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묻지마 예산'으로 불리는 정부기관의 '특수활동비' 공개 여부를 둘러싸고 여야가 입씨름을 하고 있다. 이를 보는 국민의 심경은 착잡하다. 정부 예산은 국회의 감시와 점검을 받아야 한다는 원칙론에서 보면 공개해야 한다는 새정치민주연합의 주장은 당연하다. 그러나 특수활동비 가운데 정보나 안보 등 '비공개'를 견지해야 할 부분도 있는 만큼 무조건적인 전면 공개는 안 된다는 새누리당의 반론 또한 경청할 부분이 분명히 있다.
문제는 이런 주장들이 당리당략을 떠나 국가의 경영과 유지라는 큰 틀에서 나왔느냐는 것이다. 그러나 과거 여당이었던 지금 야당, 그때 야당이었던 지금 여당의 행적을 보면 '그렇다'라고 답하기 어렵다. 노무현 정권 때 한나라당은 "'묻지마 예산'이 매년 늘고 있다"며 특수활동비 삭감을 요구했다. 이에 대해 열린우리당은 "'묻지마 예산' 운운하는 것은 '정치 공세'"라고 일축했다. 이랬던 여야가 처지가 바뀌자 언제 그랬느냐는 듯 정반대 입장으로 돌아섰다.
그런 점에서 여야는 특수활동비의 투명성을 제고하는 동시에 국가의 이익도 감안하는 절충점을 찾아야 한다. 모든 정부기관을 대상으로 한 무차별적 공개는 절대 안 된다. 그것은 정보나 안보 활동을 고스란히 노출하는 것이고, 이는 곧 안보의 포기요 자발적 무장해제나 다름없다.
하지만 국가안보와 관련한 부문 이외에는 전면 공개해야 한다. 연간 9천억원에 이르는 특수활동비의 가장 큰 문제는 사용처를 알 수 없다는 점이다. 그러니 사적 유용도 얼마든지 가능하다. 홍준표 경남지사가 국회 운영위원장으로 있을 때 받은 '대책비' 일부를 아내에게 생활비로 줬다고 한 것이나 새정치연합 신계륜 의원이 환경노동위원장 시절 '직책비' 일부를 아들 유학자금으로 썼다고 한 것은 이를 잘 보여준다. 이는 사적 유용의 극히 일부분일 것이다.
이런 사실은 특수활동비의 사용내역 공개의 필요성을 압축적으로 증거한다. 이의 공개를 여야가 선도한다면 국민에게 박수를 받을 것이다. 이미 문제가 드러난 대책비나 직책비부터 사용내역을 공개한다면 다른 정부기관도 따를 것이다. 당연히 국회부터 공개에 앞장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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