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56년도 영화 '자이언트'는 1920년대부터 1950년대까지 변환기 미국 사회의 주요 단면을 다루었다. 당대 최고의 배우 엘리자베스 테일러, 록 허드슨, 그리고 제임스 딘이 주연했다. 이 영화가 아직까지 기억되고 있는 이유는 영화 3편을 남기고 24세에 절명한 제임스 딘이라는 강렬한 이미지를 가진 배우의 인기 때문이다.
광활한 텍사스의 대지주 록 허드슨은 동부 출신의 절세미인 엘리자베스 테일러를 신부로 맞이한다. 땅지기를 하는 제임스 딘은 텍사스로 시집온 그녀를 보자마자 첫눈에 반한다. 록 허드슨의 누나는 불의의 사고로 죽으면서 제임스 딘에게 땅의 일부를 유산으로 준다. 바로 그 땅에서 어마어마한 석유가 솟아나 제임스 딘은 텍사스 최대의 석유 재벌이 되고 록 허드슨은 그저 그런 땅 부자로 처지가 뒤바뀌었다. 제임스 딘은 재벌로서 권력을 마음껏 누리지만 30여 년 전 첫눈에 반한 엘리자베스 테일러를 잊지 못한다는 게 영화의 줄거리다.
필자는 고교 때 이 영화를 보면서 내 나름대로 감명 깊게 느낀 대목이 있었다. 대지주 록 허드슨의 외아들은 어릴 때 계집애처럼 소꿉장난 같은 데 더 관심이 많았다. 장래 대목장의 주인은 응당 말을 능수능란하게 타는 '남자다움'이 있어야 하는데 소심한 아이는 말을 타면 겁에 질려 울 뿐이었다.
그러면 아들은 '남자다움' 없이 허약하게 성장했는가? 대지주의 백인 상속인은 자라서 피부색이 다른 멕시코 원주민 여자와 결혼하고, 당시 미국 사회의 극심한 인종 차별에 대해 꿋꿋이 맞서는 용기를 발휘한다. 제임스 딘이 자신의 아내를 유색인이라 경멸하자 텍사스 최대 권력을 움켜쥔 그에게 맨주먹으로 항의한다. 이 모습에서 나는 더 강렬한 '남자다움'을 보았다.
우리 사회에서 군사 문화에 잘 적응하는 모습을 '남자다움'이라 흔히 말한다. 각종 전우회는 어떤 행사가 있으면 군복을 입고 '남자다움'을 뽐낸다. 고된 훈련을 거치며 맹목적으로 복종하는 군사 문화를 우리 사회는 미덕으로 생각하기 때문일 것이다. 지난 8월 북한의 목함지뢰 사건 때 20, 30대 청년들은 전쟁도 마다하지 않겠다는 뜻을 나타냈다.
중용에서 공자는 제자가 강함(용기)에 대해 묻자 이렇게 답했다. "잠잘 때도 무기와 갑옷을 걸치고,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는 강함이 있다. 그러나 너그럽고 부드러운 것으로써 가르치고 포악함에 보복하지 않는 것이 진정한 강함이다"고 했다. 다시 말해 공자는 호랑이를 맨손으로 때려잡으려 하는 용맹 있는 자보다 정의로운 자를 진정 강한 자라 했다.
용기는 용맹을 자랑하기보다 부조리와 불의에 맞설 때 참다운 의미를 지닌다는 게 공자 말씀이다. 우리 사회 젊은이들은 전쟁을 하려는 용맹보다 평화를 이루려는 의지가 더 값진 용기임을 깨달아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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