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 포항제철소 미래를 판가름 지을 화력발전설비 건설이 환경부의 대기환경보전법 규정에 묶여 돌파구를 제대로 찾지 못하자(본지 12일 자 1'3면 보도), 포항 상공인들이 포스코를 지원하기 위해 시민들의 의견을 묻는 등 본격 행동에 나섰다.
반면 포항환경운동연합, 민주노총 경북지역본부 포항지부, 포항여성회, 포항KYC 등 일부 시민단체들은 화력발전과 관련한 추가적인 환경오염 우려와 환경법 준수, 세계적인 환경보호 추세 등을 전면에 내세우며 반대의 뜻을 확고히 하고 있다.
포스코와 포항 상공인들은 화력발전설비에 대한 당위성과 앞으로의 경제적'환경적 영향 등을 환경단체와 포항시민들에게 설명하고 이해를 구해나갈 방침이다.
이런 가운데 상당수 포항 시민들은 "포스코가 포항과 함께 자라온 만큼 포항과 함께할 더 많은 지역 기여 과제들을 이번 기회에 더 많이 만들어 시민들에게 내놔야 한다"고 한목소리를 내고 있다.
◆화력발전설비 추진에 뜻 모은 포항 상공인
애초 환경 관련법에 의해 포항제철소 화력발전설비 건설이 어렵고 추가오염마저 우려되는 상황 때문에 반대의 목소리가 압도적일 것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포항 상공인들을 비롯한 각 단체는 지역경제에 사활이 걸렸다는 점을 감안해 찬성으로 뜻을 모았다.
포항상공회의소는 지난 12일 지역 119개 단체가 참석한 가운데 '포항지역 경제 활성화를 위한 투자 촉진 추진위원회'를 열고, 포스코 발전설비 투자와 관련된 규제개혁을 정부가 적극 검토해줄 것을 요청할 방침이다.
위원회는 ▷투자 촉진 추진위원회 참여단체의 지지와 협력 유도 ▷기재부'산자부'환경부 등 발전설비 관련 정부 부처에 대해 조속한 인허가 협조 요청 ▷재경향우회, 중앙부처 등 포항시가 갖고 있는 다양한 인적 네트워크를 통한 발전설비 투자유치 당위성 설명 ▷대한상의 등과 연계한 전국적인 발전설비 공감대 조성 등을 주요 활동과제로 삼고 추진을 결의했다.
포항시민들을 대상으로도 10만 명 서명운동에 들어가 '지역경제 회생을 위해서는 포스코 발전설비가 반드시 도입돼야 한다'는 지역 경제계의 절박한 심정을 정부에 직접 알릴 계획이다.
포항 상공인들은 신설되는 500㎿급 화력발전설비가 1년간 소비하는 석탄량이 2파이넥스 공장 운영분과 동일할 정도로 추가 오염 배출량이 많지 않은데다 포스코가 소결공장 2곳 폐쇄를 통해 전체 오염량을 크게 줄이겠다는 점을 부각시키며 포항시민들의 이해를 구하고 있다.
◆상공인들 "모두가 사는 길이다"
또 국내 철강사와 해외 경쟁사의 자가발전비율 증가 추세도 포스코의 발전설비 추진의 당위성으로 설명할 계획이다. 포항제철소의 자가발전비율은 50%. 하지만 경쟁 관계에 있는 대부분의 해외 철강사들(중국 바오산'신일본주금)의 자가발전비율은 90%를 넘어선 상황이다. 포스코의 또 다른 공장인 광양만 해도 70%를 넘어섰다.
투자에 따른 지역경제 효과도 강조했다. 37개월의 화력발전설비 공사기간 동안 110만 명의 고용창출 및 1조2천억원의 생산유발 효과가 있다고 포항 상공인들은 분석했다. 포스코는 발전설비가 가동되면 100명을 상시 고용하고, 매년 지방세 90억원도 추가 납부하게 된다고 밝혔다.
윤광수 포항상공회의소 회장은 "포항 경제와 포스코가 더 이상 어려워져서는 안 된다는 절박감에 지역 경제인들이 한마음으로 발전설비 추진 지원에 나서게 됐다"며"환경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전제조건을 포스코가 운영 중인 공장 폐쇄를 통해 확인시켜 준 만큼, 발전설비에 반대하는 명분은 크게 해소됐다고 보인다"고 했다.
그는 또 "발전설비 건설에 대한 지역의 확고한 공감대가 형성된다면 정부에 당당하게 추진을 요구하겠다"고 말했다.
◆"포스코도 달라진 모습 보여달라"
포스코 포항제철소 소속 직원은 상주와 교대를 포함해 8천406명이다. 외주 파트너사 8천여 명과 계열사 4천 명을 합치면 포스코와 직접적 관계가 있는 회사 직원만 해도 2만여 명에 달한다. 여기에다 포스코 및 계열사에 납품을 하는 이해관계사 직원도 5천 명이 넘는다.
2만5천여 명의 근로자가 직'간접적으로 포스코와 관계돼 있고, 그들의 가족(3인 기준)까지 포함하면 모두 8만 명에 가까운 포항시민들이 포스코에 기대어 살고 있다. 포스코 포항제철소의 생존이 포항과 바로 직결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셈이다.
양질의 일자리 생산으로 포항시민들의 절대적 지지를 받던 포스코가 '추진만 하면 다 될 것 같았던 정책'이 일부 시민들에게 외면받고 있다. 화력발전도 그 연장 선상에서 볼 수 있다.
이 때문에 포스코가 화력발전설비를 보다 당당하게 요구하기 위해서는 포항지역을 위한 배려를 더 해야 한다는 얘기가 많다.
우선 재무'인사 등 기업의 막강한 권한이 서울로 대거 이동했다는 점이 불만이다. 말이 포항 본사이지, 해를 거듭할수록 굴뚝만 있는 공장으로 전락해가고 있다는 얘기다. 포스코가 글로벌 경영 강화를 위해 인적네트워크가 유리한 서울 쪽으로만 무게중심을 이동해가는 것에 대해 포항시민들은 섭섭한 속내를 드러내고 있다.
◆"지역민들의 기대에 부응하라"
포스코 원로 관계자는 "포스코 말대로 요즘 같은 지식'정보화시대에 포항에 본사 기능을 집중한다고 해서 글로벌 경영을 못한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 서울에 있어야 자리 보전이 쉽다는 포스코 경영진들의 욕심과 포항을 공장으로만 보는 마인드가 문제인 것 같다"며 "포항에서 포스코가 둥지를 틀고 성장해 온 만큼 지역을 더욱 배려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그래야만 포스코의 화력발전설비 등 다양한 미래정책이 시민들의 지지를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상인들은 포스코의 교대근무 방식에 대해 노골적으로 불만을 터트리고 있다. '나흘 일하고 나흘 쉬는' 현행 4조 2교대 근무 탓에 지역에 머물며 돈을 쓰는 직원들이 크게 줄었기 때문이다.
포스코도 지역경기 활성화와 근무능률 향상을 위해 예전의 4조 3교대로 돌아가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지만 젊은 직원들 사이에서 '우리가 왜 지역을 위해 희생해야 하는가?'라는 불만에 부딪혀 고민에 빠졌다. 포스코가 포항시민의 지지를 이끌어내기 위해서는 포스코도 포항을 위해 희생하고 있다는 진정성이 전해져야 한다는 것이 시민들의 한결같은 목소리다.
포스코 한 관계자는 "정준양 전 포스코 회장이 지식정보화 시대를 맞아 전 직원들이 전문지식을 갖도록 하기 위해 도입한 것이 4조 2교대인데, 현재는 여가로만 그 쓰임이 집중되고 있는 것 같다. 직원들의 업무 효율과 선'후배 간 업무 전수, 지역경기 활성화 등을 위해서라도 4조 3교대 정착이 필요해 보인다"면서 "포항시민들이 '역시 포스코 본사는 포항'이라는 생각이 들도록 더욱 지역상생에 고민하고 투자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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