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년 한국은행 내부에 '화폐개혁 추진팀'이 구성됐다. 과제는 화폐 호칭과 단위를 바꾸거나 낮추는 것을 가정해 여러 방안을 검토하는 것이었다. 당시 박승 총재는 "1천원을 1환으로 액면 단위를 바꾸고 100환(10만 원)과 50환 등 고액권 발행, 지폐 크기 축소 등을 검토했다"고 훗날 회고록에서 밝혔다. 만일 실행에 옮겼다면 1962년 5월 군사혁명정권이 단행한 3차 화폐개혁 이후 40여 년 만의 개혁인 셈이다.
당시 노무현 대통령은 인플레이션 유발 등을 이유로 정부 내 반발이 크자 리디노미네이션(Redinomination'화폐단위 조정) 대신 5만원권 발행 선에서 마무리했다. 2009년 7월 5만원권이 첫선을 보이고 화폐개혁을 둘러싼 논란도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다.
통용화폐를 강제로 바꾸고 화폐 가치를 인위적으로 조정하는 것을 디노미네이션이라고 한다. 반면 리디노미네이션은 화폐의 통용가치는 그대로 유지하되 액면을 동일한 비율의 숫자로 낮추는 것이다. 1953년 2월 '원'을 '환'으로 바꿀 때 액면을 100분의 1로 줄였고, 1962년 5월 '원'으로 되돌릴 때도 10분의 1로 낮췄다. 이를 기준한다면 한국은 경제 규모와 상관없이 50년 넘게 같은 액면 단위의 화폐를 사용하고 있다.
그저께 국감에서 류성걸 의원이 "경제 규모에 비해 화폐 단위 숫자가 너무 크다"며 한은 입장을 묻자 이주열 총재가 리디노미네이션의 필요성에 공감한다"고 답변했다. 당장은 힘드나 장기적으로 검토할 부분이라는 취지의 원론적인 답변이었다. 하지만 시중에서는 정부가 현재 검토 중인 게 아니냐는 반응이 나왔다.
리디노미네이션은 화폐 단위가 커 계산이 어렵거나 회계 기장의 불편을 줄이기 위해 실시한다. 하지만 단위 축소에 따른 시장 심리상 물가인상 가능성이 크다. 검은돈의 유통을 부채질할 우려도 있다. 화폐 제조'교환, 전산시스템 교체 비용 부담도 부정적 요소다.
그렇다고 '0'이 네댓 개나 붙는 지폐를 계속 사용하는 것도 문제다. 우리가 경제 규모에서는 세계 10위권에 가깝지만 화폐가치는 200위 수준이라고 한다. G20 국가 중 우리보다 화폐가치가 낮은 나라는 인도네시아뿐이다. 인도네시아는 지난해 루피아를 1천 분의 1로 줄이는 개혁을 보류하고 2022년까지 점진적으로 조정하기로 했다. 우리도 먼저 액면 조정의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방안을 강구한 뒤 장기적으로 화폐단위를 바꾸면 어떨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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