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고부] 추풍령

입력 2015-11-11 01:00:05

'구름도 자고 가고 바람도 쉬어 가는 추풍령 굽이마다 한 많은 사연….' 경북 김천과 충북 영동 사이에 있는 고개 '추풍령'(秋風嶺)은 우리에게 그 지형적인 특성과 더불어 정서적인 측면이 한결 와 닿는 곳이다. 1960년대부터 유행한 가요 '추풍령'과 미래를 위해 가난과 역경을 헤쳐 나가는 부자(父子)의 모습을 감동적으로 그린 영화 '추풍령'의 배경이기도 하다.

이승하 시인이 '귀향'이란 시에서 노래한 것처럼 '험한 인생행로에 지친 날개를 잠시라도 접을 수 있을 것 같은 곳'으로 추풍령은 그렇게 온 국민의 가슴 속에 자리하게 된 것이다. 영남(嶺南)과 호서(湖西)의 분계로 금강과 낙동강의 분수령을 이룬 추풍령은 문경새재와 더불어 오랜 세월 우리 민족의 애환을 머금은 대표적인 고갯길이다.

숱한 나그네들이 괴나리봇짐에 짚신을 신고 넘나들며 쉬어가던 길목이었으며, 임진왜란 때는 수천 명의 의병이 수만 명의 왜군과 맞서 싸우며 승패를 거듭한 충절의 공간이기도 하다. 김천에서 시작하는 오르막길 50여 리지만 교통이 발달한 오늘날에는 그리 험준한 고개로 느껴지지 않는다. 기차나 버스를 타고 가다 보면 어느새 평지처럼 슬그머니 재를 넘어서는 것이다. 명색이 백두대간 고개인 추풍령은 막상 넘고 보면 그렇게 느릿하게 누워 있다.

하지만 예전에는 증기기관차도 넘기 힘겨웠던 고개였다. 경부고속도로가 개통되고 서울과 부산의 중간 지점인 이곳에 휴게소가 생기면서 추풍령은 여행객들의 현대적인 휴식처로 변모했다. 1971년 문을 연 추풍령 휴게소는 우리나라 최초의 고속도로 휴게소라는 의미도 지닌다.

2012년 11월 복원한 문경 백두대간 이화령 구간에 이어 추풍령의 생태축을 연결'복원하는 사업이 추진된다고 한다. 180억원에 이르는 사업비를 들여 추풍령에 육교형 생태 통로 4곳을 포함한 자연 서식지 복원 사업에 나선다는 것이다. 일제의 경부선 철도 개설로 단절된 백두대간 국토의 혈맥을 연결하는 것은 민족정기를 회복하는 역사적인 쾌거이기도 하다.

추풍령은 백두대간 중 유일하게 고속도로, 철도, 지방도, 국도 4호선 등 4개의 도로와 철도가 교차하는 생태축의 핵심 단절 지점으로 꼽힌다. 구름도 자고 가고 바람도 쉬어 가던 추풍령이 옛 모습을 되찾으면서 자연환경과 생태축이 복원되고, 국토의 지맥 회생으로 국운도 함께 상승하는 전기가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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