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통일의 주역은 콜 서독 총리보다 동독주민이며, 서독 정부가 동독주민들에게 경제지원을 하는 과정을 통해 동독주민들이 외부세계 정보를 보다 많이 접할 수 있도록 했다." 구 동독의 마지막 총리 로타 드 메지에르(Lothar de Maiziere)의 말이다.
우리 대통령이 '통일은 대박'이라는 화두를 던지고, 독일 순방 중 이명박 전 대통령보다는 상당히 전향적인 '드레스덴 제안'도 했다. 정치권이나 언론 등에서 통일의 장밋빛을 이야기하고 있지만 중요한 것을 놓치고 있다. 바로 북한주민이다. 통일운동을 마케팅활동으로 생각해 보면, '통일'이라는 제품구매의 주도권을 지닌 소비자 즉 북한주민을 제외해놓고 통일이라는 제품을 구매하면 구매비용보다 사후에 드는 비용이 엄청나다, 아니면 구매 후에 대한민국이 어마어마한 경제지원(구매 후 서비스)을 한다느니, 외국의 어떤 투자자는 "전 재산을 통일 후 투자하겠다…"는 등 모두가 핵심을 비켜간 내용뿐이다. 메지에르 전 동독 총리가 "베를린 장벽은 저절로 무너진 것이 아니라 동독주민들이 무너뜨린 것"이라고 한 것처럼 독일 통일 과정에서 당시 동독주민의 역할이 핵심이었기 때문이다. 벌써 사반세기 전에 독일의 통일에서 한반도 통일의 문제와 답을 가르쳐 주었다.
얼마 전 통일준비위원회가 내놓은 결과에 대해 한 전직 언론인은 "상식, 원칙, 전략, 이념을 포기하고 세상이 돌아가는 것과는 무관한 이상한 이야기"로 평가절하했다. 왜 그럴까? 모두 통일 준비의 주역이 북한주민임을 망각한 결과이기 때문이다. 황장엽 선생이 쓴 책에 "남한에서 북한을 이야기하는 사람들의 수준을 보면 젖비린내가 난다"고 한 내용이 무엇을 말하는지 알 듯하기도 하다. 통일 관련 정부기관이나 정책 입안 과정에 북한에서 목숨을 걸고 넘어온 분들의 의견이나 전문성을 얼마나 고려하고 존중해 주는지 정말로 궁금하다.
필자는 최근 국내 거주하는 탈북이주민을 상대로 북한 거주 당시 북한 외부정보 접촉에 관한 서베이를 하는 과정에서, 북한 정부가 주민들이 외부정보에 노출되지 않도록 일상생활 차원에서 철저히 감시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북한에서는 평양방송 이외의 외부정보를 차단시키기 위해 주파수를 평양방송에 고정하고 감시자 도장을 찍어 테이프로 붙여 관리한다고 했다. 이 같은 주민단속 실정은 황장엽 선생의 책 내용에서도 잘 확인된다. 그는 "북한 통치자들은 자기들의 독재통치의 추악상이 세상에 드러나는 것을 막기 위하여 기회가 있을 때마다 비밀엄수에 대해 강조하면서 주민들이 외부세계와 접촉하는 것을 엄금하고 있다"라고 서술했다. 북한주민들은 이미 외부세계 정보에 관한 한, 정부의 공식매체에 의한 정보에 신뢰를 부여하기보다 주민 개개인들이 가진 사적(私的) 네트워크에 의한 정보에 보다 높은 신뢰를 부여하는 이른바 '제2여론'을 형성하고 있다. 즉 지하여론을 더 신뢰할 수 있는 조건이 갖추어졌다고 해도 무방할 것이다.
최근 대북확성기 방송에 북한 통치자들이 겁먹은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남북한의 통일 과정에서 통일마케팅의 본질은 북한주민을 '소통의 대상'으로서 이해하고 그들이 외부세계와 커뮤니케이션하는 데 필요한 요인과 방법을 찾아낸다면 통일 이전에 필요한 북한의 개방이나 북한주민의 삶의 질을 향상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
독일 통일 과정에서 동독주민이 가장 중요한 변수였던 것처럼 한반도의 통일 과정에도 북한주민이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할 것은 분명한 일이다. 어느 북한전문 교수의 말에 따르면 "북한이 개방하면 북한정권이 망하고 북한이 폐쇄적으로 가면 북한이 망한다"고 했다. 북한주민을 통일 과정에 주역으로 인정하고 그에 따른 최적의 조치를 취하는 게 정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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