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남·충청에 대선주자 있다" 김무성 대항마 만드는 親朴

입력 2015-09-16 20:19:13

윤상현 의원 발언 정치권 파장…'무대 불가론' 친박 중진 최경환 새 카드?

친박(박근혜)계 윤상현 의원이 "친박도 영남과 충청에 대선주자가 있다"고 밝히면서 정가에 큰 파장이 일고 있다.

윤 의원은 박근혜 대통령의 정무 특보이자 친박 핵심이어서 정치권은 윤 의원의 발언을 예사롭지 않게 받아들이고 있다. 또 윤 의원의 발언이 과연 박 대통령의 심중을 담은 것인지를 두고도 정치권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윤 의원은 16일 한 언론 인터뷰에서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에 대해 "당 지지율이 40%대인데 김 대표 지지율은 20%대에 머물고 있어 아쉽다. 야권의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와 안철수 의원, 박원순 서울시장 등의 지지율을 합치면 김 대표보다 훨씬 많다"고 지적했다. 이어 "야권이 단일 후보를 낼 텐데 여권이 현재 상태로는 어렵다"고 강조했다.

특히 윤 의원은 "내년 총선으로 4선 이상이 될 친박 의원 중 차기 대선에 도전할 사람들이 있다. 영남에도 있고 충청에도 있다"고 말했다.

이를 두고 정치권은 윤 의원 발언을 친박 진영이 '김무성(무대) 불가론'을 본격적으로 불 지피고 '무대' 대안을 만들어 친박 중심의 대권 플랜을 가동하려는 시도로 보고 있다. 그 대상에는 최경환 경제부총리, 정우택 국회 정무위원장, 이인제 새누리당 최고위원 등이 거론된다.

청와대와 친박은 그동안 김 대표를 견제하거나 흔드는 행보를 지속적으로 보여 왔다. 친박 진영은 김 대표가 정치생명을 걸고 추진 중인 오픈프라이머리(개방형 국민경선)에 대해 강하게 반대하고 있고, 유승민 전 원내대표의 사퇴 파동 때에도 '청와대냐, 유승민이냐'를 택하라며 김 대표를 강하게 압박했다.

김 대표 견제의 선봉에 서고 있는 윤 의원은 김 대표의 지지율이 당 지지율의 절반밖에 흡수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을 부각하면서 야권이 단일 후보를 내면 산술적으로 '김무성 카드'로는 승산이 없다는 점을 굳이 강조하고 있다. '김무성 불가론'으로도 읽힐 수 있는 대목인데, 여기에 덧붙여 윤 의원은 친박 대선 후보군까지 제기했다.

윤 의원의 발언대로 영남과 충청 지역엔 내년에 당선된다면 4선 이상이 되는 친박계 의원이 8명 있다. 이 가운데 지명도가 있는 의원은 영남의 경우 친박계의 구심점인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충청권에서는 정우택 국회 정무위원장이 4선을 앞두고 있다. 또 충청 출신 후보군에는 내년에 7선 고지에 도전하는 이인제 최고위원도 있다.

여권 일각에서는 여권의 잠재적 주자로 꾸준히 거론돼 온 충청 출신의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과 상황에 따라서는 황교안 총리도 후보군에 합류할 가능성이 있다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대통령의 정무특보가 구체적으로 계파, 지역, 선수를 거론해가며 대선 후보감을 거론한 것은 박 대통령이 차기 구도에 대해 밑그림을 그리기 시작한 게 아니냐는 섣부른 해석마저 낳고 있다.

그러나 외교통일위의 재외공관 국감 차 필리핀에 체류 중인 윤 의원은 16일 언론에 보낸 문자메시지를 통해 이 같은 해석을 부인했다. 윤 의원은 "'지금 대선주자가 별 의미 없다'는 말은 내년 총선이 지나야 구체적 후보 윤곽이 드러나기 때문이고, 대선후보군이 새누리당은 김 대표 혼자이다시피한 반면 야당은 문재인 박원순 안철수 등으로 지지도가 분산돼 이에 만족해서는 안 된다는 의미였다"고 해명했다. 특히 "김 대표의 대선후보 불가론은 아니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김 대표 측은 윤 의원의 해명에 진정성이 없고, 전형적인 치고 빠지기 식 수법으로 보고 있다. 특히 김 대표가 사위 마약 사건 문제로 어려움에 빠진 상황을 이용해 윤 의원을 중심으로 한 친박 진영이 김 대표 흔들기를 본격화하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새누리당 한 비박계 인사는 "대통령이나 특정 진영에서 대통령 후보를 갑자기 내세워 성공한 적이 없다. 대권주자는 스스로 크는 것이지 '대권 꽃가마'를 태워준다고 국민들이 받아들이는 경우는 없다"고 말했다.

경북의 중립성향 한 국회의원은 "윤 의원의 발언이 실제 친박에서 대권후보를 낸다기보다는 내년 총선을 앞두고 친박이 지분을 챙기기 위한 기 싸움의 성격이 강하다고 봐야 한다. 김 대표가 무너지면 여권 전체에 큰 혼란이 오는데 이는 친박에도 좋지 않은 부메랑이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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