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주택조합 '주의보'…조합이 책임지는 구조, 불이익·비용도 조합원 책임

입력 2015-08-11 02:00:01

사업 부지가 제대로 확보되지 않아 조합원들이 견본주택 앞에서 항의하는 모습. 매일신문 DB
사업 부지가 제대로 확보되지 않아 조합원들이 견본주택 앞에서 항의하는 모습. 매일신문 DB

일반 분양 방식에 비해 비교적 저렴한 분양가 때문에 내 집 마련의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는 지역주택조합 사업에 대해 잇단 경고등이 켜지고 있다. 대구 16곳에 이르는 지역주택조합 사업 추진이 좌초되거나 제 속도를 내지 못할 경우, 조합원들의 큰 피해가 예상되는 만큼 시장 불신으로 이어질 개연성이 크다. 또 1천500여 가구의 매머드급 아파트 단지가 포함돼 있는데다, 최고 금싸라기 땅으로 꼽히는 수성구 범어네거리에도 같은 방식으로 사업이 진행되고 있어 예의주시하고 있다.

◆지역주택조합의 장'단점

지역주택조합은 양날의 검이다. 잘 쓰면 무주택자 등 서민들이 내 집 마련의 유용한 수단이 될 수 있지만 위험 요소도 많다. 토지 확보가 되지 않은 상태에서 조합원을 모집하다가 사업 진행이 더디거나 아예 좌초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조합원으로 한 번 가입하면 금전적 손해 없이는 탈퇴하기도 어렵다.

건설사가 이름만 빌려주는 경우도 많다. 단순 구두계약이나 MOU 성격이 짙어 사업 진행 중 몇 차례나 시공사가 교체되더라도 법적 보호를 받지 못한다.

분양 전문가들은 "지역주택조합은 시행사와 함께하는 공동사업 형태도 있지만, 대부분 조합이 책임을 지는 구조여서 사업 과정에서 벌어지는 불이익과 비용은 모두 조합원이 감당해야 한다"고 했다.

그러나 이 모든 위험 요소는 눈앞의 달콤한 유혹 앞에서는 녹아내린다. 상당수 업무대행사가 저렴한 분양가를 내세워 고도의 심리전(?)을 펼치기 때문이다.

조합원 모집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는 코어(핵심) 멤버다. 이들만 확보되면 다른 조합원들은 웃돈을 주고서라도 앞다퉈 몰려든다.

우선 시간당 아르바이트생을 적게는 수십 명에서 많게는 수백 명까지 모은다. 모집이 선착순으로 이뤄지는 점을 노려 견본주택 앞에 동원된 아르바이트생들로 인간띠가 형성되게 한다. 금방 입소문이 나고 인원이 불기 시작한다. 실제로 최근 조합원을 모집한 곳에는 조합원 모집 사흘 전부터 긴 줄이 늘어서기도 했다. 이른바 '줄값'으로 불리는 웃돈이 1천만원 가까이 붙었다. 이 과정에서 일부에선 아르바이트생 동원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 이때부터 대행사들의 '꿩 먹고 알 먹기' 게임이 시작된다. 줄값을 지불하려는 조합원들에게 웃돈을 받고 미리 선점해둔 조합원 순번을 팔아넘기는 메커니즘이 진행된다.

업계 관계자는 "일부 대행사들은 종종 아르바이트생 줄 세우기 꼼수로 조합원을 모집하기도 한다"고 귀띔했다.

찔러보기 수법도 자주 동원된다. 조합원 가입을 하면 며칠 내에 대행사 직원이 전화를 하고 웃돈 수백만원을 제시한다. 이후 며칠 뒤 재차 더 높은 금액을 부르며 전매 의향을 묻는다. 그러면 백이면 백 조합원들은 조합원 딱지값이 더 오를 것으로 보고 친척이나 지인들한테도 투자를 권한다.

◆투자 유의점

지역주택조합원으로 가입할 때는 '4유(有) 원칙'을 꼼꼼히 따져야 한다. 토지, 시공사, 투명한 자금운용, 사업성 등이다. 4가지 유의사항 중에서도 대상 부지 확보(매도청구 가능한 95% 이상)를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 토지 작업이 지역주택조합의 성공 열쇠이기 때문이다.

인기리에 조합원 모집을 한 대구 동구의 한 지역주택조합 사업은 땅을 채 확보하지 않은 상태에서 조합원을 모집했으나, 결국 다른 시공사가 부지의 큰 부분을 확보하는 바람에 사업이 더디게 진행되고 있다.

입주 가능 시기 과장 및 허위 정보, 사업 대상지의 토지이용규제 및 관련 절차로 조합원의 분담금 변경 및 사업성 여부, 조합원 탈퇴 시 분담금 환급 및 사업완료 후 조합재산분배 등 조합원의 권리 및 의무 등도 반드시 살펴봐야 한다.

일부 주택조합은 원하는 동'호수를 지정하게 해주겠다며 조합원을 현혹하지만, 동'호수 지정은 원칙적으로 사업승인 후 추첨이 원칙이라는 점도 명심해야 한다. 조합원 모집과정에서 가입계약서에 동'호수를 명시했다 하더라도 아직 주택조합 설립인가도 나지 않은 만큼 원하는 동'호수를 담보받은 상태가 아니다. 또 조합원의 모집 규모에 따라 가구 수 변경, 조감도와 다른 아파트 건축 등도 염두에 둬야 한다.

업계 관계자는 "주택조합의 장'단점을 충분히 확인해 신중하게 가입하고, 법령 등을 참고해 투자 여부를 판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일반 조합원부터 건설사, 지역 부동산업계, 행정기관 등이 모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분양 전문가들은 "지역주택조합 가입 시 시민이 주의해야 하며 지방자치단체에서도 추진위 및 업무대행사 신고 등록의 의무화, 토지확보 상황, 조합자금사용 등 정보공개를 의무화하는 제도 마련을 시급히 해야 한다"며 "관련 법령이 미흡해 손 놓고 있기보다는 적극적으로 모집 단계부터 공정성이나 투명성, 권리 및 의무사항 공시 등 대처에 나설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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