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근길마다 겪는 괴로운 일상이 있다. 좁은 골목길 가장자리에 차들이 여럿 불법 주차돼 있다. 그 사이에 출근 차량이 일렬로 줄지어 있다.
불법주차 차량도 문제지만, 골목길에서 대로로 먼저 진입하려고 급히 달려오는 차들도 문제가 있어 보인다. 양보란 없다. 그런데 가끔 모범택시 운전기사 한 분이 교통정리 자원봉사를 해 주시는 날은 신기하게도 길이 술술 뚫린다. 마술이라도 펼치신 것일까.
불법주차 단속 시 공무원들이 제일 많이 듣는 말은 '왜 나만 갖고 그래'라는 것을 최근 한 신문에서 본 적이 있다. 또 어떤 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국민 87.6%가 '법을 지키면 손해라는 의식이 사회 전체에 퍼져 있다'고 응답했다. 불법주차 단속뿐 아니라 법이 적용되는 생활 전반에서 남을 배려하고 내가 양보하면 손해라는 의식이 만연하다는 이야기다. 적반하장으로 도로를 넓히든지 주변 환경 배치를 다르게 하라고, 혹은 단속 공무원 수를 늘려야 한다고, '법을 안 지키는 사람들'이 법 탓을 한다. 개인이 조금 더 양보하면 문제가 해결될 수 있다는 사실은 알지 못한다.
이처럼 우리 사회는 양보와 배려를 바탕으로 하는 절충 의식이 미약하다. 절충의 사전적 의미는 '서로 다른 사물이나 의견, 관점 따위를 알맞게 조절하여 서로 잘 어울리게 함'이다. 나의 이익과 안녕만 생각할 것이 아니라 상대방의 입장도 함께 고려하는 것이다. 현재 우리 사회의 떠들썩한 문제들을 살펴보면 조화로운 소통이 없다. 자신의 이기심과 한쪽의 가치관만을 서로가 고수한다. 절충의 부재다.
절충은 결코 자신의 이익과 가치를 배제하라는 의미가 아니다. 오히려 상대방과 조율을 통해 결과적으로 자신의 이익도 극대화할 수 있고 더불어 상생하는 것이다. 출근길 조금 늦어도 서로 양보하면 결과적으로 다같이 안전하고 빠르게 이동할 수 있다. 양보와 배려만 강조하는 개념이 아니다. 내 것을 지키되 상대방과 협상하는 능력이다. 절충 의식이 왜 중요한가, 시대의 요구다. 다가오는 시대의 진정한 발전 가능성은 절충 의식이 바탕이 되어야 한다.
개인의 개성은 다양화되고 한 가지 분야만으로 성장을 이루는 시대는 갔다. 다양한 가치가 맞물려서 공존할 때 경쟁력을 갖춘다. 일방적이고 이기적인 사고방식은 갈등만 증폭시킨다. 절충 의식이 작게는 개인과 가정의 건강한 존속을 만들고 나아가 국가 발전의 기틀을 만든다.
이제 우리는 출근길에 '어쩌다 마주치는 그대'였던 모범운전사를 자처해야 하고 집집마다 키워야 한다. 먼저 부부간에, 부모와 자신 간에 서로의 존재가치를 인정하고 이해하는 시간을 가져보는 것이 어떨까? 절충이 필요한 시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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