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대공황기와 2차대전 사이에 태어난 이들을 '운 좋은 세대'라고 일컫는다. 경제활동기 중요한 시점마다 부동산'주식 등 자산가치가 크게 올라 넉넉한 노후의 토대가 된 때문이다. 다음 세대인 베이비붐 세대가 사회민권운동 등에 목소리를 높인 반면 이들은 각자 일상에 몰입하는 성향이 두드러져 '침묵의 세대'로도 불린다.
이들이 한창 일할 때인 1962년부터 1991년까지 미국 경제는 연평균 3.5%씩 성장했다. 하지만 이후 2%대로 떨어지면서 베이비붐 세대와의 경제적 격차도 점점 벌어졌다. 이 세대 가운데 가장 낮은 연령층, 1940년대 초반에 태어난 이들이 60대 중반에 도달한 시기는 대략 2007년쯤이다. 이듬해 미국이 금융 위기로 몸살을 앓았지만 운 좋은 세대는 이마저도 피해갔다.
2013년 국가인구통계를 보면 미국의 65세 이상 노년층 빈곤율은 9.5%다. 역사상 모든 연령층을 통틀어 현재 노인들이 '가장 부유한 세대'로 손꼽히는 이유다. 1959년 당시 65세 이상 노인 빈곤율(35%)과 비교하면 천운을 타고났다.
한국은 어떨까. 우리 60대 이상 고령층은 '운 나쁜 세대'라고 부를 만큼 굴곡이 심한 시대를 살았다. 일제 강점기와 한국전쟁 무렵에 태어나 1970, 80년대 고도 성장기를 보냈지만 부모 봉양과 자식 뒷바라지로 자신을 뒤돌아볼 시간이 거의 없었던 세대다. 자연히 노후를 준비할 여유조차 없었다.
한국은 60대 이상 고령층의 부채 비율이 타 연령층보다 높은 유일한 국가로 나타났다. 한국개발연구원의 '고령층 가계부채' 보고서의 내용이다. 60대 이상 소득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161%로 전 연령대 평균(128%)을 웃돌았다. 비교 대상 15개국 중 가장 높은 수치다. 네덜란드(105.4%), 미국(94.9%)이 다소 높지만 독일(37.5%), 프랑스(16.8%)는 매우 낮다.
한국 노인들은 50대에 이르러서야 부채 감소를 시작하는데 자녀 교육비 지출이 높은 고령층 부채 비율의 주원인이다. 50대 자산의 76%가 부동산 등에 몰린 점, 예상보다 4년 빠른 평균 53세 무렵의 퇴직도 한몫한다. '세대이론'의 권위자인 미국 인구통계학자 닐 하우는 "과거 가난한 층은 노인들이었지만 지금은 정반대"라고 말했다. 하지만 현재 우리가 처한 현실은 정반대다. 빚에 허덕이는 노인이 수두룩한 현실이야말로 '잿빛 새벽'(Grey Dawn'고령화 시대)을 더욱 우울하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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