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라언덕] 소문조차 안 난 남의 잔치

입력 2015-11-13 02:00:04

최근 문화도시 대구의 가을을 한결 더 풍성하게 하는 대구국제오페라축제가 끝났다. 대구는 올해 13회째를 맞이한 대구국제오페라축제와, 지난 6월 9회째 개최된 대구국제뮤지컬페스티벌(DIMF)을 양대 축으로 내세워 공연문화중심도시를 표방하고 있다.

하지만 유독 올해 오페라축제는 뭔가 썰렁한 분위기라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심지어 문화계 관계자들의 입에서조차 "오페라축제를 하는 줄도 몰랐다"는 사람들이 꽤 많다. 물론 오페라라는 장르 특성상, 대구 시민 중 오페라를 감상하는 인구가 3%에 불과하다는 점을 감안할 때 오페라축제가 개최되는지 여부에 관심조차 없는 사람들이 대다수일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올해 축제는 예년보다 더 썰렁했다.

더욱이 메르스가 한창이던 6월에 열렸던 뮤지컬축제와 비교하면 민망하기 그지없는 수준이다. 올해 9회 뮤지컬축제는 메르스의 영향을 뛰어넘어 관객의 수나 작품의 질적인 면에서도 한층 더 발전을 일궈냈다는 평가를 받았다. 반면에 한창 관객들의 공연에 대한 수요가 급증하는 10월에 열린 오페라축제는 진전은커녕 퇴보만 했다는 평가 일색이고, 시민들의 호응 역시 낮았다.

심지어는 '오페라 대상' 심사위원들 사이에서조차 "상을 줄 만한 작품도, 사람도 없다"는 푸념이 늘어졌다. 상 하나를 두고 여러 인물이 경쟁하는 것이 아니라 상을 주기 위해 대상자를 물색해야 하는 반대의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왜 그럴까? 먼저 급감한 예산 탓을 할 수 있을 것이다. 매년 20억원 규모로 치러졌던 오페라축제가 올해는 국비가 삭감되면서 16억원의 예산으로 예년과 같은 모양새를 만들어내야 했다. 당연히 질적인 면에서 하락할 수밖에 없는 한계를 안고 있었다. 이와 대조적으로 비슷한 20억원 규모였던 뮤지컬축제는 3억원의 추경까지 받아내며 총 예산규모를 23억원까지 불렸다. 

또 하나는 축제를 개최하는 이유에 대한 근본적인 시각차와 고민 부족을 들 수 있겠다. 뮤지컬축제는 올해 독일과 영국, 체코, 대만 등 해외작도 눈길을 끌었지만, 우리 뮤지컬 '투란도트'를 통해 장기공연 가능성을 점쳐봤고, 창작뮤지컬 지원작 4편과 대학생뮤지컬페스티벌 7개 작품을 무대에 올렸다. 뮤지컬축제는 우리 시장을 키우고 창작 기반을 확대하는 데 상당한 비중을 두고 있고, 이제는 그 성과가 서서히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올해 뮤지컬축제는 창작지원 작품 2개가 대구산 작품으로, 이 중 '이상한 나라의 안이수'는 전국 투어 공연을 제안받을 정도로 호평받았다.

오페라축제는 정반대의 길을 걷고 있다. 벌써 13회를 맞이하면서 10년의 세월 넘게 축제가 유지됐다면 상당한 지역의 오페라 제작 인력이 양성되고, 눈에 띄는 가수들이 발굴되어야 하는 것이 당연하다. 그러나 오페라축제에 우리 가수들의 설 곳은 점점 줄어만 간다. 해외 초청작이 늘어서가 아니다. 우리가 제작하는 작품에도 외국 가수 혹은 외국에서 활동하는 가수들의 캐스팅이 줄을 잇고 있고, 창작오페라는 어렵고 난해하다는 이유로 외면받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외국인 가수를 기용하는 것 자체가 나쁘다고 할 일은 아니다. 시민들에게 최고 기량의 노래를 감상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또 우리 오페라가 한 수 배울 수 있는 기회의 장이 된다면 필요한 일이다. 하지만 매번 '속은 것 아니냐' '대구 가수보다 못한 수준을 왜 비싼 항공료와 체류비까지 지불해가며 데려오느냐' 등 뒷말이 무성한 것은 문제가 있다. 한 음악인은 "외국 가수를 캐스팅하는 데 있어 제대로 된 검증 시스템을 갖추지 못했기 때문에 계속 문제가 되풀이되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대구가 공연문화중심도시를 내세우는 이유는 '문화'가 앞으로 대구를 먹여 살릴 하나의 기반이 될 것이라 믿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서는 오페라축제가 '소문조차 안 난 남의 잔치판'이 되는 것이 아니라 '진정한 메이드 인 대구'로 거듭나는 길에 대한 근본적인 고민이 필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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