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엔 더위, 치열함, 열정과 같은 단어가 떠오릅니다. 견디기 힘들지만 어떻게든 버티면서 결실의 계절 가을을 기다리는 인고의 시간이지요. 전쟁터 이라크에서 버려진 동물을 살리고자 병사들보다 더 치열하게 싸운 환경보호운동가 로렌스 앤서니의 '바그다드 동물원 구하기'를 소개합니다.
나는 이라크에 온 이유를 다시 한 번 생각해 보았다. 단지 동물들을 구하기 위해서만은 아니었다. 우리 지구에 더는 이래서는 안 된다는 도덕적인 기준, 윤리적인 기준을 세워야 한다는 이유도 빼놓을 수 없었다. 이러한 깨달음과 더불어 나는 우리가 모범사례를 제시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인류가 지구 상의 다른 생명체를 존중하지 않는 것에 대해 '이렇게 행동해서는 안 된다'고 누군가 책임감 있는, 나아가 영향력 있는 표본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그 생각을 실천할 수 있는 시발점이 될 수 있는 곳이 바그다드라고 여겼다.(로렌스 앤서니의 '바그다드 동물원 구하기' 중에서)
뉴스를 보는 것이 두려운 세상입니다. 잔인하고 무섭고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일들이 매순간 일어납니다. 하지만 그건 언제나 남의 일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전쟁도 마찬가지입니다. "또 전쟁이 일어났어?" 이게 끝입니다. 그건 내 집, 내 나라에서 일어난 일은 아니니까요.
그러나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야생코끼리를 돌봐주는 야생동물 보호구역 '툴라툴라'를 운영하던 로렌스 앤서니는 달랐습니다. 그는 이라크 전쟁 뉴스를 시청하다가 바그다드 동물원의 비참한 상황을 알게 되자, 주저 없이 이라크로 건너가 수많은 난관을 헤치며 동물들을 구해냅니다. 이 책은 그의 치열한 동물 구하기의 기록입니다.
반려동물을 키우지도 않고, 환경운동가도 아니지만, 책을 읽는 내내 로렌스 앤서니가 겪는 어려움이 마치 제 일처럼 느껴졌습니다. 그가 문제를 해결할 방법을 찾았을 때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기도 했지만, 저에게 더 큰 감동을 준 것은 아사 직전의 상황에서도 개들을 잡아먹지 않고 오히려 지켜준 사자들입니다. 인간보다 더 인간적인 행동을 하는 사자를 보면서 인간이 만물의 영장이라는 말이 사실일까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혹시 인간의 착각은 아닐까? 인간의 욕심으로 희생되는 동물들 이야기를 읽는 내내 들었던 생각입니다.
"내가 바그다드에서 배운 가장 큰 교훈은 바로 이것이다. '문명화된' 인간이 야생동물을 그렇게까지 끔찍하게 학대하는 것을 정당화한다면, 대체 얼마나 많은 보이지 않는 악행이 지구에 가해지고 있을까?" 로렌스 앤서니의 이 질문이 날카롭게 가슴에 새겨집니다. 조금 더 착하게 살고 싶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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