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무성 TK 차별 '뒤통수'…"수도권 잡아야 총선 승리"

입력 2015-07-14 05:00:00

무대 머릿속엔 TK 없다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가 13일 국회 당대표회의실에서 취임 1주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가 13일 국회 당대표회의실에서 취임 1주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13일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의 '총선 채비는 영남 배제(사실상 TK배제)' 발언이 대구경북민들의 공분을 일으키고 있다. 특히 '동메달(경상도 국회의원), 금메달(수도권 국회의원)' 발언은 대구경북민들의 자존심을 건드려 대구경북의 20대 총선 심판론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새누리당 TK(대구경북) 의원들조차도 당 대표의 입에서 영남 배제 발언이 나온 데 대해 "적절치 못했다"는 반응과 함께 당 대표의 이런 정국인식에 불쾌감을 드러냈다.

◆총'대선 앞둔 김 대표의 머릿속은

"비경상도권의 사고와 시각을 갖고 선거를 봐야만 승리할 수 있다."

김 대표의 이 같은 발언은 수도권을 잡아야 내년 총선에서 승리한다는 전제가 깔려 있다. 새누리당의 확실한 지지 기반이자 이른바 '깃발만 꽂으면 당선된다'는 영남보다 의석 수가 많은 수도권에 총력을 쏟아 총선 승리를 이뤄내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김 대표의 이런 인식 배경에는 총선 승리, 그것도 수도권 승리 없이는 순탄한 대선가도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계산이 깔려 있다. 현재 전체 지역구 국회의원 의석 수는 수도권이 전체의 45.5%를 차지한다. 이에 비해 경상도는 대구(12석)와 경북(15석), 부산(18석)과 경남(16석)을 합쳐도 20.7%에 불과하다.

지난 8일 유승민 전 원내대표의 사퇴를 논한 의원총회에서도 김 대표는 "내 사고의 초점은 오로지 20대 총선 승리에 맞춰져 있다. 특히 내년 총선은 정말 중요하다"고 말한 바 있다. 즉, 김 대표의 머릿속에는 '수도권 승리=총선 승리'라는 공식이 이미 세워진 것이다.

이 때문에 새누리당의 이번 인사에서 핵심보직이 수도권 중심으로 채워졌고, 당직 TK배제라는 결과로 나타났다는 것이 정가의 분석이다.

◆'텃밭' TK의 민심은 변한다

대구경북 시도민들과 지역 정치권은 김 대표의 발언에 대해 "산토끼(중립 성향 유권자)만 쫓다가 집토끼(핵심 지지층)를 놓칠 수 있다"는 경고를 보내고 있다.

김 대표는 자신의 대선가도를 위해 수도권에 전력을 집중하겠다는 전략을 짜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핵심 지지층인 영남표를 잃는다는 시나리오는 전혀 고려되지 않았다.

하지만 최근 대구경북의 정치 지형에도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이른바 '새누리당 텃밭'이라는 대구경북은 지난 19대 총선과 지난해 대구시장 선거에서 변화의 바람을 확인했다. 김부겸 전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두 선거에 나와 19대 총선(수성갑) 때 40.4%의 득표율을 기록했다. 대구시장 선거에서는 40.3%를 얻었고, 지역구인 수성갑에서는 50.1%의 지지를 얻었다. 비례대표인 새정치연합 홍의락 의원도 대구 북구를 중심으로 야당 후보의 경쟁력을 높이고 있다.

새누리당 관계자는 "영남권이 새누리당 지지 기반은 맞지만 민심은 변하기 마련이다. 이런 당 대표의 인식은 자칫 반발로 이어져 핵심 지지층을 놓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유승민 전 원내대표가 사퇴하면서 당 지도부에 TK 인사가 단 한 명도 없다. 정치권에서 TK가 노골적으로 무시당하는 모양새를 계속 보인다면 새누리당을 지지하는 TK 유권자들도 우리 지역이 홀대당한다는 생각을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일각에선 '대구경북 자성론'

그러나 김 대표의 발언을 두고 대구경북 정치권과 시도민들이 자성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유권자들은 인물을 보지 않고 '묻지마 투표'를 하고, 선출된 국회의원들은 지역발전을 위해 몸을 불사르고 자생력을 키우기보다는 대통령이나 중앙정치권에 기대 대구경북의 정치적 영향력을 스스로 갉아먹고 있다는 것,

경북대 한 교수는 "지역 유권자들이 언제까지 특정 정당에 표를 몰아주며 대구경북의 이익을 지킬 것인가를 심각히 고민해야 한다. 정치상황이 급변하면 아무도 우리의 이익을 지켜주지 않는다. 유권자 스스로의 힘으로 정치적 영향력을 키우는 지혜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최두성 기자 유광준 기자 황수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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