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1천 대 기업 몇 개 안돼도 명함 '회장님' 숫자 서울 버금
'회장님 회장님 우리 회장님….'
지난주 출장 때문에 대구를 들른 서울의 한 바이어는 지역 섬유인 모임에 갔다가 적잖이 당황했다. 주고받은 10여 개 명함에 모두 '회장'이라는 직함이 찍혀 있었기 때문이다. 그는 "대부분 계열사도 없이 단일 회사를 경영하고 매출 규모도 50억원 안팎의 비교적 작은 회사인데도 서로 회장님이라고 불렀다"며 "대구 기업인은 유난히 회장이란 직함을 좋아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지역 한 중소기업 A과장은 지난주 사장에게 큰 꾸지람을 들었다. 대외 행사 때 쓸 초청장에 사장 직함을 회장으로 업그레이드(?)하지 않았던 것이 발단이 됐다. 그는 "사장님은 유독 자신을 회장이라고 불러 주길 바란다. 직원이라고 해야 50여 명이 전부인데 회장은 좀 그렇지 않느냐"고 하소연했다.
회장 직책은 일반적으로 여러 계열사를 거느린 회사의 대표 또는 연합회 등의 대표에게 붙이는 호칭이다. 화성산업 이인중 회장, SL 이충곤 회장처럼 여러 계열사의 수장인 경우에 회장 직함을 붙이고, 진영환 대구상공회의소 회장, 조종수 대구건설협회장 등 경제단체장에도 회장 직함이 붙는다.
하지만 회장 호칭을 달기에는 고개가 갸우뚱해지는 영세 기업의 대표조차 회장으로 둔갑하는 경우가 유난히 대구에서는 많다. 지역에선 전국 1천대 기업은 손에 꼽을 정도지만 회장님 숫자는 결코 서울 못지않을 것이란 말이 회자되기도 한다. 이유가 뭘까?
지역 경제계의 회장 범람은 섬유업계가 일조했다는 게 정설이다. 과거 섬유도시였던 대구는 섬유의 위상을 높이기 위해 원로 섬유인을 회장님으로 부르는 캠페인을 한 적이 있다.
한 섬유인은 "섬유업계를 중심으로 매출과 계열사 유무에 상관없이 아들은 사장, 아버지는 회장으로 부르는 운동이 벌어진 적이 있다"고 귀띔했다.
보수적인 지역 정서도 회장 직함에 집착하는 한 요인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영업직의 경우, 상대방에게 신뢰감과 안정감을 주기 위해 직책을 한두 단계 높이는 것과 비슷한 상황이다. 실제로 대구 한 중소기업 사장은 회사 이미지를 제고를 위해 언론사 등에 대표이사 대신 회장 직책으로 불러 줄 것을 당부하기도 했다.
넘치는 사장님도 회장님 선호 현상과 무관치 않다. 과거 사장님이 귀했던 시절과 달리 요즘에는 필부필부에게도 '사장님'이라고 부르다 보니 사장으로는 일반인과 차별화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한 지역 상공인은 "사장 호칭이 범람하면서 이들과 차별화되고 싶은 정서가 회장 직함을 선호하는 경향으로 이어진 것 같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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