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대기업에서 신입사원이 최종 면접을 본 이야기를 들었다. 면접관은 몇 차례의 관문을 통과한 예비 합격자들을 데리고 불고기 전문집에 가서 함께 저녁을 먹으며 그들의 반응을 살폈다는 것이다. "이 집 고기 맛이 엄청 좋군요" 하면서 주변과 어울려 맛있게 먹는 경우와, "불고기는 ○○에 있는 ○○집이 더 맛있는데…" 등등. 무심코 오가는 대화가 평가의 잣대가 되는 것이다. 당연히 후자는 탈락의 대상이 된다. 이유는 구성원으로서의 협동성과 긍정적인 마인드가 결여됐기 때문이란다.
공동 작업에서 중요한 건 누가 봐도 팀워크다. 팀원끼리 한 목표를 향하여 맡은 역할을 성실히 하면서 조화를 이루어 갈 때 비로소 성공을 거둘 수 있다. 어느 한 사람이라도 너무 튀든지, 부정적이면 곤란해진다. 이를테면 오케스트라의 한 악기가 유난히 큰 소리를 내든가, 틀린 소리를 내면 음악이 아닌 소음으로 전락할 것이 아닌가.
가을에 석양이 질 무렵, 하늘을 가로질러 긴 대열을 지으며 날아가는 기러기 떼를 본 적이 있을 것이다. 보기에 따라 'V'자나 'ㅅ'자를 그리며 날아가는 모습이 아름답다 못해 경이롭다. 과학자들의 이야기를 들어 보면, 앞서 가는 새의 날갯짓은 뒤따라 오는 새들에게 상승기류를 만들어 준다고 한다. 떼를 지어 날 때 혼자서 날아가는 것보다 71%나 더 멀리 날 수 있고 바람의 저항도 적게 받아서 뒤따르는 기러기들이 날기가 쉽다는 것이다. 앞선 기러기가 지치면 그 기러기는 대열의 뒤로 빠지고 대신 다른 기러기가 앞으로 나아가 길잡이 역할을 한다. 뒤에 있는 기러기들이 '끼륵끼륵' 계속 소리를 내는 것은 앞선 기러기들이 힘을 내도록 격려하는 나팔소리와 같은 것이라고 한다.
공통의 방향과 목표를 가지고 함께 일하면 훨씬 능률적으로 목표에 도달할 수 있다는 지혜를 기러기에게서 배울 수 있다. 끊임없이 커뮤니케이션을 하면서 조직과 개인이 방향을 같이한다는 것, 협동의 가치와 중요성이 바로 기러기의 날갯짓과 다르지 않다. 앤드루 카네기도 "조직을 승리로 이끄는 힘의 25%는 실력이고 나머지 75%는 팀워크"라고 말했다.
당신은 지금 혼자서 힘겹게 날아가고 있는 건 아닐까? 공통의 비전을 향해 '나'보다 '우리'를 먼저 생각하며 함께 날아가 보자. 가을을 가을이게 하는 가을의 팀워크, 각자 제 역할에 충실한 가을의 소리를 들으며 막바지 가을을 경건하게 배웅하자.
벼이삭 붓을 들고 가을 소리 그린다.
투닥 투다닥 알밤 아람 버는 소리, 차락 차라락 코스모스 씨앗 여무는 소리, 쎄엣쎄엣 풀벌레 갈잎 베어 무는 소리, 또글또글 가을볕 수숫대 굽는 소리, 끼륵끼륵 기러기 떼 글자 수놓는 소리, 사각사각 가을나무 옷 벗어 개는 소리….
바람은 이 소리 버무려 가을 색 짙게 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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