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춘추] 새 좌우명

입력 2015-09-01 01:00:05

안 건 우
안 건 우

위대해지지 말 것

소수의 전유물이 되지 말 것

최선을 다해

보통이 되길

보통, 그 단어가 가진 위대함을

모두에게 나눠주길

놀라운 걸 만들기보다

놀라운 것을 누구나 누릴 수 있도록

최근 모 자동차회사의 광고 문구를 보고 무릎을 탁 쳤습니다. 최선을 다해 보통이 되길 바라는 이 얼마나 위대한 문구인가요? 이렇게 멋진 말을 만든 사람은 도대체 어떤 사람일까 궁금하기도 했습니다.

비슷한 맥락의 유행어도 있습니다. "아무것도 안 하고 싶다. 이미 아무것도 안 하고 있지만 더 격렬하게 아무것도 안 하고 싶다." 우습게 듣고 지나칠 법하지만 자동차회사의 광고 카피와 같이 얼마나 멋진 말인가요?

말(言)은 존재하는 것이 아니고, 다만 기억될 뿐입니다. 이처럼 나를 황홀하게 했던 수많은 말들은 언제나, 내 귀에 들려온 순간 잠시 감동시키고 사라져 버렸습니다. 어쩌면 말이란 이처럼 존재와 동시에 소멸해 버리기에 그토록 부질없고 애틋한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하나 이번만은 조금 다르게 와 닿습니다.

보통의 삶을 살려고 노력해야겠습니다. 스스로 대단하거나 위대한 일을 한다고 생각하지 말고 철저히 보통의 삶이 되도록 노력해야겠습니다. 거의 모든 사람들은 자신의 삶이 평범한 인생, 혹은 그보다 못한 인생을 살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 삶에 목표와 가치를 두고 하루하루 견뎌내고 불편함을 감수하며 살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사실은 보통의 삶조차도 어려운 일입니다. 지인달사(至人達士)의 삶과 다르지 않기 때문입니다. 최고, 최초, 최선이라는 단어가 포함된 좌우명이 있었던 내가 부끄럽습니다. 보통의 위대함을 광고를 통해 알게 된 것도 부끄럽습니다.

최근 나는 나와 같은 생각을 가지고 살지 않는 사람들 속에서, 무언가를 주장하고 표현하고 내 의지를 관철시켜 보려 했습니다. 최선이라 생각했고, 최고로 고민했다고 생각한 일이었습니다. 쉽지 않았습니다. 왜냐하면 남은 전혀 같은 생각을 하지 않기 때문이었습니다. 남들도 나만큼 잘났기 때문입니다. 그걸 깜빡할 때 언쟁을 하거나 반목을 하게 된다는 지극히 단순한 진리를 깨달았습니다.

또 한 가지를 배운 것이 있습니다. 사람이 나이 들어간다는 것은 자신이 포기해야 하는 일들이 더 늘어나는 것이란 점을 배웠습니다. 어릴 적 그냥 우기면 되던 일이 어른이 되면 불가능해진 일들이 많아지고 그것이 당연하다는 우주적 철학을 알게 되었습니다.

내가 할 수 있는 것이 많지 않다는 것을 깨닫기 시작할 때가 진정으로 아이에서 어른으로 바뀌는 때입니다. 나는 이제 조금씩 어른이 되어 가는가 봅니다. 어른이 되어가는 기념으로 새로운 좌우명도 만들어 보았습니다.

'최선을 다해 보통이 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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