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통신 기술 접목 안정 공급, 수량·누수 통합관리 새 모델
'경상북도 내에서 한 해 대구 수성못 300여 개에 해당하는 2억3천여t의 수돗물이 줄줄 새면서 1천377억여원이 버려지고 있다'는 국정감사자료 공개는 올 초 세계적 행사인 물포럼을 치러낸 경북도로서는 '부끄러운' 것이다.
상수도물이 가정 수도꼭지에 도달하기 전에 땅속에서 사라지는 양은 지난해 기준으로 전국적으로 7억4천만t이다. 돈으로 따지면 2조7천억원이 넘는다.
"이제 상수도 인프라는 도로'철도처럼 중앙정부 몫으로 넘겨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지만, 그와 동시에 지자체 스스로 '상수도 혁신안'을 만들어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실제로 물 전문 공기업인 한국수자원공사(K-water)가 경북도 내 일부 시군의 상수도를 맡는 위탁사업이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지난 2004년 시작한 이래, 현재까지 경북 3개 군 등 전국적으로 22개 지자체의 상수도 업무를 위탁한 뒤 이들 지자체의 유수율(수돗물 생산량 중 누수 등을 제외하고 공급되는 수돗물 비율)은 평균 21.5%포인트나 뛰었다.
하지만 K-water에 상수도 업무를 위탁할 경우 해당 지자체의 조직이 줄어드는데다, 초기 노후관 교체비용 등에 따라 수도요금이 오를 것이라는 우려 때문에 지자체들이 주저하면서 민간 위탁은 속도를 내지 못하는 형편이다.
◆새는 물이 줄어든다
예천군은 지난 2005년 K-water에 지방상수도 관리를 맡겼다. 이후 큰 변화가 일어났다. 2005년 수돗물 유수율은 49%에 그쳤지만, K-water가 노후관 교체공사와 상수도관망 최적관리시스템 등을 도입한 뒤 지난해엔 79%를 기록하는 등 유수율이 무려 30%p나 껑충 뛰었다. K-water는 이 기간 동안 54억원의 국비를 끌어와 상수도관망 정비를 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오는 2035년까지 예천군과 위탁계약을 맺은 K-water는 총사업비 783억원을 들여 '예천지방상수도 운영효율화사업'을 펼칠 예정이다. 상수관망 주요지점에 누수감지센서를 설치하고, 수도관로 사고를 24시간 실시간 모니터링하는 등의 고급 기술을 예천 상수도에 보급하겠다는 것이다.
2006년 K-water에 상수도관을 맡긴 고령군은 노후 급'배수관 교체, 누수 탐사, 블록시스템 구축사업, 블록별 수압관리, 노후 계량기 교체 등 매년 시설개선비를 투입하고 있다. 고령군은 시설개선비로 2006년 5억8천200만원, 2008년 15억3천500만원, 2009년 25억3천500만원, 2013년 14억4천300만원, 지난해 14억5천900만원을 들였다. 이런 투자 덕에 2006년 48%였던 유수율이 지난해는 80%까지 치솟았다.
특히 올 들어 고령군은 새로운 세상을 경험하고 있다. K-water가 지방상수도 미래 물관리 모델로 내놓은 'SWM'(Smart Water Management) 시스템을 올해 1월부터 적용하고 있는 것.
이 시스템은 취수원부터 수도꼭지까지 '건강한 수돗물'의 안정적인 공급을 위해 공급과정에 첨단 정보통신기술(ICT)을 접목시켰다. 고령군은 SWM을 통해 전체 유수율 3%p를 향상시켜 운영관리비용 2억원, 연간 누수량 20만t을 절감할 것으로 보고 있다. 20만t은 연간 약 6만7천여 가구에 수돗물을 공급할 수 있는 엄청난 양이다.
K-water 대구경북지역본부 오홍균 고령권관리단 관리팀장은 "SWM은 수량, 수압, 수질, 누수 감지 등 모든 정보를 실시간으로 통합'관리해 의사결정이 가능하기 때문에 미래 물관리 패러다임으로 평가받고 있다"면서 "특히 올 4월 대구경북에서 열린 세계물포럼 당시 국내외 물기업과 수도산업 관계자들에게 큰 인기를 얻고, 일부 국가에서는 시스템 도입을 희망했다"고 말했다.
지난해 K-water와 지방상수도 위탁사업을 실시한 봉화군도 올해 6월 22억원을 들여 춘양면 노후관로 교체공사에 착수하는 등 유수율을 점차적으로 높일 계획이다. 평균 40%대에 그쳤던 유수율을 올해 50%대로 높인 뒤, 2019년까지 80%로 끌어올린다는 방침이다.
◆넘어야 할 산도 많다
K-water는 수돗물 누수량이 줄어드는 등 보다 효율적이고 획기적인 상수도 운영기술을 보유하고 있다고 홍보하고 있지만, 여전히 지자체들의 반감은 큰 실정이다.
K-water에 상수도 업무를 맡기면 기존 상수도 관련 업무를 보던 공무원 수를 줄여야 할 뿐 아니라 노후관 교체에 따른 높은 초기 투자비용으로 인해 수돗물값이 크게 오를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실제 지난 2012년 경북 북부 일부 시군에서 K-water와 상수도 민간위탁 운영을 추진했지만 해당 시'군의회의 반발로 무산되기도 했다. 정부와 K-water는 영주'상주'문경'봉화 등 상수도 누수율이 높은 시'군을 대상으로 상수도 20년 위탁 운영을 추진했었다.
영주시의회는 당시 시가 제출한 '한국수자원공사 상수도 위탁동의안'을 만장일치로 부결시켰고, 곧이어 문경시도 이에 동참했다. 상주시는 북부 다른 시'군의회의 부결 선례와 상주시의회 반대 움직임에 따라 아예 상수도 민간위탁사업 동의안을 시의회에 제출조차 하지 않아 무산됐다.
당시 해당 지역 시민단체와 시'군의회 관계자들은 "상수도를 민간에 위탁 운영하게 되면 직영보다 수도요금이 무조건 비싸져 주민 부담이 가중될 수밖에 없다"면서 "열악한 재정 형편에 매년 수십억원씩 20년간 1천500억원 정도를 퍼준 뒤에도 직영으로 되돌리지 못하고 계속 수자원공사 측의 요구에 끌려다녀야 한다"고 반발했었다.
실제 K-water와 상수도 위탁사업을 하고 있는 고령군과 예천군의 수돗물 생산원가(2013년 말 기준)는 t당 1천114원과 2천547원으로 나타났다. 같은 기간 전국의 평균 생산원가(t당 849.3원)에 비교하면 훨씬 높은 수치다.
물값 인상 우려가 나온 가운데 봉화군은 지난해 K-water와 상수도 위탁사업을 체결했지만, 문경'영주 등 다른 지자체들은 여전히 검토조차 하지 않고 있다.
경북도 관계자는 "높은 누수율을 잡기 위해서는 노후화된 상수도관 교체가 필수지만, 열악한 지방 재정으로는 엄두도 못 내 누수율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면서 "물 전문기업에 위탁하는 처방도 있으며 동시에 중앙정부도 상수도 인프라에 대한 국비 지원 책임을 져야 한다"고 말했다.
K-water 대구경북지역본부 관계자는 "노후관 교체를 위해 초기 투자금이 많이 들어 생산원가가 높을 수 있지만 수도요금은 해당 지자체와 의회에서 결정하기 때문에 K-water가 임의로 올릴 수 없다"며 "첨단기술을 바탕으로 상수도 관리를 하지 않으면 새는 물이 더 많아지고 예산낭비도 더 심해질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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