뿡! 으~ 지독한 냄새 달걀 드셨어요?
직장인 김모(28'여) 씨는 배에서 자꾸 소리가 나고 방귀가 잦아 난처할 때가 한두 번이 아니다. 고등학생 시절부터 속이 더부룩하고 변비 증상이 있었지만 최근 들어 배에 가스가 차는 증상이 더욱 심해졌다. 조용한 회의 시간이나 거래처 직원과 대화 중에 방귀가 나오거나 배에서 소리가 날까 봐 신경을 바짝 써야 했다.
병원을 찾은 김 씨는 '과민성대장증후군'이라는 진단을 받았다. 병적인 질환은 없었지만 스트레스와 불규칙한 식생활 등이 원인이었다. 김 씨는 "속이 불편하거나 꾸룩거리는 소리가 나는 건 참겠는데, 가스가 차는 듯한 복부 팽만감을 느끼면 방귀 때문에 온 신경이 집중된다"고 푸념했다.
방귀는 장 속에 있는 공기가 항문을 통해 빠져나오는 현상이다. 장 속에서 음식물과 함께 섭취한 공기는 장 내용물이 발효되면서 생겨난 각종 가스와 뒤섞여 항문으로 방출된다. 자연스러운 생리현상이지만 소리의 강약과 진동, 냄새의 강도는 사람마다 다르다. 대부분 별 문제가 없지만 악취 나는 방귀가 오랫동안 지속되거나 지나치게 횟수가 잦을 경우에는 소화기 질환을 의심해볼 수 있다.
◆육류 많이 먹으면 방귀 냄새 심해
방귀는 질소와 산소, 이산화탄소, 수소, 메탄 등과 암모니아, 황화수소, 메탄가스 등 400여 종의 물질이 포함돼 있다. 장 내에는 하루 500~4천㏄의 가스가 생겨난다. 방귀로 배출되는 양은 이 가운데 일부다. 방귀의 양은 개인에 따라 다르지만 하루 평균 14~25회 뀌고, 250~300㏄를 배출한다. 나머지는 장벽을 통해 혈관에 흡수돼 트림이나 숨 쉴 때 몸 밖으로 빠져나간다. 일부는 간에 흡수돼 소변으로 배출되기도 한다. 방귀의 양을 가늠하는 요인은 우선 입을 통해 위로 들어간 공기의 양이다. 공기를 많이 삼키는 '탄기증'은 과다한 공기가 위장관으로 들어와 산소와 질소가 소장에 정체되어 복부가 부푸는 현상이다. 음식을 빨리 먹거나 껌을 씹으면 입을 통해 위에 들어가는 공기의 양이 많아져 방귀의 양도 늘어난다. 또 음식을 먹은 후 바로 잠을 자도 방귀가 많아질 가능성이 높다. 위에서 음식물과 공기가 분리되려면 30분에서 1시간 정도 걸리는데, 바로 누우면 위의 입구가 소화 중인 음식물에 막혀 공기가 트림으로 빠져나갈 수 없게 된다. 사람이 서 있는 상태에서는 공기가 트림으로 빠져나가는 한편, 누워 있으면 공기가 음식과 함께 위의 출구에서 장으로 흘러들어 방귀가 되어 나오는 것이다.
방귀의 양을 조절하는 또 다른 요인은 섭취한 음식과 장 내 세균이다. 젖당이나 과당류(올리고당)를 과도하게 섭취하면 이를 장 내 세균이 발효시켜 소화하는 과정에서 수소와 이산화탄소, 메탄이 생성된다. 당뇨병에 걸린 경우나 진통제를 오래 복용해 장의 기능이 떨어졌을 때도 방귀가 많이 나올 수 있다.
◆복통과 미열, 혈변 나타나면 대장질환 의심
방귀에서 냄새를 일으키는 것은 장 내 세균의 발효 과정에서 많이 생성되는 메탄과 황화수소, 암모니아 등이다. 특히 대장 내에 특정 세균이 너무 많이 늘어나거나 달걀이나 우유, 육류 등 단백질을 많이 먹으면 냄새가 심한 방귀가 된다. 지방이나 단백질을 분해하고 남은 찌꺼기를 대장에 있는 세균이 먹어치우면서 지방산이나 유황이 섞인 가스가 나온다.
육류 중에는 특히 돼지고기, 소고기 등과 같은 붉은 살코기류를 많이 섭취하면 냄새가 심한 방귀가 생성된다. 방귀는 장의 연동운동이 멎거나 음식물이 잘 통과하지 못하면 배출이 안 된다. 이 때문에 방귀 방출의 여부는 장폐색을 진단하는 데 중요한 기준이 된다. 또 개복 수술 후 회복기에 뀌는 방귀는 수술 후 장이 정상으로 움직이기 시작한다는 의미다.
과민성대장증후군 환자들은 배에 가스가 차고 방귀가 많아진 것 같다고 호소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실제 배출되는 가스의 양은 정상인과 비슷하다. 다만 가스가 찼다고 느끼는 횡경막과 복벽의 이완 과정에서 팽만감을 심하게 느끼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악취 나는 방귀가 수개월 지속되면서 잦은 설사와 변비, 복통, 미열, 혈변 등의 증상이 나타나거나 몸무게가 원래 체중보다 10% 이상 줄었다면 대장질환을 의심해 볼 수 있다.
방귀를 참으면 대장의 점막에 있는 모세혈관을 통해 혈액으로 흡수돼 일부는 콩팥을 통해 오줌으로 배출되거나 호흡할 때 코와 입으로 나오기도 한다. 하지만 방귀를 너무 오래 참으면 장에 가스가 차서 복통을 일으키거나 소화 능력을 떨어뜨리므로 건강에 좋지 않다.
고혜진 경북대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고지방이나 섬유소가 적은 서양식 식사와 비만 등은 대장 질환을 유발하는 원인이 된다"면서 "장내 가스를 줄이고 대장 건강을 위해서는 규칙적인 운동으로 정상 체중을 유지하고 섬유질이 많은 정제하지 않은 곡류나 신선한 채소. 과일을 섭취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도움말 고혜진 경북대병원 가정의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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