 김 대표는 지난달 30일 한중 FTA 비준안이 통과된 직후 윤상직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등 정부 관계자들과 만나 "앞으로 FTA를 하지 말라"고 했다. FTA를 할 때마다 재정을 축내는 짓을 할 거면 FTA를 할 필요가 없지 않으냐는 것이다. 이어 2일 열린 최고위원중진연석회의에서는 "한중 FTA와 민생경제 법안 처리 과정에서 국익과 국정이 최우선돼야 하는데 정치적 입장이 선순위가 된 것 같아 아쉬움이 남는다"고 했다.
상생기금 조성 결정에 자신은 무관하다는 투다. 한중 FTA 비준 동의안 처리에 최종 합의한 당사자는 김 대표다. 그리고 1조원 상생기금 조성은 그 합의의 전제 조건이었다. 그래 놓고 이제 와서 이렇게 할거면 FTA를 하지 말자거나 정치적 입장이 앞섰다는 둥 딴소리를 하는 것은 국민을 우롱하는 것밖에 안 된다. 여권의 차기 대권 유력 주자라는 위상에 어울리지 않는 기회주의적 처신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한중 FTA 비준안을 자당의 요구를 관철하기 위한 거래 대상으로 격하한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도 비판받아 마땅하다. 문 대표는 지난달 30일 오후 여야 지도부 회동에서 "한중 FTA 비준안이 처리되면 새누리당은 야당에 큰 빚을 지는 만큼 예산안, 법안 심사 때 그 빚을 꼭 갚아 주기 바란다"고 했다. 국가 전체의 이익이 걸린 한중 FTA 비준안 처리가 여당만의 문제라는 소리다. 이 역시 야권의 차기 대권 주자답지 않다. 이렇게 여당 대표는 면피로 일관하고 야당 대표는 당리당략에 매몰되어 있으니 국민은 어디에 희망을 걸어야 할지 암담하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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