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서양 고지도로 만나다/ 정인철 지음/ 푸른길 펴냄
지도 제작 기술이 지금보다 떨어졌던 과거에 어떻게 이 넓은 세계를 지도로 표현할 수 있었을까. 저자 정인철 부산대 지리교육과 교수는 "인류가 직접 우주에 가 보지 않고도 우주 지도를 만드는 것과 마찬가지로, 가 보지 않은 세계는 이론에 따라 그렸다"며 "18세기까지 측량을 하지 않고도 지도를 제작하는 경우가 많았다. 지리적 사실과 관계없이 유명 지리학자의 이론이 지도 제작에 반영됐고, 이게 탐험에 의해 잘못된 것이라고 밝혀지면 지도는 수정됐다"고 설명했다.
지도란 단순히 세상 지리를 그대로 표현하는 그림이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지도 제작자의 공간 인식과 지도 소비자의 정보 취향이 상호 작용한 결과물이라는 얘기다.
따라서 우리나라가 그려진 서양 고지도는 당시 서양의 지도 제작자 및 소비자, 즉 영향력 있는 사람들이 우리나라를 어떻게 인식했는지 알려주는 사료다. 우리나라는 중국이나 일본에 비해 상당히 늦게 지도에 그려지기 시작했다. 유럽 사람들이 그만큼 우리나라에 늦게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는 방증이다.
저자는 "서양 고지도에 그려진 우리나라에 대한 연구는 코리아 지명의 사용이나 동해와 독도 표기 등 단편적인 영역에 머무르고 있다. 정작 우리에게 중요한 연구, 예를 들면 프랑스 탐험가 라페루즈가 왜 동해를 한국해가 아닌 일본해로 표기했는지, 고려가 중세에 어떻게 지도에 표기될 수 있었는지, 한반도가 왜 섬으로 그려졌는지 등에 대한 연구는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런 문제 인식을 갖고 저자는 프랑스, 영국, 네덜란드 등을 다니며 우리나라를 그린 서양 고지도들을 새롭게 찾아냈다. 여기에 기존 서양 고지도에 대한 새 분석을 더했다. 이전 논문과 저서에서 언급되지 않은 얘기들이 상당수다. 331쪽, 2만8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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