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저타고 슈웅∼
그동안 중국인 관광객들에게 일본은 가보고 싶지만 문턱이 높은 나라였다. 여행 경비 부담이 큰데다 까다로운 비자 발급 규정 탓이었다. 하지만 최근 일본은 밀려드는 중국인 관광객들로 즐거운 비명을 지르고 있다. 올 들어 9월까지 일본을 찾은 중국인 관광객은 383만 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14.6%나 증가했다.
이는 엔화 가치 하락으로 비용 부담이 줄어든 데다 비자발급 조건 완화와 면세점 확대, 저비용항공사 증가 등 외국인 관광객 유치 전략이 빛을 보고 있는 덕분이다. 특히 오사카와 교토 등 간사이 지방을 찾는 중국인 관광객은 폭발적인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올 들어 8월까지 간사이공항을 통해 입국한 중국인은 97만2천 명으로 사상 처음으로 도쿄 나리타공항을 앞질렀다.
◆역사문화자원으로 관광객 유인
지난달 25일 오후 일본 교토부 교토시 히가시야마구 기요미즈데라(淸水寺). 사원으로 오르는 좁은 골목길을 따라 일본의 전통 목조가옥이 줄지어 서 있었다. 좁은 길은 수많은 관광객으로 바글바글했다. 기요미즈데라까지 이어진 니넨자카와 산넨자카 거리는 온갖 기념품과 찹쌀떡, 전통 의상 등을 파는 가게가 늘어섰고, 가게마다 각국에서 온 관광객들이 들락거렸다. 곳곳에서 기모노를 입은 관광객들을 쉴 새 없이 마주쳤다. 관광객들은 하루에 2천980엔을 내고 기모노를 빌려 입은 뒤 교토 시내를 돌아다닌다.
기요미즈데라는 사카노우에노 다무라마로가 서기 788년 창건했다. 현재 건물은 1633년 도쿠가와 이에야쓰의 명령으로 재건됐다. 인왕문을 거쳐 즈이구도를 지나면 가장 유명한 기요미즈의 무대에 이른다. 12m 높이에 139개의 거대한 나무기둥으로 만든 건축물이다. 지진을 고려해 쇠못을 전혀 쓰지 않고 나무로만 지은 게 특징. '맑은 물'이라는 사찰 이름에 걸맞게 3개의 물줄기에서 흘러나오는 맑은 샘물도 있다. 각각 명예, 사랑, 건강을 뜻한다. 관광객들은 이 물을 받아마시기 위해 긴 국자를 앞다퉈 내민다.
교토 관광의 가장 큰 강점은 엄청난 역사문화유적이다. 1천여 년간 일본의 수도로 번영했던 교토는 도시 전체에 사찰과 신사가 가득하다.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지정된 곳만 17곳이 있고, 사찰 3천30개, 신사는 1천770개에 이른다.
중국인 단체관광객에게 가장 인기있는 일본 관광상품은 '골든 루트'로 불리는 여행코스다. 오사카로 들어온 뒤 교토와 나가노, 나고야, 도쿄를 거쳐 빠져나가거나 반대 방향으로 둘러보는 코스다. 이 코스를 도는 데 걸리는 기간은 길어야 4박 5일. 오사카에서는 오사카성과 신사이바시, 도톤보리 등을 둘러보고, 교토에서는 기요미즈데라와 킨카쿠지(金閣寺), 기온시조 등을 둘러보는 게 대부분이다. 최근에는 사설 면세점에서 버스를 제공받아 5만엔 정도로 가격을 낮춘 상품이 인기를 끌고 있다. 내몽골에서 왔다는 중국인 관광객 장뚱뚱(19) 씨는 "사람들이 굉장히 친절하고, 관광객이 워낙 많아서 여행을 온 기분이 난다"면서 "사찰과 신사가 정말 많고, 훌륭한 자연경관을 가진 곳이 많았다"고 말했다.
◆편리하고 다양한 쇼핑 강점
이튿날 오후에 찾은 오사카 신사이바시는 밀려드는 관광객들로 걸음을 옮기기 힘들 정도였다. 남북으로 580m가량 이어지는 신사이바시는 미나미 지역 최고의 번화가다. 유서 깊은 찻집부터 최신 유행 패션까지 갖가지 상품을 둘러볼 수 있는 쇼핑의 천국이다. 휴일에 이곳을 찾는 일본인과 관광객은 17만 명을 헤아린다.
도톤보리 다리에서는 관광버스가 뒤 관광객들을 내려놓고 떠나길 반복했다. 버스에서 내린 한 무리의 중국인 관광객들이 가이드가 든 깃발을 따라 신사이바시로 몰려 들어갔다. 이들은 2시간 동안 자유롭게 쇼핑을 한 뒤 집결지로 모인다. 상점에는 대부분 중국어와 한국어 안내가 적혀 있어 별다른 어려움 없이 물건을 살 수 있다.
일본에는 특정 상점에서 쇼핑을 강요하는 행태가 거의 없다. 극단적인 저가 관광 상품이 없기 때문이다. 일부 중국인 면세점에서 관광객들에게 버스를 대여해주고, 쇼핑객의 수에 따라 대여료를 깎아주기도 한다. 4박 5일 일정의 경우 일본 현지 여행사는 8만엔 정도를 받지만, 이런 상품은 5만엔 정도에 판매된다.
하지만 이 경우라도 가이드가 따로 상점에서 수당을 받진 않는다는 게 현지 여행업계의 설명이다. 대신 가이드들은 물건을 사면 상점에서 적립해 주는 포인트를 관광객 대신 받거나, 관광객이 특정 판매점이 발행한 5% 할인권을 사용하면 판매점에서 구입 금액의 10%를 수수료로 받는다.
면세점이 곳곳에 있는 점도 강점이다. 관광객들은 상점 한쪽에 마련된 면세점에서 여권과 상품, 영수증을 확인한 뒤 즉시 부가가치세 8%를 현금으로 돌려받는다. 물건을 사고 세금을 돌려받기까지 10분도 걸리지 않는다. 이 같은 면세점은 신사이바시에만 수십여 곳이 넘는다. 한국을 두 차례 방문했다는 중국인 위산치엔(63) 씨는 "한국은 자연경관이 아름답고 한국인들은 예의가 바르지만 관광지를 돌아보며 쇼핑을 하는 건 일본이 훨씬 편리한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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