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라언덕] 생존 가능 대학

입력 2015-10-09 01:00:06

대학의 '생존'을 다룬 흥미로운 책이 나왔다. '2023년 생존 가능 대학'. 이 책은 무명(無名)의 일본 사립대를 통해 대학의 생존 비결을 소개하고 있다. 지난해 일본에서 입학 지원자 수가 가장 많은 대학은 우리가 익히 아는 유명 대학이 아니라 바로 긴키(近畿)대학이다. 대입 수험생 10만5천890명이 한꺼번에 몰려 간사이(關西) 지역 대학 최초로 지원자 수 전국 1위를 달성했다. 최근 4년 연속 지원자 수 1위였던 메이지(明治)를 비롯해 와세다'니혼(日本) 등 도쿄(東京) 대학들을 모두 제쳤다.

이 책의 저자 야마시타 유미(山下柚實)에 따르면 일본은 2018년부터 고등학교 졸업자 수가 급격히 줄어 2023년까지 33만 명이 감소한다. 우리나라 역시 2018년부터 대학 입학 정원이 고교 졸업자 수를 초과한다. 2013년 63만 명이었던 고교 졸업자 수는 2023년에는 40만 명으로 줄어든다.

우리나라처럼 급격히 학령인구가 줄고 있는 일본에서 긴키대가 입학 지원자 수 1위를 차지한 비결은 뭘까. 사실 긴키대는 결코 소문난 지방 명문대가 아니다. 학생들의 입학 성적은 도시샤(同志社)나 리쓰메이칸(立命館) 등 간사이 유명 사립대보다도 떨어진다.

하지만 긴키대는 '특별'하다. 어류 양식 분야에서 독보적 위상을 확립했다. 1955년 가두리 양식법을 시작으로 2002년 참다랑어 완전 양식법 등 세계 최초의 양식 기술을 잇달아 개발했다. 긴키대는 또 '긴키 참치'를 브랜드로 출원해 판매하고, 대학 법인 최초로 오사카와 도쿄에서 직영 레스토랑을 운영하며 일본 전역에 학교 이름을 알렸다. 이를 통해 '서열에 얽매이지 않는 독창적인 대학'이란 이미지를 쌓았다.

이공계 중심의 긴키대는 '남자들의 대학'이라는 기존 이미지를 깨기 위해 여학생들의 지원율을 높이려는 다양한 시도를 함께 진행했다. 여학생들이 선호하는 학과를 신설하는 한편 강의실'도서관 등 교육 시설을 새롭게 개'보수했다. 남자 화장실보다 2배 넓게 만들어진 여자 화장실은 별도의 파우더룸까지 갖추고 있다. 현재 긴키대 여학생 수는 20년 전보다 2배 늘어나 정원의 30%를 차지하고 있다.

이즈음에서 국내, 대구경북 대학은 학령인구 감소라는 절체절명의 위기에 맞서 어떤 준비를 하고 있는지 묻고 싶다. 지난 6월 대학 공공성 강화를 위한 전국 대학 구조조정 공동대책위원회가 대구 흥사단에서 주최한 '대학 구조조정 대구경북 대안정책 토론회'에 따르면 교육부가 추진하는 대학 구조조정이 본격화하면 대구경북 대학 가운데 절반이 문을 닫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주제 발표자로 나선 박정원 상지대 교수는 '대학 구조조정과 지방대학의 생존 전략'에서 "대구경북은 다른 지역에 비해 인구 대비 대학의 숫자가 많은 편인 데다 대학의 경쟁력을 나타내는 각종 지표들이 전국 평균에 조금 미치지 못하거나 평균 수준에 머물고 있다"며 "본격적인 구조조정이 닥치면 대구경북 4년제 대학 가운데 10개 정도와 전문대 15개 정도가 폐교할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대구경북 대학은 모두 45개교(4년제 대학 22개교'전문대학 23개교)로, 박 교수의 분석대로라면 현재의 55%가 문을 닫는 셈이다.

안타까운 현실은 대구경북 대학이 이 같은 위기에 수동적 대처로 일관하고 있다는 것이다. 대학에 입학할 학생은 점점 줄고, 대학에 대한 학생들의 만족도는 갈수록 낮아지는 데도 대학불사(大學不死)라는 어리석은 믿음에 매몰돼 생존을 위한 노력을 등한시하고 있다. 정부의 대학 구조조정과 특성화 정책에 일방적으로 끌려다닐 뿐 정작 대학 스스로의 생존 전략은 찾아볼 수 없다.

이제 대학은 '변화'와 '혁신'이라는 시대의 요구 앞에 서 있다. 우리 대학은 과연 생존 가능한지, 생존 경쟁력을 확보하는 데 필요한 건 무엇인지 끊임없는 고민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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