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국정화 반대'가 예산안 심사 거부 이유될 수 없다

입력 2015-11-05 02:00:11

정부의 역사교과서 국정화 확정고시에 반발해 새정치민주연합이 국회에서 농성에 들어감에 따라 내년도 예산안 심사가 심각한 차질을 빚을 것이란 우려가 나오고 있다.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는 4일 비(非) 경제부처에 대한 부별 심사를 위해 전체회의를 열었지만, 야당 의원들의 불참으로 정회되면서 사실상 무산됐다. 전날 경제부처에 대한 부별 심사 역시 야당의 불참으로 무산됐었다.

그러자 새누리당은 예결위 파행을 더 지켜볼 수만은 없다며 여당 단독 심사 가능성까지 내비쳤다. 김재경 예결위원장은 이날 예결위가 무산되자 "새정치연합 의원들이 계속 회의에 들어오지 않아 차질을 빚으면 위원장으로서 특단의 조치를 내릴 수밖에 없다"고 했다, 여당 간사인 김성태 의원도 "새누리당 홀로 예결위 회의를 열자는 뜻을 김재경 위원장에게 강하게 전달할 것"이라며 야당을 압박했다. 야당의 불참이 계속돼 여당이 단독 심사를 강행한다면 여야는 또다시 충돌할 것이다.

예산안과 아무런 관련이 없는 교과서 국정화 문제로 예결특위가 공전되는 현실은 참으로 안타깝다. 새정치연합에게는 교과서 국정화 반대가 내년 예산안을 포함한 다른 모든 사안을 뒷전으로 미뤄도 될 만큼 중대한 문제인지 묻고 싶다. 예결위는 당초 약 열흘 동안 감액 심사를 벌인 뒤 나머지 기간에 증액심사할 계획이었으나, 새정치연합의 불참으로 이 기간의 축소가 불가피해졌다. 이는 부실'졸속 심사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그 여파는 국가 운영과 국민 생활 전반에 부정적인 결과를 몰고 올 것이다.

더 큰 문제는 국회 파행이 계속될 경우 국회 본연의 권한인 예산안 심의권이 무력화될 수도 있다는 점이다. 국회 선진화법에 따라 예결위가 오는 30일까지 예산안 심사를 마치지 못하면 정부가 제출한 예산안 원안이 국회 본회의에 자동 부의 된다. 이런 사태가 현실화될 것으로는 보이지 않지만, 어쨌든 야당의 정기국회 일정 거부가 길어질수록 예산안의 내실 있는 심사는 어렵다. 새정치연합이 그 책임을 뒤집어쓰지 않으려면 신속히 국회 일정에 복귀해야 한다. 국정화 반대도 중요하지만 예산안 심사는 더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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