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년에 쌀값 떨어져 멍든 農心…정부 보조금 마저 줄어 '이중고'
2천억원에 달하는 가뭄 대책 비용 때문에 쌀 직불금이 줄어들 위기에 놓여 사상 최악의 가뭄에도 쌀 농사 풍작을 이뤄낸 농민들이 울상이다. 풍작으로 쌀 가격도 떨어지는 데다 정부 수매를 위한 직불금마저 떨어뜨린다면 풍작에도 불구하고 쌀 농가들의 손해가 불 보듯 뻔하기 때문이다.
◆가뭄 대책비와 쌀 직불금 맞바꾸기(?)
최근 정부와 새누리당은 내년 예산 가운데 가뭄 대책 비용으로 2천억원을 증액할 것을 합의했다. 당정은 지난달 11일 국회에서 제2차 가뭄 극복 협의회를 열고 4대강 보와 가뭄 지역을 잇는 도수로 공사를 확대하고, 새 저수지를 준설하기로 결정했다. 당정은 전국 9개 다목적댐 용수 개발 사업비 300억원을 증액하고 공주보와 예당저수지를 잇는 도수로 공사에 415억원을 투입하는 한편, 저수율이 절반에 못 미치는 저수지 178곳의 추가 준설에도 452억원을 쓰기로 했다. 특히 경북 상주보 도수로 공사는 예비타당성조사도 면제하고 관련 인허가 절차도 간소화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또 가뭄 피해가 가장 큰 충남 서부지역의 물 부족 해결을 위해 보령댐 도수로 공사를 내년 2월까지 완공하고, 대청댐과 당진을 연결하는 광역상수도 구간을 내년 1월까지 조기 개통하기로 했다.
당정은 그러면서 올해 쌀 직불금 예산을 2천억원가량 삭감하는 논의를 시작했다. 가뭄 대책을 예비비 등에서 전용할 뜻을 비쳤으나 추경도 없는 상태에서 정부 예산 2천억원의 추가 경비는 다른 예산을 삭감해야 할 형편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가뭄 대책 비용 2천억원과 같은 규모인 쌀 직불금 축소는 가뭄 때문에 쌀 농가에 부담을 주고 있다는 인상을 심어주기에 충분하다.
이 때문에 농가들의 반발이 예상된다. 최악의 가뭄에도 불구하고 농사를 제대로 지어놨는데 가격 하락에 이어 정부 보조금 축소라는 이중고를 감내해야 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올해 벼농사는 대풍이다. 농민들이 땀 흘린 것도 있었으나 가뭄을 이겨낼 수 있는 수리시설도 한몫했다는 전문가들의 전언이다.
대풍으로 인한 공급 과잉으로 쌀 가격 하락이 예상된다. 지난해 5월 기준 올해 쌀 가격은 80㎏당 6천원가량 하락한 상태이다. 농민들 입장에선 하락한 가격이지만 공급량이 많은 만큼 그만큼 더 팔면 된다. 하지만 정부가 과잉 공급을 조정할 수 있는 쌀 직불금을 정치권에서 줄이려 한다는 데 더 큰 문제가 있다. 그래서 일각에선 단비로 해결돼 이미 지나간 문제인 가뭄 때문에 국가 농업 미래만 암울하게 돼 버렸다는 지적이 끊이질 않는다.
◆직불금, 늘려도 모자랄 판
국회 예산 시즌에 쌀 직불금 문제가 암초로 등장한 이유는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가 예산조정소위에서 정부안보다 2천억원을 삭감하는 안을 들고 나왔기 때문이다.
쌀 직불금은 토지 면적에 비례해 농가에 지급하는 고정직불금과 산지 쌀값이 목표가격에 미치지 못할 때 주는 변동직불금이 있다. 변동직불금은 목표가격(80㎏당 18만8천원)에서 당해 10월부터 다음해 1월 평균 산지 가격을 뺀 금액의 85%에서 고정직불금을 제외한 차액이다. 정부는 올해 수확기 평균 산지 쌀값을 80㎏당 15만9천326원으로 전망한 후 내년 4천193억원의 변동직불금 예산을 편성해 국회에 제출했다.
하지만 국회 농축식품위 예산소위에서 야당이 "밥쌀용 수입쌀 물량을 줄이면 산지 가격 하락을 막을 수 있다"며 일방적으로 2천억원을 삭감해 버렸다. 올해 쌀 생산량이 6년 만에 최고치를 찍으며 풍년이 들어 가격이 급락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 같은 결정을 내린 것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올 쌀 생산량은 432만7천t으로 지난해(424만1천t)보다 8만6천t(2.0%) 증가한 것으로 조사됐다. 올해 생산량은 492만t을 기록한 2009년 이후 6년 만에 가장 많은 것이다. 풍년의 영향으로 지난 5일 기준 산지 쌀값은 15만1천644원에 거래되고 있다. 10월 평균가격이 15만8천136원인 것을 감안하면 4.1%가량 하락했다. 지난해 11월(16만6천43원)과 비교하면 8.67%나 떨어졌다.
앞으로 가격이 더 떨어지면 더 많은 예산이 필요하게 된다. 최근 추세라면 내년 2월 변동직불금 지급 규모는 6천억원을 넘어설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고정직불금 8천200억여원과 합치면 1조4천억원이 넘는 '쌀 직불금 폭탄'이 터지는 것이다.
올해 확정된 예산에서 부족분이 발생하면 정부는 예비비를 편성해야 한다. 아직까지 쌀 직불금을 위해 예비비를 편성한 적이 없는 만큼 준비 과정에서 시간이 걸릴 수 있다. 통상 2월에 이뤄졌던 쌀 직불금 지급 시기가 늦춰질 수 있다는 의미다. 이렇게 되면 내년 2월에 돈이 들어올 것으로 예상하고 한 해 농사를 준비하던 농가에서는 돈이 제때 지급되지 않아 큰 혼란이 일어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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