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 키우는 가계부채 대책…대구경북 가계대출 잔액 57조, 전국 평균보다 두 배 이상 증가
정부가 22일 내놓은 가계부채 종합대책 때문에 오히려 서민들의 고민은 깊어지고 있다. 대출 문턱을 높여 갚을 수 있는 만큼만 대출받도록 하자는 게 이번 대책의 핵심. 그러나 자영업자들은 소득 입증이 어렵고 소득 자체가 적은 20'30대의 젊은 층은 대출받기가 훨씬 힘들어지기 때문이다.
특히 대구경북의 가계대출은 전국에서 가장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어 지역민들은 이번 조치에 가장 많은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한국은행 대구경북본부에 따르면 지난해 대구경북 금융기관의 가계대출 잔액은 57조6천억원으로 전년 대비 8조7천억원(17.7%)이나 증가했다.
서울(220조원'6.7%), 인천'경기(228조9천억'6.3%)를 비롯해 전국 평균(745조8천억'8.5%)에 비해 두 배 이상 가파른 증가세다. 가구당 평균 대출 금액 역시 지난해 4천279만원으로 2011년(3천295만원)에 비해 1천만원 가까이 더 빌린 것으로 조사됐다.
무엇보다 이자만 갚는 거치식을 없애고 원리금을 처음부터 갚도록 대출 제도가 바뀜에 따라 처음부터 원리금 부담이 상당히 늘어나게 된다. 대구 수성구에 살고 있는 직장인 김진형(30) 씨는 "내년쯤 결혼을 할 계획이어서 내 집 마련을 위해 우선 이자만 갚아나가는 대출을 고려하고 있었다. 그런데 이번 정부 발표를 보고 올해 미리 대출을 받아놔야 하는 게 아닌가 고민 중"이라고 했다.
내년부터 은행 대출 문턱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지금까지는 재산만 있으면 소득을 명백히 입증하지 못하더라도 비교적 수월하게 주택담보대출을 받을 수 있었다. 가령 카드 사용 내역 또는 자영업자 매출신고 시 추정소득 등만 갖고도 대출이 가능했었다. 그러나 내년부터는 정부나 공공기관이 발급한 소득증명서만 인정해 준다.
게다가 당초 신규 대출은 3~5년 정도 거치기간을 지정할 수 있었는데 내년부터는 1년 이내로 줄어든다. 원금은 그대로 두고 장기간 이자만 갚아나가는 장기거치식 주택담보대출은 사실상 받기 어려워지는 것이다. 또 변동금리로 주택담보대출을 받는 사람은 대출한도가 지금보다 줄어들 수 있다. 대출을 받았을 때보다 금리가 오르게 되면, 상환 부담금이 늘어나게 된다. 그런데 앞으로는 대출을 받을 때, 늘어날 부담금액까지 고려해서 대출 가능액을 산출하기 때문이다.
제2금융권에서도 돈 빌리기가 힘들어진다. 토지'상가를 담보로 대출받을 수 있는 한도가 현재는 최고 80%에서 최저 60%까지. 그런데 이를 50%로 낮춰 대출 규모를 줄이기 때문이다. 종전에 1억원짜리 토지'상가를 구입할 때 최고 8천만원까지 대출을 받을 수 있었다면, 앞으로는 5천만원 이하로 제한되는 셈이다.
한편 기존 대출자는 내년부터 시행되는 정부 대책의 소급 적용 대상이 아니다. 그러나 내년 시행 이후 추가 금액을 대출받거나 다른 대출로 갈아탈 때는 적용 대상이 된다.
이를테면 기존의 거치식으로 이자만 갚는 대출을 쓰다가 내년에 다른 대출로 갈아타게 되면 원리금을 동시에 갚는 형태의 대출로 변경될 가능성이 높다.
특히 원리금을 갚아나갈 경우 가정의 가처분소득이 줄어들게 돼 큰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예를 들어 20년짜리 1억원 장기담보대출, 금리 3.5% 정도(고정금리)의 거치식으로 대출을 받았다면 20년을 기준으로 했을 때 매달 29만원의 이자만 내면 됐다. 그러나 이번 종합관리방안에서 권유하는 원리금 분할상환을 보면 58만원이 된다. 매월 내야 할 금액이 느는 만큼 가처분소득이 줄어 허리띠를 졸라매야 하는 입장이다.
최창희 기자 cchee@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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