年 12억 모아 축제 열고, 해외 박람회 홍보도 직접…'상인들의 힘'
일본 관광산업의 특징은 민간이 중심이라는 점이다. 관광객 유치 인센티브 등 정부나 지방자치단체가 주도해 관광 활성화에 나서는 우리나라와는 상황이 다르다. 정부 지원이 없어도 관광객이 밀려드는 '관광대국'인 덕분이지만 민간 부문에서의 움직임도 활발하다. 일본 여행'숙박 업계는 저가 상품에 맞서 고급화 전략을 추진하고, 상인들로 구성된 민간협회는 지자체의 지원에 의존하지 않고 다양한 관광객 지원 방안을 만들어내고 있다.
◆세계유산과 차로 유명한 우지시
'우지차'(宇治茶)로 유명한 교토부 우지시(宇治市)는 교토시에서 나라현 방향으로 30㎞가량 떨어져 있다. 지난달 27일 찾은 우지시는 평일인데도 관광객들로 북적였다. 이곳에서 가장 유명한 '뵤도인'(平等院)을 찾았다. 깃발을 따라 모여든 중국인 관광객들은 호오도(鳳凰堂)를 들고 빠지길 반복했다. 호오도의 지붕 끝에는 봉황 조각상이 하늘로 날아오를 듯 서 있다. 호오도는 10원짜리 동전 앞면에서, 봉황상은 1만엔짜리 지폐에 도안이 됐을 정도로 손꼽히는 문화유산이다.
우지에서 가장 유명한 건 차(茶)다. 800년 역사를 자랑하는 우지차는 시즈오카와 함께 일본 차의 양대 산맥으로 꼽힌다. 차를 파는 상점 중에는 400년 이상의 전통을 자랑하는 곳도 있다. 우지차는 우려내면 노란빛이 도는 녹색이 된다. 첫 맛은 엷은 쓴맛이지만 목구멍을 타고 넘어가며 단맛이 퍼지면서 특유의 향기를 느낄 수 있다.
지난해 JR우지역 앞 관광안내소를 방문한 관광객은 10만2천467명으로 2013년 4만4천266명에 비해 두 배 이상 증가했다. 그러나 아직 국내 관광객의 비중이 높다. 관광안내소를 찾은 관광객 중 외국인 관광객은 8천443명으로 8.2%에 그쳤다. 우지를 찾는 관광객 대부분은 차 문화에 익숙한 아시아 계통이다. 지난해 JR우지역 앞 관광안내소를 이용한 아시아계 관광객 7천121명 가운데 대만 관광객이 3천238명으로 가장 많았고, 홍콩 1천394명, 중국 1천236명 등이었다.
◆상인'주민들이 만드는 관광도시
우지시의 관광산업은 1987년 상인들이 설립한 자체 조직인 우지시관광협회가 주도하고 있다. 한 해 1억3천만엔인 예산은 대부분 자체 사업을 통해 마련된다. 회원들의 회비와 함께 차를 마시는 정자를 관리하거나 우지 시내 주차장을 위탁 관리해 올린 수익금으로 다양한 관광 지원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우지 시내에서 열리는 각종 축제와 이벤트도 협회와 상인들의 몫이다. 뵤도인 주변에 조성된 상가거리는 모두 3곳. 각 거리에서는 1년에 한두 차례 자체적으로 축제와 이벤트를 연다. 지역 아동들의 그림을 전시하거나 페스티벌이나 음악 공연도 마련한다. 모두 상인들이 직접 참여하고 만드는 축제들이다.
매년 한 차례씩 열리는 가마우지 우까이 축제도 관광협회의 몫이다. 가마우지 우까이는 2년에 걸쳐 조련한 가마우지를 이용해 물고기를 잡는 일본의 전통 어업이다. 더 나은 서비스를 위해 회원들은 정기적으로 세미나를 연다. 관광 관련 이슈를 논의하고 해외 관광객 유치 및 응대 요령 등 다양한 대응법에 대해 토론한다.
관광협회는 해외 관광객 유치에도 주도적으로 활동하고 있다. 올 들어 대만에서 열린 일본 관광'문화전과 일본관광물산박람회에도 참가했다. 홍콩과 대만의 여행사를 방문해 홍보활동도 펼쳤다. 시내면세점 18곳에 대한 다국어 안내 간판과 깃발, 포스터 등도 배포했다. 관광협회는 무선인터넷(WiFi) 서비스 지역을 확대해 관광객들의 편의를 돕고, 면세점과 환전소도 늘릴 계획이다. 각 상점에는 일본어를 몰라도 물건을 사거나 음식을 주문할 수 있도록 다국어로 된 안내판을 준비하기로 했다. 다다 시게미츄 우지시관광협회 사무국장은 "상인들이 협력하는 바탕에는 관광 수요를 공유하고 공존하는 것이 지역 경제 발전에 유리하다는 판단이 깔려 있다"고 말했다.
◆여행'숙박 업계의 노력
여행업계는 중국인 단체 관광객을 대상으로 한 저가 상품에 대응하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중국인 면세점 등을 중심으로 쇼핑객의 수에 따라 관광버스를 무료 지원해주는 관광상품이 판을 치고 있기 때문이다. 이 경우 관광객 1인당 8만엔(4박5일 기준)가량인 단체관광상품에 비해 5만엔 수준까지 내려간다. 이에 따라 여행업계는 상품 고급화에 주력하고 있다. 통역과 가이드를 국가 자격증을 갖춘 이들로 제한하고, 신형 버스와 고급 음식 등을 내세워 모객에 나서고 있다. 또 개별 관광객들의 편의를 돕기 위해 오사카 시내에 자체적으로 관광안내소를 개설, 운영하고 있다.
HIS 간사이영업본부 미호 다나카 인바운드팀 팀장은 "중국인 단체관광객 중에서도 재방문객이나 개별 관광객을 유치하는데 집중하고 있다"고 했다.
숙박업계도 중국인 개별 관광객을 유치하는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일본 전통문화를 즐길 수 있도록 전통 료칸의 특징을 가미하거나 다국어 안내서비스를 하는 식이다. 교토시내에 자리 잡은 슈호카쿠호텔이 대표적이다. 호텔 로비에는 다다미가 깔린 다도 체험 프로그램과 찹쌀떡이나 차 등 전통 상품을 판매한다. 다다미가 깔린 큰 방에는 이불이 깔려 있고, 옆에는 TV와 테이블 등이 배치돼 편리함을 더했다. 일본식 대중목욕탕과 일본 가정식도 즐길 수 있다. 1인당 5만~10만엔인 전통 료칸에 비해 저렴한 가격도 장점이다.
이곳 바바 다카히로 매니저는 "시대 변화에 적응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인터넷 홈페이지에 중국어 서비스를 하고, 목욕탕 문화가 달라 당황하는 손님들을 위해 안내도 철저히 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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